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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 반대한 평화 활동가들을 간첩으로 몬 정부:
진보당, 청주 활동가 방어 나서야

8월 2일 청주에서 박응용 씨를 비롯한 지역 활동가 3명이 간첩 혐의(국가보안법상 목적 수행 혐의 등)로 구속됐다. 다른 1명(손종표)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경찰은 이들이 북한 공작원을 만나 공작금을 받았고, 북한의 지령을 받아 이른바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를 결성해 F-35 전투기 도입 반대 운동 등을 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이 활동가들이 ‘간첩’이라고 요란하게 떠들면서 이 사건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윤석열, 최재형 등 국민의힘 대선 주자를 비롯한 우파들도 청주 활동가들을 공격했다.

청주 활동가 4인은 “북한의 지령을 받고” F-35 도입 반대 운동을 펼쳤던 것일까?

9월 10일에 기자가 만난 손종표 씨는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자신들이 사는 곳에 F-35가 들어오는 것을 좌시할 수 없어서 반대 운동을 시작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정부는 F-35 배치에 반대하는 평화적 운동을 ‘간첩단’ 활동으로 매도했다 ⓒ출처 F-35도입반대 청주시민대책위

“F-35가 청주공항에 배치된다는 얘기는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어요. 그런데 청주공항은 우리가 사는 오창읍에서 불과 2킬로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박근혜가 결정했다고 하지만, [F-35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이 4·27 판문점 선언 등에서 약속한 바와 맞지 않았어요. 게다가 F-35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 무기입니다.

“이런 전쟁 무기가 들어와 여기[청주]가 전쟁터가 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할 수 있는 대로 1인 시위를 했고, 민중당(현 진보당)을 비롯해 여러 단체에 제안을 보냈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않아, 우리끼리 시작했죠. 1인 시위와 서명 운동 등을 했어요.”

정부가 터뜨려 온 ‘간첩’ 사건에는 북한 공작원과 그와 “접선”한 자생적인 좌파 활동가 몇몇이 연루되곤 한다. 그러나 북한 공작원의 존재는 탄압의 빌미일 뿐이다.

좌파 활동가들이 북한 체제를 진보적이라고 여겨 그 체제를 지지하고, 북한 정부 인사들을 접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 토론과 논쟁의 문제이지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할 문제가 아니다.

지배자들은 북한과의 ‘회합·통신’ 문제에 언제나 이중 잣대를 들이댔다. 자신들은 필요에 따라 북한 당국과 접촉하면서, 좌파 활동가와 평범한 사람들이 북한 주민이나 당국과 ‘통신·회합’하는 것은 차단하고 처벌해 왔다.

정부는 북한 당국과의 ‘연계’를 문제 삼지만, 국가보안법의 칼날이 진정으로 겨냥하는 것은 국내의 정치적 반대자와 그 운동이다.

구속영장청구서에서 검찰은 활동가 4인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북한에 보고하고 국내 정세 동향을 탐지·수집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 “국가기밀”이라는 것은 2019년 민중당(현 진보당) 충북도당 윤리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이었다. 당시 손종표 씨 등은 당내 갈등으로 충북도당 윤리위에 제소돼 있었다.

검찰은 피제소자들이 윤리위 논의 내용을 파악한 게 “국가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한 것이라고 터무니없는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수집했다는 국내 정세 동향은 대부분 언론 보도, 민주당 지역 관계자와의 통화 내용, 국회의원과의 짧은 면담 내용 따위다.

이런 것을 두고 간첩 활동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억지다.

국가기밀 수집?

손종표 씨는 자신들이 오랫동안 국정원 등의 사찰 대상이었다고 했다. 간첩으로 몰린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2000년에 국정원은 박응용 씨 등이 속한 새아침노동청년회의 회원에게 접근해 프락치 활동을 하라고 회유하다가 폭로된 바 있다. 박응용 씨의 아들도 표적이 된 적이 있다고 한다. “2008년에 박응용 씨의 큰 아들이 기무사에 끌려 간 적이 있어요. ‘네 아버지가 간첩이다’ 하고 협박했대요.”

공안 당국의 계속된 사찰은 이들에게 큰 압박이 됐을 것이다.

수사관들이 몰려가 처음으로 압수수색을 벌일 당시, 손종표 씨의 집에는 어린 두 자녀들(초등학생, 유치원생)이 있었다.

박응용 씨는 한국타이어 해고노동자로 오랫동안 노동운동, 통일운동을 해 온 활동가다. 한국타이어에서 민주노조 운동을 하다가 1995년에 해고됐다. 이후에도 오랫동안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집단 사망 문제를 제기하며 활동해 왔다.

손종표 씨는 수감 중인 박응용 씨의 건강을 염려했다. 그가 오래 전부터 타카야수 동맥염을 앓았기 때문이다. 타카야수 동맥염은 구체적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그런데 구속자를 면회하기도 쉽지 않다. 코로나19 때문에 면회 횟수가 제한돼서 일주일에 이틀만 면회가 가능하다고 한다.

밤묘목

청주 활동가들이 벌인 F-35 도입 반대 운동, 북녘 통일 밤묘목 보내기 운동 등은 평화 운동의 일환이었다. 1인 시위, 서명운동, 모금 같은 온건한 캠페인 방식으로 펼쳐졌다.

손종표 씨는 밤묘목 보내기 운동을 시작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9·19 평양 공동선언에 산림 복원 항목이 있어요. 마침 지역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민간 차원에서 중국에서 북한으로 묘목을 보냈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렇다면 우리도 품질 좋은 밤묘목을 키워서 [북한에] 보내 보자고 했어요.”

비열하게도 공안 당국은 이런 활동들이 마치 북한의 조종에 따른 것처럼 보이게 하려 했다.

F-35 도입 반대는 북한의 지령과는 상관없는 평화 운동의 요구다.

F-35 전투기는 첨단 스텔스 전투기로 일각에서는 ‘게임체인저’로 부르기도 한다. 북한은 자국 방공망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F-35 도입에 반발해 왔다.

F-35 등의 전략 무기 도입은 중국 등을 자극하고 한반도와 그 주변의 불안정을 높이는 데도 크게 일조한다.

문재인 정부는 서민 복지 향상에는 인색하면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F-35 전투기를 사오는 데는 주저하지 않았다.

평화 운동의 대의를 방어하려면 청주 활동가 4인에 대한 국가보안법 탄압에 반대해야 한다.

국가보안법 폐지

그런데 그간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에 앞장서 온 진보당은 아쉽게도 청주 활동가들을 방어하는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지난달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진보당과 청주 활동가 4인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전에 당에서 징계도 받았고, 탈당도 했고, 지금은 당하고는 아무런 연관이 없더라고요.”

물론, 2019년 민중당 충북도당에서 이 활동가들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 그후 그들 중 일부가 당을 나왔다.

진보당은 공안당국이 간첩이라고 호명한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싶은 듯하다.

그러나 김재연 대표가 이렇게 선을 긋는 게 현명한 일일까?

평소 청주 활동가 4인의 주장이나 활동 방식에 이견이 있더라도, 국가보안법 탄압은 좌파적·반체제적 주장 전반을 위축시키고 노동운동이 정치화하는 것을 막으려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올해 진보당은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에 열의를 보였다. 얼마 전 국가보안법 폐지 10만 국민동의청원에 성공했는데, 진보당 활동가들이 열성적으로 참가를 조직한 것이 이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 국정원-경찰을 앞세워 정부는 국가보안법 칼날을 더 휘두르는 것으로 답했다.

비단 청주 활동가들만이 아니다. 김일성 회고록 출판 문제 등 여러 국가보안법 사건이 터져 왔다. 진보당 활동가들이 국가보안법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지방의회 의원직을 상실한 것도 문재인 정부 하에서다.

정부의 탄압에 항의하는 효과를 키우고 국가보안법 폐지의 대의를 옹호하려면 청주 활동가들을 방어해야 한다.

진보당은 평소 문재인 정부의 군비 증강을 비판해 왔다. 지난해 11월에는 국방부 앞에서 국방예산 감축과 코로나 예산 확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군축, 남북화해 협력을 지지하는 좌파 정당인 진보당은 정부와 우파가 한반도 평화 운동을 ‘종북’으로 낙인찍고 그 대의를 훼손하려고 청주 ‘간첩단’ 사건을 이용하는 데 마땅히 항의해야 한다.

사상의 자유를 일관되게 방어하는 게 진보당은 말할 것도 없고 좌파의 정치 활동의 폭을 넓히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좌파라면, 청주 활동가들을 방어하고 국가보안법에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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