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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중대재해 처벌 피하려 방사선 피폭을 “질병”이라 주장
이를 편든 근로복지공단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노동자 2명이 방사선에 피폭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피폭 강도는 최대 기준치의 188배가 넘었다. 노동자들은 심각한 화상을 입었고 언제 일상 생활이 가능할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삼성전자 사측은 이처럼 명백한 사고로 인한 화상이 “질병”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해 가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현행법에는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할 경우 중대재해로 규정하게 돼 있다. 이에 따르면 노동자 2명이 피폭 화상을 입은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대상이 된다.

반면 질병의 경우에는 3명 이상이 발생해야 중대재해로 규정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사측은 굳이 이번 화상을 질병이라고 우기는 것이다. 피해를 축소하고 처벌을 피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원자력의학원도 이 노동자에 대해 피폭으로 인한 “방사선손상”이라고 명확하게 진단서를 발행했다.

9월 11일(수) 중대재해 처벌을 피하려 꼼수를 쓰는 삼성전자와 이를 비호하는 근로복지공단을 규탄하는 삼성전자노조 기자회견 ⓒ정선영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은 삼성전자 사측의 주장을 편들고 있다. 피해 노동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로 산재보험 신청을 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질병’으로 처리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의사의 진단조차 무시한 것이다.

이처럼 근로복지공단이 삼성전자 사측을 편들고 나선 데에는 국제적으로 반도체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정부, 여야 가릴 것 없이 반도체 기업 지원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분위기가 작용했을 것이다.

게다가 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박종길은 취임 직전까지 삼성전자 반도체 안전보건고문으로 일했다.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9월 11일(수) 전국삼성전자노조는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을 규탄하고 주무기관인 고용노동부가 이를 시정해 줄 것을 요구하며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방사선 피폭 피해자 이용규 씨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선영

이 자리에는 방사선 피폭 피해자 이용규 씨가 직접 나와 부당함을 호소했다.

“삼성전자와 근로복지공단은 현재 중대재해처벌을 피하기 위해 방사선 피폭 화상 부상에 대해 질병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 사고는 명확한 부상이 맞습니다.

“[이는] 현 국가의 정의와 중립성에 매우 중대한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부의 공정하고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이용규 씨는 손가락을 절단할 위기를 겪었고, 여전히 양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기자회견 장에서도 이용규 씨의 양 손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고, 스스로 마이크를 들 수 없어 옆의 사람이 대신 들어야 했다.

삼성전자노조 손우목 위원장은 “이 재해는 명백히 중대재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사측과 부당한 결정을 한 근로복지공단을 규탄했다. “삼성전자노조는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과 민주노총 금속노조에서도 참가해 연대했다.

이윤에만 혈안이 돼 노동자 안전을 무시한 삼성전자는 마땅히 중대재해 처벌을 받아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근로복지공단의 부당한 결정을 철회하고 노동자 피폭 화상이 사고로 인한 것이라는 명백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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