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생활고 심화와 불평등 키우는 윤석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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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노동자 등 서민층의 실질소득이 크게 줄었다.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실질소득 감소는 공식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올해 3사분기에 물가 상승을 감안한 가계의 실질소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퍼센트 감소했다. 특히 노동자(도시근로가구)의 실질소득은 4.7퍼센트 줄었다.
이는 2008년 금융 위기 직후였던 2009년 3분기(3.1퍼센트) 이후 가장 큰 수치다. 평범한 사람들은 금융 위기 수준의 생활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소득 감소 폭은 더욱 크다. 소득 하위 20퍼센트의 실질소득 감소는 6.5퍼센트나 됐다.
지출 항목별로 살펴보면,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의 실질 소비가 12.4퍼센트 줄었다. 고기, 과일, 채소 등 먹거리를 줄여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실질 소득 감소는 물가 인상뿐 아니라 정부 지원 삭감 때문이기도 하다.
올해 3분기 물가가 지난해보다 5.9퍼센트 오르는 동안 근로소득은 5.4퍼센트 오르는 데 그쳐 실질 임금이 삭감됐다.
여기에 정부의 지원을 뜻하는 ‘공적이전소득’이 26.1퍼센트나 줄었다. 지난해 3분기에 코로나19 국민지원금이 소득 하위 80퍼센트에게 지급됐는데, 올해는 이런 지원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금리 상승으로 이자 비용은 20퍼센트나 올랐다. 네 가구 중 한 가구(25.3퍼센트)가 이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1년 만에 17퍼센트나 늘어났다. 소득 하위 20퍼센트는 10가구 중 6가구가 적자이다.
긴축 정책
그런데도 정부는 긴축 정책으로 서민의 생활고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내년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은 겨우 4.1퍼센트 늘어났다. 물가상승률보다 낮고, 고령화에 따른 자동 증가분을 고려하면 큰 폭으로 삭감된 것이다.
특히 공공 지원을 축소하고 민간 기업들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기조는 열악한 복지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5조 6000억 원이나 삭감됐다. 반면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자 정부는 종부세 등 부동산 세금 감면을 추진하며 집값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공공의료의 열악한 현실이 드러났는데도 내년 공공의료 확충 예산은 61퍼센트나 삭감됐다. 반면 민간 병원과 보험사, 기업들에게 돈벌이 기회를 늘려 주는 의료 민영화에는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공 어린이집 예산, 초등돌봄 예산, 공공 요양시설 예산 등도 대폭 삭감됐다.
한전과 가스공사 등의 적자를 핑계로 전기·가스·수도 요금도 대폭 올렸다. 올해 10월 전기·가스·수도 요금 인상률은 23.1퍼센트나 돼,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겼다.
정부는 재정 적자와 공기업 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런 긴축 조처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업주와 부자들에게 막대한 감세 혜택을 주려는 것을 보면 이런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정부는 법인세·소득세·종부세를 대규모로 감면해 주려 한다. 정부는 그 규모가 13조 원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60조 원에 이른다. 명지대 우석진 교수는 자연증가분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가 250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정부는 부자 감세가 아니라고 하지만, 상위 0.01퍼센트 대기업에게 혜택을 주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정책 등을 추진하면서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가 서민 생활고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임기 초반부터 지지율이 하락한 중요한 배경이다. 노동자 등 서민에게 경제 위기 고통을 떠넘기려는 공격을 수월하게 하려고 권위주의적 통치도 강화하려 한다. 그런 우선순위에 따른 경찰력 배치(집회 통제, 마약 단속 우선 등)는 이태원 참사를 낳은 원인이기도 하다.
이런 악행에 대한 반감으로 윤석열 퇴진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또 생계비 위기에 맞서며 화물연대 등 노동자들이 투쟁을 벌이고 있다.
윤석열 퇴진 운동과 노동자 투쟁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함께 전진한다면 생계비 위기에 맞서 노동자 등 서민의 삶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