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트럼프의 당선은 ‘규칙 기반 질서’의 종말을 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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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재선은 전 세계에 충격파를 일으켰다. 그 파장은 특히 자유주의적 제국주의 블록에 집중됐다. 주로 서유럽과 동아시아에 있는, 미국과 긴밀한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1989년 스탈린주의 체제의 붕괴를 두고 “역사의 종언”을 선언해 유명세를 탔다. 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경쟁 체제들을 물리치고 승자로 등극했다는 것이다. 이제 후쿠야마는 “미국 유권자들이 자유주의를 확고하게 거부했다”고 한탄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렇게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는 미국 주도 전후 질서 붕괴의 징후다.” 그 신문은 한 미국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했다. “모두에게 정말 악재다. ⋯ 아무도 승자가 아니다. 아마도 푸틴만 빼고.”
이들은 오늘날 “규칙 기반 국제 질서”라고 불리는 것이 저무는 것을 한탄하고 있다. 사실 그 질서는 1945년 이후 미국이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을 자신의 하위 파트너로 삼고, 자신의 지도하에 결집시켜 세계를 지배하려고 구축한 것이다. 그 질서의 규칙은 미국이 지배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나토 등의 기구들이 세웠다.
그러나 미국은 자신에게 그 규칙이 구속력을 갖는다고 단 한 번도 여긴 적이 없다. 예컨대 2002년 미국 국회는 미군 인사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무력을 동원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것이 속칭 “헤이그 침공법”이다.[국제형사재판소가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기 때문이다. — 역자]
그럼에도 이 “규칙 기반 질서”가 지난 20년 동안 분열된 것도 사실이다. 근본 원인은 미국의 제국주의 패권이 잇달아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07~2009년 국제 금융 위기로 타격을 입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패배를 겪었다. 그리고 중국이 만만찮은 “동급 경쟁자”로 등장했다.
트럼프의 첫 임기는 이런 변화에 대한 대응이었다. 이를 위해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트럼프의 방법은 관세(“사전에 등재된 가장 아름다운 단어”)를 이용하고, 자신이 보기에 미국을 등쳐 먹고 있는 국가들(동맹국이든 적성국이든)에게서 양보를 얻어 내는 것이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동맹국들 사이에서 일으킨 패닉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트럼프의 정책을 상당 부분 계승하기도 했다. 대(對)중국 정책의 경우가 가장 분명했는데, 바이든은 트럼프가 일으킨 무역 전쟁을 더 확대했다.
비교적 덜 알려진 사례는 세계무역기구(WTO)와 관계있다. 1990년대에 WTO가 설립된 목적은 트럼프가 옹호하는 것과 같은 보호무역을 후퇴시키는 것이었다. 처음에 미국은 WTO의 역할을 가장 적극적으로 고취시킨 국가였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WTO 상소기구 위원 임명을 거부해 왔다. 상소기구의 결정이 미국의 주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물론 여전히 바이든은 러시아를 상대로 우크라이나에서 대리전을 벌이기 위해 동맹국들을 나토로 결집시켰다. ‘북대서양 조약 기구’라는 명칭과 상관없이 나토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중국 견제 작전을 조율하는 데에도 갈수록 동원되고 있다.
트럼프는 나토의 유용성에 회의를 제기해서 악명을 떨쳤다. 게다가 트럼프는 러시아가 현재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그냥 러시아가 차지하게 두는 합의를 하도록 우크라이나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가 이미 푸틴과 통화를 했다고 주장했다.
자유주의적 제국주의가 공세를 펴고 있는 다른 두 전선 — 중동과 동아시아 — 에서 트럼프가 무엇을 할지는 훨씬 불투명하다. 트럼프는 이란과 중국 모두에 호전적이다. 그러나 국제 정치를 일련의 “거래”로 취급한다는 트럼프의 접근법은 중국 정부와의 거래라는 결과로도 나타날 수 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무역 흑자를 보고 있는 유럽연합은 트럼프에게 두려워할 게 많다. 트럼프는 관세를 20퍼센트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한 경제학자는 이것이 전 세계에 “거시적 쇼크”를 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스〉의 평일 뉴스레터 ‘언헤지드’에 실린 논평은 흥미로운 지적을 한다. “트럼프는 시장으로 자신의 성과를 측정하려 한다. ⋯ 시장의 적대가 지속되면 트럼프가 어떻게 행동할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트럼프는 겁을 먹고 경제의 기존 통례를 따를지도 모른다.”
이런 온갖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는 경제적·지정학적 분열을 가속시킬 것이다. 국가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책략을 펴고, 흥정을 하며 득을 챙기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트럼프가 강화시키고자 하는 미국의 제국주의 패권을 더 약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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