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트럼프는 왜 ‘뒷마당’ 라틴아메리카를 다시 중시하고 있는가?

12월 5일 공개된 도널드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NSS)은 ‘트럼프판 먼로 독트린’을 선언한다. 먼로 독트린은 초기 미국이 대륙 바깥의 강대국들에게 아메리카 대륙에 손을 뻗치지 말라고 경고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아메리카 대륙 중시를 대(對)중국 경쟁에서 후퇴하는 징후로 봐서는 안 된다. 오히려 트럼프의 라틴아메리카 개입이 중국과의 경쟁에 지대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주드 맥케크니는 지적한다.

도널드 트럼프는 카리브해에서 활동하는 군사력을 대거 늘려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미국 제국주의 정책의 가장 공격적인 몇몇 요소를 재점화했다.

트럼프는 ‘마약 밀매와의 전쟁’을 빌미로 카리브해와 동태평양 연안에서 “마약 수송선”에 대한 살상 공격을 명령했다.

그러나 이것은 “마약과의 전쟁”이 아니라 미국이 자신의 지배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신호다.

미국 전쟁부 장관 피터 헤그세스는 이렇게 속내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우리는 뒷마당을 수복할 것이다.”

이 말은 200년 된 정책인 ‘먼로 독트린’을 다시 끄집어내겠다는 뜻이다. 먼로 독트린은 라틴아메리카를 미국 제국주의의 “뒷마당” 세력권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으로, 미국이 제국주의적 영향력을 확장하기 시작한 1823년에 처음 선포된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은 라틴아메리카가 자신의 세력권에 속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유럽 강대국들에 보내려 했다. 그곳에서 유럽 열강의 개입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트럼프가 먼로 독트린을 다시 끄집어 낸 것은 미국의 더 광범한 제국주의 전략 조정의 일환이다. 그것의 우선순위는 미국의 최대 제국주의 경쟁자인 중국에 맞서는 것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는 미국의 기존 대외 정책 교범을 내팽개치고 기존 제국주의 전략과 단절하고 있다.

1945년 이후 미국 제국주의는 자유 무역과 자유 시장에 기초한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세계 질서를 구축했다.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 기간과 종전 후에 만들어진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나토 같은 기구들을 통해 “규칙 기반” 국제 질서를 구축했다.

그 국제 기구들은 이전 시기의 식민 지배와는 매우 다른 유형의 제국을 뒷받침했다.

그 기구들은 달러화와 미국 기업들의 지배를 보장했다. 동시에 미국은 군사적 우위를 이용해 잠재적 경쟁자들을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르도록 했다.

유린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 제국주의는 다국적 기업들이 값싼 노동력·원자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유 무역” 협정을 맺어 그곳을 유린했다. 1898~1994년 동안 미국은 쿠바·파나마·니카라과·우루과이 등 라틴아메리카에 41차례나 공공연히 개입했다.

이런 개입들은 언제나 그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군은 수많은 쿠데타·침공·내전을 지원했다. 미국의 라틴아메리카 개입 역사는 폭력과 살상으로 점철돼 있다.

20세기 내내 미국은 라틴아메리카의 정치를 좌지우지했다. 라틴아메리카 나라에서 사회 운동이 미국의 투자와 시장을 위협하면, 미국은 그 나라에 개입해 정권을 강제로 교체하려 했다.

이를 위해 미국은 군사 개입으로 라틴아메리카 독재자들과 군사 정권들을 지원하고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정권을 무너뜨렸다.

1970년 칠레에서 살바도르 아옌데의 좌파 정권이 민주적으로 선출되자, 1973년 미국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피비린내 나는 쿠데타를 지원해 그 정권을 무너뜨렸다.

미국의 지원을 받은 피노체트의 군대에 의해 3,000명 넘는 사람들이 살해당하고 수십만 명 이상이 살던 곳을 떠나야 했다. 이후 17년 동안 피노체트는 잔혹한 군사 독재를 폈다.

과테말라에서는 1951년 선거로 하코보 아르벤스 정부가 들어서자 1954년 미국이 지원한 쿠데타가 일어나 카를로스 카스티요 아르마스의 극우 정부가 들어섰다.

아르마스는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의 지원으로 집권한 첫 독재자였다. 뒤이어 미국의 개입이 낳은 내전으로 20만 명이 죽었다.

미·중 갈등

트럼프가 라틴아메리카에 다시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는 미국이 다른 지역에서 겪은 힘의 쇠락이 있다.

2000년대에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적 실패를 겪은 후, 미국의 상대적 약화가 중국이 부상할 공간을 열어 줬다.

그러면서 미국은 자국의 영향력을 증대하고 국제 질서의 꼭대기 서열을 지킬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

미국·중국 두 초강대국의 관계는 지난 10월 말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이 무역 합의를 한 뒤 당장은 안정적이 된 것처럼 보인다.

시진핑은 현대적 생산 공정과 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를 1년 유예하기로 했다.

트럼프도 미국 최첨단 기술 제품의 수출 제한을 1년 유예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은 제국주의 경쟁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미·중 경쟁은 오늘날 제국주의에서 핵심 전선이다.

미국 안보 권력자들은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초점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우려할지 모르지만, 트럼프는 후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통제를 확고히 하겠다는 트럼프의 야심은 중국과의 경쟁에 지대한 영향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그린란드부터 라틴아메리카 남쪽 끝에 이르는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어한다.

그에 따라 트럼프는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는 등 전쟁을 벌이겠다고 위협하고, 미국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다른 나라들을 상대로 무역 전쟁을 벌였다.

그린란드에는 세계 “핵심 광물 자원” 50가지 중 43가지가 매장돼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 광물들이 “에너지 생산·전송·저장·보존 기술에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미국이 그 지역을 장악하면 컴퓨터 칩 등의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를 둘러싼 중국과의 경쟁에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 제국주의가 독이 바싹 올라 라틴아메리카를 조준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이미 중국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제1 교역국인데, 2024년 총 교역량은 약 5,200억 달러에 이르렀다.

2018년 이래 중국은 라틴아메리카 리튬 채굴에 약 110억 달러를 투자했다. 칠레 전력의 57퍼센트를 중국 기업들이 공급하고 있다. 중국의 해외 대출은 둔화됐지만 중국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무역 협정을 맺고 전략적 부문에 진출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뒷마당”에서 몰아내고 라틴아메리카를 확고한 통제하에 두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군사적 위협에만 의존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여러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해 왔고, 현지의 친미 극우를 공공연히 지원한다.

브라질 전 대통령인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룰라 정권으로 교체되기 직전 무장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자, 트럼프는 고율의 관세로 브라질을 공격했다[11월 말 트럼프는 그 관세를 거둬들였다 ─ 역자]. 아르헨티나에서 트럼프는 극우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와 2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 그를 구제해 줬다. 또, 트럼프는 파나마 운하를 강제로 “빼앗아” 식민 지배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미국 국토의 연장”

미국은 최근 카리브해에서 공격을 펼치며, 통제력 재천명을 위한 투쟁의 우선순위로 베네수엘라를 골랐다.

베네수엘라는 석유 확인 매장량이 세계 최대인 나라다. 그런데 이미 중국이 그 시장으로 득을 보고 있다.

올해 9월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최초로 자국이 운영하는 유전을 설치했다. 중국이 현재까지 베네수엘라에 제공한 차관 규모는 약 600억 달러에 이르고, 오늘날 베네수엘라는 중국산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베네수엘라와 중동 모두에서 미국은 석유를 통제하고 싶어하는데, 이는 미국 자신이 쓰려는 게 아니라 다른 국가가 통제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목표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입을 틀어쥐고 베네수엘라를 미국 기업들의 먹잇감으로 만드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11월에 보도했듯, 트럼프는 “서반구를 미국 국토의 연장으로 취급하고 있다. 충성하면 포상받고 반항하면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다.”

이 말은 베네수엘라에 가장 잘 들어맞는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의 신병에 5,0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었고, 그곳에 친미 정권을 세우려 한다.

그러나 이전에 미국 제국주의의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 시도들은 실패했다. 1990~2000년대에는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식 혁명’이 미국 제국주의의 이익을 위협했다. 좌파 지도자 우고 차베스가 1999년 대중적 지지를 받으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2002년 베네수엘라의 우익 쿠데타를 지원했지만, 대중 저항이 이를 물리쳤다. 차베스의 성공은 “핑크 물결”의 마중물이 됐다. 2000년대 초 브라질·에콰도르·볼리비아·니카라과 등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에서 대중 저항을 동력으로 좌파 정부들이 잇달아 집권했다.

그러나 차베스의 후계자 마두로는 ‘볼리바르식 혁명’의 급진적 희망을 저버렸다. 부패하고 권위주의적인 마두로 정부하에서 빈부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마두로 정부는 차베스와 혁명의 계승자를 자처하지만 ‘볼리바르식 혁명’의 성과와 노동자 권리를 줄기차게 공격하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거리감과 환멸을 느낀다. 대중의 지지가 시들해진 탓에 마두로 정권은 선거 조작 같은 순전한 책략으로 권좌를 부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렇다고 마두로 정권의 타도가 미국의 제국주의 깡패들과 그들의 현지 동맹들에 의해 이뤄져서는 안 된다.

라틴아메리카의 노동계급과 빈민들은 자국 지배계급과 트럼프·헤그세스 같은 잔혹한 깡패 모두에 맞서 대중 운동을 벌여야 한다.

미국 제국주의자들과 그들의 현지 동맹들이 마두로 정부를 전복한다면 해방의 대의에서 더 멀어질 것이다. 미국 제국주의에 맞서고 사회 정의를 쟁취하려는 운동에 희망이 있다.

번역: 김준효
카카오톡 채널, 이메일 구독,
매일 아침 〈노동자 연대〉
기사를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 설치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