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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방사선 피폭 사고 노동자에게 책임 전가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노동자 2명이 방사선에 피폭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노동자들의 손은 각각 연간 노출 허용 기준치보다 무려 188배, 56배 많은 방사선에 피폭됐다. 안타깝게도 한 피해자는 손가락 7개나 절단할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회사가 초기에 늑장·부실 대처로 일관했고 심지어 피해 노동자들에게 사고의 책임을 떠넘기려 한 정황이 폭로됐다.

대학병원 입원 당시 피해자의 양손 사진 ⓒ삼성전자노조 제공
피해자가 노조 게시판에 올린 방사선 피폭 손 사진 ⓒ삼성전자노조 제공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에 따르면, 사측은 사고 이후 피해자들에 대한 최선의 치료 지원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사고 다음날 몸에 이상을 느낀 피해자들은 사내 병원을 방문했지만 방사선 전문 진료 인력이 없어 검사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기흥공장에 방사선 설비가 즐비하지만 사측은 관련 전문 의료인조차 상주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피해자들이 방사선 진료 전문 병원인 서울 원자력병원으로 이송을 요청했지만, 사측은 사내 구급차가 한 대뿐이라 관외로 이송이 불가하다며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데려갔다.

그러나 그곳에도 방사선 진료가 가능한 의사는 없었다. 심지어 사측은 원자력병원으로 이송을 하루 뒤로 미루자고 했다. 피해자들이 이를 거부하고 원자력병원으로 이동해 검사를 받은 결과 방사선 피폭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측은 양손을 쓸 수 없는 피해자의 간병인 지원과 치료비 지급도 거부했다. 피해자는 카드 대출을 받아 병원비를 납부해야 했다.

몰염치한 사측의 태도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측은 피해자들에게 사고 책임을 떠넘기려 시도했다.

피해자들은 방사선 발생 장비를 점검하던 중에 피폭 사고를 당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당시 방사선 발생을 차단해야 하는 ‘인터락’(안전을 위해 특정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작동을 막는 장치)이 오류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폭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사측 관리자들은 사고 초기 작성한 보고서에서 피해자들이 인터락을 작동시키지 않았다며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했다.

그러나 해당 장비의 인터락은 “A급 인터락으로 국가 법령에 따라 관리되기 때문에 작업자가 임의로 조작할 수 없”다.

노조에 따르면 허위 보고서를 쓴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 조처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측은 지금도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한 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사심 갖고 일해 봤자, 다치면 소모품 취급”

노동조건과 안전에 대한 삼성전자의 태도는 고 황유미 씨 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을 외면해 왔던 것에서 달라진 게 거의 없다.

노조는 피해자인 이모 조합원이 2012년 입사 이후 상장을 20여 개나 받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는데도, 회장 이재용으로부터 사과 한 마디 못 받는 등 사고 이후 사측이 자신을 소모품처럼 다룬다는 생각에 깊은 실망과 분노를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대우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 전체의 문제임을 강조하며 노동조합이 앞장서서 이러한 부당한 처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노조가 추가 폭로한 바에 따르면 당시 피폭 사고 현장에는 피해자들 외에도 청소, 물류, 장비업체 등 협력업체 소속의 많은 노동자들이 있었지만, 사측은 이들에게 피폭 상황을 알리지 않았다. 사고를 숨기는 데만 골몰한 것이다.

삼성전자노조는 이재용과 사측에 피해자에게 즉시 사과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 사고 책임자와 허위 보고서 관여자에 대해 엄중히 처벌할 것, 한 달 내로 방사선 장비를 다루는 전 직원과 해당 사고 라인에 근무하고 있는 모든 직원(협력업체 포함)에 대한 특수 검진 실시 등 9가지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또 노조 요구를 반영한 재발 방지 대책을 9월 안에 공표하라고 촉구했다.

삼성전자 사측과 이재용은 즉시 노조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