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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중국과의 불안정한 ‘평화’에 타협한 트럼프

지난주 부산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이 만난 정상회담의 결과는 그다지 놀라운 게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분쟁에서 서로 한 발짝 물러설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파다했다. 시진핑은 현대적 생산 공정과 무기 제조에 필요한 희토류의 수출 통제를 1년 유예하고, 트럼프도 미국 최첨단 기술 제품의 수출 제한을 1년 유예하기로 했다.

트럼프는 항구적 평화를 말하지만, 두 제국주의 강대국의 이해득실은 향후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6년 만에 이뤄진 둘의 정상회담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와는 별개로, 둘 사이의 세력 균형 변화가 뚜렷했다.

“10년 전 트럼프가 무역 전쟁을 일으켰을 때 중국은 이를 예상치 못하고 당황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더 잘 대비하고 경제적으로 더 강력해진 중국이 한때 자신보다 훨씬 강력했던 맞수를 멈춰 세울 수 있었다.

“지난 4월 트럼프가 ‘해방의 날’ 관세를 선언한 이래, 중국은 적어도 세 번이나 미국의 징벌적 조처를 저지하고 미국을 협상 테이블에 끌고 나왔다.”

프랑스 은행 BNP 파리바는 미국이 “자신에게 실질적이고 경제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경쟁자를 상대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것은 “미국에게 낯선 상황이고, 중국이 세계경제의 슈퍼파워가 됐음을 확인시켜 주는(적어도 우리에게는) 변화다.”

트럼프의 “전쟁부 장관” 피터 헤그세스도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방금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대화에서 우리는 미중 관계가 지금보다 좋은 적이 없었다는 데 서로 동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적인 이번 ‘G2 회담’이 미국과 중국의 항구적 평화와 성공을 위한 흐름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헤그세스는 미국 국방부의 새 국가방위전략(NDS) 수립을 총괄하고 있다. 새 NDS가 미국 국가 안보 핵심 기관들의 뜻을 거슬러, 중국의 부상을 차단하는 데 더는 초점을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의 부상을 차단하는 것은 버락 오바마 이래 미국의 우선순위였다.

필리핀 좌파 월든 벨로는 이렇게 지적한다. “트럼프의 언사는 공세적이지만 우리는 외관에 속지 말아야 한다. 사실 트럼프는 세계 도처에서 미국 헤게모니에 대한 위협과 대결하는 방식에서 ‘세력권’을 지키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은 라틴아메리카를 포함해 서반구를 자신의 세력권으로 여긴다.

“러시아를 동유럽의 지배자로 비공식 인정하고, 서유럽은 혼자 힘으로 살아남도록 내버려두고, 아시아-태평양은 중국의 세력권으로 본다.”

월든 벨로는 “트럼프의 대전략”을 “쇠락하는 제국 권력이 싸우면서 퇴로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요약한다.

올바른 진단이지만 단서를 붙여야 한다. 비록 중국은 미국의 기술과 군사력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전 지구적인 제국을 관리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전역의 미군 기지들로 이뤄진 세계적 군사 인프라를 갖고 있고, 달러화를 통제함으로써 금융 시스템을 지배하고 있다. 미국 지배자들은 실리콘밸리가 인공지능 경쟁에서 [중국을 — 역자] 이길 것이라는 데에 판돈을 걸고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은 여러 영역에서 여전히 손을 뗄 수 없는 처지다. 예컨대, 미국은 다시금 중동으로 깊숙이 끌려 들어가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는 미국의 상대적 힘이 이전 대통령들 때보다 약한데도 더 극단적으로 강자의 오만을 과시하고 있다.

월든 벨로는 트럼프가 급박한 아시아 순방을 통해, 미국과 오랜 관계를 이어 온 아시아 국가들의 지도자들을 어떻게 모욕했는지 묘사한다. 그러는 동안 중국의 영향력은 아시아뿐 아니라 중동,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에서 커지고 있다.

트럼프와 헤그세스는 “G2”가 서방의 낡은 G7이나 심지어 G20(주요 개발도상국들이 포함된)을 대체하고 세계를 지배하는 것을 꿈꿀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둘 다 전지구적으로 영향력을 뻗치고 있는 만큼 두 거대 제국주의 강대국은 앞으로 이해득실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 충돌은 아시아에서 벌어질 수 있다. 특히 대만이 유력한 발화점이다. 그러나 발화점은 다른 곳이 될 수도 있다.

어느 경우가 됐든 부산에서 이뤄진 것은 21세기를 주름잡고 있는 제국주의 간 경쟁의 일시적이고 불안정한 균형이다.

번역: 김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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