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정부가 야당 유력 대선 주자를 구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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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튀르키예 좌파, 우리에게도 남 일이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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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에서도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3월 19일 튀르키예 정부는 야당인 중도좌파 공화인민당(CHP)의 유력 대선 주자이자 이스탄불 시장 에크렘 이마모을루를 비롯해 공화인민당 정치인 100명을 체포했다. 이마모을루가 당내 대선 후보 경선을 통해 출마가 확정되기 직전에 벌어진 일이다.
현 튀르키예 대통령 에르도안의 정의개발당(AKP)과 극우 정당인 민족운동당(MHP)의 연립 정부는 자신들이 대선에서 패배할 듯하자 권위주의적 수단을 동원해 정권을 지키려 하고 있다.
체포 직전 이마모을루는 대학 학위를 초법적으로 박탈당했다. 튀르키예에서는 대학 학위가 있어야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것을 정부가 노린 야비한 술수다.
이마모을루 등의 체포에는 “부패”와 “테러리즘 지지” 혐의 등이 적용됐다. 여기서 “테러리즘 지지”는 공화인민당이 친쿠르드 좌파 정당인 인민민주당(HDK)과 지방 선거에서 선거 협약을 맺은 것을 가리킨다.
쿠르드인 운동은 쿠르드인의 권리를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튀르키예 국가의 혹심한 탄압을 받아 온 운동이다. 그 운동을 “테러리즘”으로 모는 것은 한국의 ‘종북좌파’ 마녀사냥을 떠올리게 한다.
현재 튀르키예 지배계급은 격동하는 중동 정세 속에서 자신의 지정학적 야심을 펼 기회를 포착하려 하고 있다. 그래서 그 노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쿠르드인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쿠르드인 운동과의 ‘평화 프로세스’를 시작하면서도, 민주적 열망이 분출할 여지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게다가 튀르키예는 전례없는 물가 상승을 겪고 있다. 튀르키예 지배계급은 그에 따른 분노가 저항으로 이어지는 것을 줄곧 우려해 왔다.
이마모을루 등의 체포는 이런 위기 속에서 튀르키예가 권위주의로 향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나타낸다.
지난 2월 동안 튀르키예 정부는 수백 명의 쿠르드인 활동가와 좌파 활동가, 언론인, 예술가, 정치인 등을 체포했다.
이마모을루 체포 직후 튀르키예의 여러 도시에서 수만 명이 거리 항의 시위를 벌였다. 특히, 이스탄불주에서는 당국이 나흘 동안 시위를 금지했는데도 많은 사람들, 특히 대학생들이 경찰 통제를 거슬러 시위를 벌였다.
3월 23일(일요일)에는 더 큰 규모로 시위가 벌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