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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개정 청주 보안법 재판:
평화 운동에 친북 이적 혐의 씌우지 말라

12월 4일 청주지방법원에서 청주 활동가들의 국가보안법 재판이 열렸다.

2021년 검찰은 청주 지역 활동가들을 간첩 혐의로 구속했다. 북한 당국의 지령을 받고 F-35A 전투기 도입 반대 운동 등을 했다는 것이다. 구속된 활동가들은 모두 이듬해 일단 풀려났지만, 1심 재판이 두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

이번 공판에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이명주 전 민중당 충북도당위원장(현 진보당 청주시 지역위원장)이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청주 활동가들이 2020년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송영길을 면담하고 그 결과를 북한에 보고했고, 이것이 북한에 국가기밀을 전달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송영길은 그 면담 사실을 입증하는 증인으로 나왔다.

송영길은 검찰의 질문에 당시 면담이 국가기밀이 언급될 만한 자리가 아니었다는 단서를 달았다. 당시 청주 활동가들이 북한에 밤나무 묘목을 보내는 교류 사업을 하고 싶다며 면담을 요청했고, 자신은 남북 교류에 관심과 책임이 있는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으로서 관련 민원을 청취하는 대화를 나눴을 뿐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송영길이 면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철도 연결에 소극적이다” 하고 활동가들에게 말한 게 국가기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어느 언론도 그런 내용을 보도한 바 없는데, 송영길이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만이 알 만한 대통령 의중을 활동가들에게 말한 것이라는 것이다.

송영길은 당시 대북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남북 철도 연결 문제에 소극적인 대통령에게 불만이었으므로 특별히 기밀에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송영길은 청주 활동가들과 선을 그었다. “대한민국 입장에서 북을 돕는 걸 장려하는 행위나 우리 행위를 북에 보고하는 건 용납될 수 없다.”

송영길은 체제 수호법으로서 국가보안법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북한은 우리 체제를 위협하는 존재이자 통일 대상이기도 한 이중적 존재다. 전자는 국가보안법으로 통제해야 하고 후자는 남북교류협력법으로 다뤄야 한다.”

민주당 당대표 출신의 거물급 정치인이 국가보안법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면, 청주 활동가들을 비롯한 일부 활동가들이 문재인 정부하에서 국가보안법으로 탄압받았던 까닭이 짐작된다. 민주당은 야당일 때도 국가보안법에 진정으로 반대한 적이 없다(대체입법을 주장하거나 오남용을 막기 위한 보안법의 ‘개정’을 주장했다). 오히려 김대중은 물론이고 노무현도 급진적 사상을 억누르기 위해 국가보안법을 활용했다.

당원 명부

송영길 다음으로 이명주 진보당 청주시 위원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검찰은 청주 활동가들이 민중당(현 진보당)에서 받은 징계 논의 과정, 청주시 당원 명부, 충북 총선 평가 등을 북한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런 정보들을 청주 활동가들이 북한에 보고했다는 증거와, 이 정보 취득 과정이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방식이었음을 입증하지 못했다.

당원 명부의 경우, 당시 민중당 청주지역위의 선관위가 웹사이트에 며칠간 스스로 공개해 누구나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정보였다.

검찰은 청주 활동가 일부가 2019년 당시 민중당에서 지역위 신설과 총선 출마 문제 등을 놓고 징계를 받게 된 경위와 사유를 물었고, 이 위원장은 자세히 답했다. 이런 문답을 통해 검찰은 청주 활동가들이 진보당에서 배제 낙인이 찍혔던 사람들이라고 재판부에 각인시키려 한 듯하다.

청주 활동가들은 검찰이 제기한 혐의를 모두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북한 당국에 정보를 제공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진보 정당 당원 명부를 ‘국가기밀’이라고 검찰이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그리고 설사 그것을 북한 당국에 보냈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어째서 간첩 활동인가?

청주 활동가들은 F-35 도입 반대 운동, 북녘 통일 밤나무 묘목 보내기 운동 등 평화 운동을 벌여 왔다. 이를 1인 시위, 서명 운동, 모금 같은 대중적인 방식으로 펼쳤다.

그러나 국정원과 검찰은 이 활동가들을 탄압하며 한반도 평화 운동 자체를 북한의 사주에 따른 활동으로 보이게 만들려 한다.

오랜 구속과 재판이 활동가들에게 상당한 압박이 되고 있다.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박응용 씨는 재판을 받는 동안 급하게 시술을 두 번이나 받았을 만큼 건강이 심하게 나빠졌다.

박승실 씨는 검찰이 제시한 디지털 증거물의 진정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재판부에 항의해 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 박씨는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그러나 〈조선일보〉 등 우익 언론들은 기피 신청이 ‘고의적인 재판 지연’이자 “재판 농단”이라고 비난했다.

국가보안법은 사상 표현을 억압하는 국가 장치이므로, 그 적용과 존재 자체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억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보안법의 존재와 적용에도 반대해야 한다.

12월 12일에 기사를 전면 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