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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팔레스타인과 경제 혼란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는 독재자 엘시시

이집트 독재자 엘시시가 10월 28일(이하 현지 시각)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이틀 휴전을 제안했다. 그 기간에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 중인 일부 팔레스타인 수감자들과 이스라엘인 인질 4명을 교환하자는 것이다.

엘시시는 이틀간의 휴전이 발표되면 협상을 계속해서 영구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집트는 그동안 가자지구 휴전 관련 협상에서 주요 중재자 구실을 해 왔다. 하지만 엘시시가 휴전안을 공개적으로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이집트로부터 제안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엘시시의 휴전 제안이 있은 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윌리엄 번스는 카타르 도하에서 이스라엘 해외 정보기관 모사드 국장 다비드 바르니아와 카타르 총리 알타니를 만나 가자지구 휴전을 논의했다.

그러자, 전쟁 지속 의사가 확고한 네타냐후는 “이틀 휴전안”을 환영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의 철수와 영구 휴전을 요구하는 하마스는 당연히 이집트의 제안을 거부했다.

미국은 하마스가 휴전안을 거부한 것을 빌미로 하마스 지도부를 추방하라고 카타르 정부에 요구했다. “인질 석방 제안을 거듭 거부했기 때문에, [하마스] 지도자들은 더는 미국의 파트너 국가 수도 어디에서도 환영받아서는 안 된다.”(〈더 크래들〉, 11월 9일 자)

카타르 정부는 하마스에게 도하를 떠나라고 요청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사무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한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마스와 파타는 11월 2일 카이로에서 만나 가자지구의 전후 운영을 위한 위원회 구성을 논의했다.

“첫 회동 후 하마스 관계자는 저항 운동[하마스]이 ‘팔레스타인의 해결책이 되기만 하면’ 모든 제안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파타 중앙위원 압바스 자키는 … 하마스와 파타의 협력은 ‘팔레스타인인들이 후견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고 싶어 하는 자들의 길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들이 모두 여전히 ‘불분명’하며, 파타, 하마스,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 등 팔레스타인 정파들은 ‘단일 대오’를 유지해야 한다고 자키는 덧붙였다.”(〈더 크래들〉, 11월 3일 자)

미국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에 이집트가 전후 6개월 동안 가자지구 “경찰” 역할을 해 달라고 엘시시에게 제안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팔레스타인 당국(PA)에 가자지구 통치권을 넘기고 싶어 했다. 그러나 엘시시는 두 번 다 거절했다.

엘시시는 야당인 무슬림형제단과 하마스가 같은 계열이기 때문에 하마스에 적대적이다. 그래서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치를 끝내고 싶어 하는 미국·이스라엘에 동조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집트가 가자지구 운영에 관여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중재자가 아니라 점령군이 될 수 있다. 이집트 군대가 팔레스타인 조직들과 대치하면서 벌어지는 갈등이 이집트 국내로 번질 수 있다.

그래서 엘시시는 하마스와 파타가 카이로에서 대화하도록 장을 열어 주는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책”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이 지원하는 독재자 엘시시는 결코 팔레스타인인들의 친구가 아니다. 엘시시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과 레바논인들을 대량 학살하고 이란으로까지 전쟁을 확대한다면 자신의 정권에 심대한 타격을 줄까 봐 노심초사하는 것일 뿐이다.

가마솥

엘시시 독재정권은 수많은 투사들을 탄압·수감·살해하고 서방이 제공하는 지원 덕분에 권력을 부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집트 사회는 부글부글 끓는 가마솥이다. 엘시시가 간신히 닫아 둔 솥뚜껑은 언제든 열릴 수 있다. 엘시시가 무슬림형제단·좌파·노동조합 등 정권에 도전할 세력 전부를 무자비하게 탄압함으로써 국가와 대중 사이의 완충 요소를 제거했기 때문이다.

도처에서 압력이 증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1월 5일부터 약 80억 달러 규모의 이집트 구제금융 지급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엘시시는 이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지난 3월에 “개혁 프로그램”에 합의했다. 이집트는 부가세 도입, 에너지 보조금 삭감, 통화 변동환율제 도입 등 “개혁”을 단행했다. IMF는 “이집트가 과감한 개혁을 실행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시장 지향 ‘개혁’이므로 노동자와 빈민에 대한 고통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또, 이집트 정권은 10월 18일 연료 가격을 2이집트파운드(0.04 미국 달러) 인상했다.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인상이다. 이집트 정권은 2025년 12월까지 연료 보조금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6월에는 정부 보조금을 받는 빵의 가격을 300퍼센트 인상했다. 이집트 국민의 3분의 2가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았다. 1977년에 빵 보조금 제도를 개악하려다 대규모 소요가 일어난 바 있다.

현재 이집트 정권은 시장 개혁 속도가 너무 빨라 대중의 분노가 폭발할까 봐 걱정하고 있다. 엘시시는 “지속 불가능한 대중의 압력”이 발생하면 정부가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재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엘시시는 IMF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를 만나 지역 불안정, 특히 장기화되는 가자 전쟁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집트는 수에즈 운하 위기로 통행량이 60퍼센트 감소해 약 60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가르비야 주(州)에 있는 나흐데트 사마눈드 섬유공장 노동자 600여 명이 8월부터 한 달 동안 정부가 의결한 최저임금 인상을 실행하라고 요구하며 파업했다.

이 법에 따르면 현재 월 평균 3500이집트파운드(약 9만 900원)를 받는 노동자의 임금이 6000이집트파운드(약 17만 원)로 두 배 가까이 인상된다.

10월 21일에는 국영기업 이집트알루미늄컴퍼니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갔다. 노동자들은 성과급 삭감을 반대했다.

엘시시에게 최악의 악몽은 광범한 팔레스타인 연대 정서가 긴축과 권위주의 통치에 반대하는 투쟁과 결합되는 것이다.

그리되면 엘시시 정권은 몰락할 수도 있다. 인구가 1억 650만 명인 나라에서 그런 격변이 일어난다면 미국과 이스라엘에 미칠 영향은 지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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