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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보안법 재판:
평화 운동에 12년 중형 선고한 법원을 규탄한다

2월 16일 청주지법 형사 11부(재판장 김승주)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청주 활동가 4인 중 3인에게 12년 중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2021년 국가보안법상 간첩 및 이적단체 구성 혐의 등으로 기소됐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북한 공작원과 접선하고, 공작금을 받고, ‘충북동지회’ 단체를 결성한 혐의를 인정했다.(이에 대한 반박은 본지 385호, ‘F-35 반대한 평화 활동가들을 간첩으로 몬 정부: 진보당, 청주 활동가 방어 나서야’를 참고하시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수집한 정보를 북한이 알더라도 그 가치가 크지 않아 국가기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웹사이트에 공개된 당원 명부, 민주당 인사와의 면담 내용 등을 두고 “국가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한 것이라는 검찰의 주장까지는 재판부도 인정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국가보안법 사건의 양형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12년 중형을 선고했다.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내부를 단속·통제하고, “간첩단”과 같은 충격으로 도덕적 공황을 부추기며 표현의 자유 자체를 억압하려는 지배계급의 필요에 부응한 것이다.

이렇게까지 엄청나게 무거운 실형이 나온 이유는 재판부가 형법 114조 “범죄단체 조직” 혐의 적용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 조항이 적용되면 대개 형량이 50퍼센트 정도 가중된다. ‘범죄단체 조직’ 적용은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내용과 형식에서 모두 문제가 많다.

피고인 3인의 변호를 맡은 정병욱 변호사는 형법 114조의 “범죄단체 조직”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보이스피싱과 같이 피해자가 있는 범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청주 활동가들의 활동은 “북한 공작원 접촉 [혐의]만 아니면 일반 시민단체 활동과 다를 바 없다.”

또, 이 혐의 적용은 1월 21일 재판의 말미에 갑자기 검찰이 제기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검찰이 별도로 상세한 입증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피고인들에게 변경된 공소 내용을 반박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검찰의 공소장 변경에 대한 방어를 위해 재판 정지 신청을 했지만 재판부는 수용하지 않았다.

검찰은 ‘범죄단체’ 규정으로 형량을 늘리고, ‘간첩 행위를 조직적으로 한 단체’라는 선전으로 정치적 충격 효과를 키우려 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이번 선고로 검찰 측의 의도에 부응해 준 것이다.

이날 재판부는 1심 재판이 지체된 이유에 대해서 이례적으로 상세히 설명했는데, 〈조선일보〉 등 우익 언론이 피고인들의 재판부 기피 신청이 ‘고의적인 재판 지연’이자 “재판 농단”이라고 비난한 것을 의식했던 듯하다.

2021년 재판 초기에 피고인들이 국가보안법이 위헌이라며 제기한 위헌법률심판 신청도 재판부는 2년이 넘도록 묵묵부답이다가 선고일에 들어서야 기각한다고 알렸다.

청주 활동가들이 한 일은 대체로 북한 밤나무 보내기 운동, F-35 전투기 청주 배치 반대 등 평화운동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서명과 모금과 같은 공개적이고 대중적인 방식으로 활동했다.

평화 활동가들에 대한 12년 중형 선고는 반민주적 폭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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