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과 사용자들 이익만 챙겨 주는 정부의 긴축 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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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들어 정부 예산안 통과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신속한 예산안 통과를 주장하면서도,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지고 당연히 쫓겨나야 할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을 보호하려고 예산 심사를 지연시키고 있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첫 예산안은 서민층의 고통을 키우는 긴축 예산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도 있다.
국회가 심의 중인 정부 예산안 규모는 639조 원으로, 올해 두 차례 편성된 추가경정예산과 비교하면 40조 5000억 원이나 줄었다.
기획재정부 장관 추경호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 최고 수준 가계부채와 1100조 원에 육박하는 국가부채 장부를 (문재인 정부로부터) 물려받았기 때문에 건전재정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부가 복지 예산을 5.6퍼센트 늘렸다며 “약자 복지”에 힘썼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올해 물가상승률이 5퍼센트 이상이고, 내년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5퍼센트 이상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복지 지출은 삭감된 것과 같다.
정부가 삭감했다고 밝힌 ‘낭비성 예산’ 16조 원의 내역을 살펴보면,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지원 사업 예산(5조 6000억 원), 청년의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내일채움공제 예산(6724억 원), 공공형 노인 일자리 예산(922억 원) 등이 포함됐다.
“민생만 긴축 예산”(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노동자를 비롯한 서민층의 실질 소득은 줄어들고, 내년에 고용·성장·수출 전망 등도 뒷걸음질 치고 있어 서민층의 살림살이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 뻔하다. 그런데도 복지 지출을 줄이고 있으니 서민층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전기·가스 요금을 대폭 올려 물가 상승도 부추기고 있다. 고물가로 고통받는 서민층을 위해 재정 지원을 해도 모자랄 판에 말이다.
석유값 급등으로 화물 노동자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석유 세금을 찔끔 감면해 주는 것 말고는 하는 게 없다. 이 때문에 화물 노동자들은 생계난에 내몰려 파업에 나섰지만 윤석열은 적반하장으로 노동자들을 비난하고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윤석열 정부는 예산 삭감을 위해 공공부문 인력 감축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수차례 벌어진 철도 사고에서 보듯 인력 부족으로 철도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이 위험에 처해 있는데도 말이다.
윤석열 정부는 예산 삭감을 추진하면서도 5년간 법인세·소득세·종부세를 60조 2000억 원이나 감면해 주려 한다. 또 향후 5년간 16조 원이 넘는 국유 건물과 토지를 매각해 부유층의 이익을 증대시켜 주려 한다.
경제 위기 시기에 이렇게 긴축 예산으로 대기업·부유층의 부담을 덜어 주고, 대신에 부담을 노동자·서민에게 떠넘기려는 것도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패악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