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가까이 이스라엘을 확고하게 편든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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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일시적 교전 중지 합의에 대해 “광범한 미국 외교의 결과”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시종일관 이스라엘의 인종 청소를 용인했고, 이번 가자 전쟁 개전 직후 이스라엘로 가 네타냐후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했다.
또, 막대한 양의 포탄을 이스라엘에 제공하고,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을 앞두고는 이라크 전쟁에서 시가전을 치른 경험이 있는 지휘관들을 군사고문단으로 파견했다.
역사를 보더라도 미국은 이스라엘의 반복되는 점령·침략·학살을 변함없이 지지·지원했다.
이스라엘이 건국을 추진할 때부터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했다.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소련과의 냉전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제국주의의 핵심 동력자원인 석유가 다량 매장돼 있는 중동 지역을 통제하고자 했다.
그러자면 미국의 믿을 만한 중동 동맹이 필요했다. 자기네 이익을 대변해 줄 이스라엘의 건국은 미국에게 희소식이었다.
마침 이스라엘도 경제 안정과 군사력을 갖추고자 신흥 최강국 미국과의 관계 구축을 타진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자금과 무기를 직접 지원하는 것을 처음에는 주저했다. 자칫 중동 산유국 정권들과의 관계가 틀어질까 봐 우려했기 때문이다.
미국 지배자들은 저울질 끝에 양면 전략을 택했다. 자국의 거대 석유 기업들을 앞세워 아랍 정권들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이스라엘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런데 1950년대 들어 중동에서 아랍 민족주의가 부상하면서 미국의 이익이 위협받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경제·군사 원조를 크게 늘렸다.
1952년이 분기점이었다. 그해 이집트에서 아랍 민족주의 지도자 나세르가 집권하면서 미국의 위기감이 커졌다. 1951년 10만 달러였던 미국의 이스라엘 원조액은 1952년에 무려 8640만 달러로 껑충 뛰었다.
이스라엘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미국의 중동 “경비견”이 되고자 했다. 1956년 나세르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자 이스라엘은 영국과 프랑스를 설득해 이집트를 침공했다(제2차 중동 전쟁). 미국은 아랍 민족주의 운동을 자극할까 우려해 영·프·이스라엘에 철군을 압박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 전쟁을 통해 자신의 유용성을 과시했다. 이스라엘은 아랍 민족주의 물결에 맞서는 서방의 보루를 자임했다.
중동 경비견
1960년대 들어 미국은 이스라엘의 전략적 유용성을 인정하면서 경제·군사 원조를 더욱 늘렸다. 미국의 지원 덕분에 이스라엘은 모든 아랍 국가들을 합한 것보다 더 강한 군사력을 갖추게 됐다.
1967년 제3차 중동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미국의 효과적인 경비견임을 입증했다. 베트남 전쟁에 발목 잡혀 있던 미국을 대신해 독자적으로 이집트·요르단·시리아를 격퇴한 것이다.
린든 B. 존슨의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을 극찬했다. “중동에서 이스라엘은 전 세계 어떤 동맹국보다도 미국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냈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서안·가자·골란고원 점령을 승인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이익이 곧 미국의 이익이라고 여겼다. 미국은 나토 회원국들을 비롯해 어떤 동맹국에도 제공한 적 없는 최신 무기를 이스라엘에 제공했고, 심지어 핵무기 정보도 제공했다.
1973년 중동 산유국들이 유가 인상과 이스라엘 제어를 요구하며 미국에 반기를 들었다. 그해 이집트가 시리아와 함께 이스라엘을 공격했다(제4차 중동 전쟁 또는 욤 키푸르 전쟁). 미국은 이스라엘에 각종 첨단 무기와 22억 달러 상당의 군수품을 신속히 지원했다.
제4차 중동 전쟁에서도 이스라엘이 이겼다. 이듬해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원조를 다섯 배로 늘렸고, 무기 생산 협정을 체결해 이스라엘이 무기 생산 강국으로 도약할 기틀을 마련해 줬다.
그런데 1979년 이란에서 혁명이 일어나 친미 팔레비 왕조가 무너졌다. 그리고 이슬람주의 국가가 새로 들어섰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동 전략에서 그야말로 핵심이 됐다. 1981년 당시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은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은 아마 미국이 중동에서 진정으로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하게 남은 전략적 자산일 것이다.”
1978년 18억 달러였던 미국의 대이스라엘 원조는 1979년 48억 달러로 늘었다.
학살 공범
미국의 막대한 원조 덕분에 이스라엘은 중동의 군사 최강국이 됐다. 이에 고무된 이스라엘은 1982년 6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본부가 있는 레바논을 전면 침공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할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당시 이스라엘 국방장관 아리엘 샤론(2001년 이스라엘 총리가 된다)은 미국 국방장관에게 레바논 침공 계획을 귀띔했고, 미국 정부는 1982년 초 이스라엘에 무기 등 군수품을 대거 제공했다.
미국의 무기로 무장한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인과 팔레스타인인 수만 명을 학살했다. 특히 사브라·샤틸라 난민촌에서는 불과 36시간 만에 수천 명을 도륙했다.
국제적 공분이 일자 미국은 마지못해 사태를 진정시키겠다며 레바논에 군대를 보냈다. 그러나 미군은 이스라엘의 만행을 눈감아 줬다. 당시 이탈리아 대통령 산드로 페르티니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하게 말해 보자. 미국이 레바논에 남아 있는 이유는 평화가 아니라 이스라엘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국제적인 학살 규탄 여론에도 미국은 흔들림 없이 이스라엘을 지지했다. “사브라·샤틸라 학살 이후에, 베이루트 폭격 장면이 텔레비전으로 방영된 뒤,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의 민간인들이 숱하게 죽어 나가는 것을 보고 대중의 격렬한 반응이 나타난 뒤에도, 미국의 지지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라시드 할리디,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 정착민 식민주의와 저항의 역사, 1917-2017》, 열린책들)
레바논의 게릴라들이 반격에 나서자 미군은 베트남 악몽을 떠올리고는 철수했다. 이듬해 철군하는 이스라엘을 엄호하기 위해 미국은 베이루트를 포격했다.
레바논 침공은 이스라엘이 미국을 곤경에 빠트릴 수 있을 만큼 사나운 맹견이라는 점을 보여 줬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끈끈한 동맹 관계는 변함없이 이어졌다.
변함없는 동맹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이 분출할 때마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개입했다.
1987년 1차 인티파다(봉기)가 이스라엘을 위협하자 미국은 ‘두 국가 해법’을 골자로 한 오슬로 협정을 중재해 항쟁을 무마했다.
2000년 2차 인티파다의 여파로 하마스가 2006년 자치정부 선거에서 승리하자 미국은 파타(PLO를 주도한 정당)의 쿠데타를 사주해 하마스를 서안지구에서 쫓아냈다.
1995년 미국 의회는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법을 통과시켰다. 사실상 예루살렘 전역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아랍권의 반발을 의식해 대사관 이전을 미루다 2017년 트럼프가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포했고, 2018년 실제로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했다.
미국은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을 11분 만에 승인해 준 이래 지금까지 이스라엘에 2636억 달러가 넘게 원조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대외 원조 최고 수혜국이다.
이스라엘이 2009년, 2012년, 2014년, 2021년 가자지구를 폭격하고 정착촌을 확대해도 미국은 지원을 멈추지 않았다. 올해 7월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의 제닌 난민촌을 공격했어도 마찬가지였다.
석유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이윤 체제가 지속되는 한 미국 등 서방은 중동을 포기할 수 없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예나 지금이나 미국의 중동 전략에서 핵심적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2011년 아랍 혁명은 억압적이고 부패한 아랍 정권들뿐 아니라 이스라엘까지 위협했다. 그만큼 새로운 아랍 혁명은 미국 등 서방 제국주의에도 치명타가 될 것이다.
미국은 아랍 대중의 반란이라는 잠재적 위험 요소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이스라엘이 꼭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에 맞서려면 미국 제국주의에도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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