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베네수엘라 겁박에 이어 온두라스 대선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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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은 빌미일 뿐, 목적은 라틴아메리카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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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는 무력을 앞세워 라틴아메리카에 계속 개입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목표로 카리브해에서 살상 작전을 계속하는 가운데 이제는 온두라스 대선에도 개입하고 있다.
11월 30일 온두라스 대선에서 두 유력 후보 살바도르 나스라야와 나스리 아스푸라가 박빙으로 경합했다. 트럼프는 중도 후보 나스라야에 맞서 아스푸라를 지지한다.[개표는 열흘 가까이 중단과 재개를 거듭하다 10일 또다시 재개됐는데, 재개 시점에 아스푸라와 나스라야의 득표율 차는 0.7퍼센트에 불과했다. ─ 역자]
트럼프는 불신과 혼란을 부추길 의도로 선거에 개입했다. 트럼프는 1일 밤 이렇게 선언했다. “온두라스가 대선 결과를 조작하려 하는 듯하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지옥 같은 대가를 치를 것이다.”
트럼프는 아스푸라가 당선하면 온두라스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낙선하면 남미에서 손꼽히게 가난한 온두라스에 대한 지원을 끊겠다고 이렇게 협박했다. “아스푸라가 낙선하면 미국은 나쁜 곳에 선한 돈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에 득이 되게끔 선거 결과를 좌우하려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스라야는 좌파 정당 해방당 소속인 현 대통령 시오마라 카스트로의 부통령을 지냈는데, 트럼프는 나스라야가 “공산주의자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11월 28일 트럼프는 국민당 소속 온두라스 전 대통령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를 사면하겠다고 했다.
“전 대통령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를 완전 사면할 것이다. 내가 매우 존중하는 많은 사람들에 따르면, 에르난데스는 매우 부당하고 가혹한 처우를 당해 왔다.”
에르난데스는 미국행 코카인 밀매선이 온두라스를 무사통과하도록 비호하고 막대한 돈을 받은 혐의로 2022년 미국으로 인도돼 2024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에르난데스는 온두라스 대통령을 두 차례 지냈으며 트럼프 정부의 충실한 동맹으로 여겨졌다.
이렇게 에르난데스를 사면하는 트럼프가 “마약 밀매 선박”에 대한 엄정 대응을 운운하고 있다. 지난 몇 달간 미군은 전쟁부 장관 헤그세스의 지휘하에 카리브해에서 최소 80명을 죽였다.
트럼프는 마약 밀매 근절을 명분 삼아 라틴아메리카를 겨냥한 미국의 군사력 증강을 정당화해 왔다. 에르난데스 사면은 그 명분이 거짓임을 분명히 보여 준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 겁박에서 온두라스 대선 개입에 이르기까지, 트럼프의 관심사는 마약이 아니라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의 힘을 재구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