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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은 불가피하지 않다. 복지를 위한 돈은 있다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매겨라

윤석열 정부는 긴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늘어난 국가 부채를 줄여야 한다면서 말이다.

그러나 한국의 국가 부채는 다른 나라들보다 높은 편이 아니다. 2021년 한국의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46.9퍼센트인데, 이는 OECD 평균인 125퍼센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정부가 기업주와 부자들에게 막대한 감세 혜택을 주려고 하는 것을 봐도 재원이 없어서 긴축을 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5년간 법인세·소득세·종부세를 60조 2000억 원이나 감면해 주려고 한다. 반면 내년 국방 예산은 올해보다 4.6퍼센트 늘어나 57조 원에 이른다.

정부의 긴축 정책은 케케묵은 신자유주의적 성장 추구에 따른 것이다. 기업들에게 감세해 주고, 복지와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자를 해고하고,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해 기업들의 수익성을 높이면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 말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추경 포함)보다 6퍼센트 삭감하며 복지를 공격하고 있다. 올여름 폭우 속에 반지하 참사가 벌어졌음에도 내년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올해보다 5조 7000억 원이나 삭감했다. 노인 복지 성격이 강한 노인 일자리 예산도 1000억 원이나 삭감해 월 27만 원을 받는 공공형 노인 일자리 6만 개도 사라질 예정이다. 지역화폐 예산도 전액 삭감해 물가 인상 상황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이용하던 작은 할인 혜택조차 없애려고 한다.

정부는 “약자 복지”를 추구하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복지 삭감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다.

실질임금 대폭 삭감하려는 정부 규탄 공무원노조 집회. 7월 15일 정부서울청사 앞 ⓒ이미진

정부의 공공부문 인력 감축 정책으로 공공기관 350곳은 인력 6735명(전체 정원의 1.5퍼센트) 감축 계획을 제출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첫째 타깃이 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숫자를 이보다 더 늘려 공공부문 인력을 7퍼센트나 줄일 계획이다.

전기, 철도, 의료, 돌봄 등의 분야에서 민영화를 확대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 안전 위협, 노동자 해고로 이어질 것이다. 또 향후 5년간 16조 원이 넘는 국유 건물과 토지를 매각해 부유층의 배를 불려 주려 한다.

실패로 드러난 긴축 정책

긴축 공격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로 각국 정부들이 기업들을 구제하는 데 막대한 돈을 쓴 이후 특히 2010년경부터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다. 많은 나라들에서 GDP 대비 공공지출 비율은 2009년을 기점으로 줄어들었다. 기업주들을 구하기 위해 진 빚을 갚으려고 노동자들의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다.

그 결과 평범한 사람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영국에서는 긴축 정책 이후 2012~2019년에 사망한 사람이 애초 전망보다 33만 5000명이나 늘었다. 복지가 삭감되면서 난방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하고, 의료 서비스도 악화돼, 사망자가 늘어난 것이다. 복지 삭감 때문에 늘어난 사망자 수가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보다 10만여 명이나 더 많다.

긴축이 가장 악랄하게 벌어진 곳은 그리스다. 그리스에서는 2010~2018년 사이 연금과 복지가 무려 70퍼센트가 삭감됐고, 임금도 30~40퍼센트 삭감됐다. 2009년에 90만 명이던 공무원 숫자는 2016년 67만 명이 됐다. 그리스는 빈곤층이 급증하고, 자살률은 무려 45퍼센트 늘어났다.

긴축 덕분에 부자와 기업주들은 득을 봤다. 각국에서 빈익빈 부익부는 더욱 증가했다.

그러나 긴축 정책이 약속한 경제 성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스 GDP는 여전히 2008년보다 30퍼센트 적다. 세계적으로도 2008~2009년 금융 위기 후 경제 회복은 전후 어떤 침체에서보다 느렸다.

더 길게 보면 긴축과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은 1980년대부터 추진됐지만 세계경제는 침체와 반복되는 불황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각국 정부들은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지면 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해 대규모로 개입해야 했다. 2020년 코로나19와 함께 심각한 위기가 벌어지자 각국 정부들은 공공지출을 대규모로 늘렸고, 재정 적자는 다시금 급증했다. 그러고는 그 대가를 보통 사람들에게 전가하는 것이 바로 긴축 정책이다.

긴축 정책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크나큰 고통을 주지만 약속한 경제 성장은 달성하지 못한 실패한 실험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긴축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이것이 정치·경제 권력자들의 계급적 이해관계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정부들은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계급에게 전가해 이윤 몫을 늘리려 한다. 지배자들은 ‘국가의 미래’, ‘다음 세대’ 등을 위한 것이라고 포장하지만, 진실은 완전 딴판이다

실패한 신자유주의 정책의 일부인 긴축 정책은 한국에서도 이미 대중적 반감을 사고 있다. 윤석열 정부 지지율이 초반부터 급락한 배경에는 노동자 등 서민들의 삶을 더욱 옥죄는 긴축 정책에 대한 반감이 깔려 있다. 이런 반감을 고통전가 공세의 총책임자 윤석열을 겨냥한 대중적 저항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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