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서울):
“행동에 나선 우리 모두가 고위 정치인, 관리들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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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계속되는 인종 학살 전쟁에 맞서, 서울 도심에서 팔레스타인 연대자들이 이스라엘과 미국을 규탄하고 더 큰 운동을 건설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11월 23일 오후 2시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맞은편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의 61번째 집회가 열렸다.
이번 집회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와 전 국방장관 갈란트의 체포영장을 발부한 가운데 열렸다.
첫 연설을 한 팔레스타인계 요르단인 무함마드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이 인종 학살을 시작한 지 400일이 넘어서야 ICC는 체포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팔레스타인인들은 공습과 학살을 당하고 있습니다.
“체포영장 발부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공습뿐 아니라 기근으로 죽어 가고 있습니다. 가자 북부뿐 아니라 가자지구 전역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무함마드 씨는 현재 미국·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협상에 관해 날카롭게 경고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협상을 통해 레바논 저항 세력과 가자지구의 저항 세력을 분열시키려는 공작을 펴고 있습니다. 헤즈볼라로 하여금 가자지구의 무장 저항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그만두게 하려는 것입니다.”
끝으로 무함마드 씨는 연대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팔레스타인인들을 계속 지지하고 지켜야 합니다. 식량이나 의약품을 보내든, 다양한 형태의 집회와 시위를 벌여서든 말입니다.”
집회 장소에는 비리야니(중동식 볶음밥) 판매 수익금 등으로 레바논의 팔레스타인인 난민들에게 식량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이 진행됐다.
사회자는 얼마 전 연세대 학생들도 캠퍼스에서 전통 음식 나눔 모금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집회 참가자들에게도 팔레스타인인 난민 지원 모금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자이투나 나눔문화학교’ 후원 링크)
‘행동하는인하인권연대’에서 활동하는 인하대 학생 이예빈 씨는 꾸준한 활동으로 주변 사람들을 변화시킨 경험을 집회 연설로 전했다.
“저도 처음에 학교에서 진행된 홍보전을 보고 팔레스타인 집회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랬던 제가 이제는 학교에서 홍보전을 하고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습니다.
“저의 활동을 보면서 제 친구들이 하나둘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단체를 만들고 포스터를 붙이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함께 여러 집회에 나섰습니다. 저의 오랜 친구는 제가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에 가입했습니다.
“우리는 위대한 팔레스타인 해방·연대 운동의 파도 위에 있는 용감한 사람들입니다. 우리 모두가 대통령, 정치인, 고위 관료보다 중요한 역사적 인물들입니다.”
집회 장소에는 같은 날 저녁에 열릴 대학생들의 포럼 ‘캠퍼스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건설하기’를 알리는 부스도 있었다. 사회자는 캠퍼스에서의 다양한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모색할 이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했다.
이날 집회 행진은 주한 미국 대사관 인근, 인사동을 거쳐 다시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까지 이어졌다. 팔레스타인인·아랍인·한국인 등 다양한 국적의 활동가들이 구호를 선창하며 행진을 이끌었다.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행진 대열은 잠시 멈춰 서서 미국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한껏 외쳤다. 미국은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가자 전쟁 즉각 휴전 촉구 결의안에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했다. 참가자들은 최근 미국의 외교·안보 요직에 강경 친이스라엘 인사를 발탁하고 있는 트럼프를 겨냥해서도 구호를 외쳤다.
인사동 거리에 접어든 행진 대열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대열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행인이 거의 없었다. 구호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거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한 레바논인이 무척 반가워하며 행진에 합류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연대를 이어 갈 것을 다짐하며 행진을 마무리했다. 주최 측은 12월 8일(일) 오후 2시에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맞은편에서 열리는 ‘집중 행동의 날’ 참가 조직에 총력을 다해 달라고 촉구했다.
행진을 마친 뒤, 한 한국인 대학생은 “파이팅 넘치는 집회와 행진이었다”고 기자에게 소감을 전했다.
한 재한 팔레스타인인 유학생은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절망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집회에 오면 고향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팔연사는 다음 주 토요일에도 서울에서 집회를 연다. 또, 내일 오후 4시에는 인천 구월동 로데오거리 입구에서 ‘인천 행동의 날’이 예정돼 있다. 부산과 대구에서도 집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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