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35 반대 청주 활동가들, 짜맞추기 식 기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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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직전에 검찰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청주 활동가 3인을 구속 기소했다(박승실 씨와 윤태영 씨가 감옥에서 보내 온 편지 보기).
다만 앞서 구속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된 손종표 씨는 아직 기소되지 않았다.
앞서 공안 당국은 북한의 ‘지령’으로 단체를 결성하고 국가 기밀을 탐지하는 등 ‘간첩’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이 사람들을 구속했다(관련 기사).
그러면서 F-35 도입 반대 운동 등의 평화적 활동을 모두 북한의 배후 조종에 따른 일로 매도했다.
검찰은 청주 활동가들이 북한 ‘공작원’을 접촉한 것을 문제 삼는다. 그러나 활동가들은 북한 인사와의 접촉 등 핵심 혐의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공안 당국은 압수수색 중에 암호로 된 지령문과 대북 보고 문서가 담긴 “4겹으로 밀봉된 USB”를 발견했다고 했다. 그러나 손종표 씨는 자신들은 그런 USB를 소유한 적도, 본 적도 없다고 했다.
사건의 실체가 과장되거나 전부 내지 일부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공안 당국이 그런 일을 벌인 전력은 정말 많다.
당장 이석기 의원이 구속됐던 내란 음모 사건의 경우, 국정원이 만든 토론 녹취록에서 수백 곳이 의도적으로 왜곡됐음이 밝혀진 바 있다.
설사 청주 활동가들이 북한 정부 인사를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게 사실이더라도, 이는 정치적으로 토론·논쟁할 일이지 처벌받아야 할 행위가 아니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가 비밀리에 북한 당국자를 접촉해 정상회담 성사를 부탁하며 돈봉투를 주려고 했음이 폭로된 바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관계자 어느 누구도 처벌은커녕 수사도 받지 않았다.
이처럼 국가보안법은 본질적으로 ‘내부의 적’을 겨냥한 사상통제법이다. 모호한 규정으로 정부와 사법 당국의 자의적 판단과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은 모든 사상통제법의 핵심 특징이다.
그래서 국가보안법은 계급 차별적으로 적용된다. 이명박 정부의 사례처럼 지배자들이 북한을 상대로 벌이는 행위는 문제삼지 않고, 좌파 활동가가 하면 국가보안법으로 무겁게 처벌받기 일쑤다.
국가 기밀?
문재인 정부의 공안 당국은 이 사건이 국가 기밀을 탐지해 북한에 넘기고 북한 ‘지령’으로 국내 정치권에 개입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구속된 3인에 대한 공소장을 보면, 그 ‘국가 기밀’이라는 것의 핵심 내용에는 민중당(현 진보당) 내 본인들의 징계 문제와 충북 지역 민중당 등의 활동가들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후자의 내용은 그 활동가들의 이력과 개인적 평가 위주다. 이런 게 ‘국가 기밀’이라고?
설령 공안 당국의 주장대로 청주 활동가들이 북한 공작원을 만났다고 해도 이들이 북한에 국가 기밀을 넘겼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다. 신상이 언급된 당사자들은 불쾌할 수 있지만, 이런 ‘보고’로 이들을 간첩으로 몰고 구속 기소하는 것은 부당한 마녀사냥일 뿐이다.
2006년 ‘일심회’ 사건이 불거졌을 때, 당시 노무현 정부의 공안 당국은 일심회 관련자들이 민주노동당 간부 300여 명의 성향 등을 북한 정부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관련자들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결국 커다란 압박 속에서 2008년 민주노동당 심상정 비대위가 일심회 사건 구속 당원들의 제명을 추진했다.
당시 다함께(노동자연대의 당시 단체명) 등은 일심회 관련자들의 행위가 사실이더라도 정치적으로 비판받을 일이지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할 일이 아니라고 제명에 반대했다. 민주노동당이 이들을 쫓아내면, 진보정당이 마녀사냥을 방어하지 않고 국가보안법을 용인하는 꼴로 운동의 정치적 후퇴를 낳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호소가 통해 대의원대회에서 징계 시도가 좌절됐다.
이번에도 청주 활동가들에 대한 보안법 탄압을 규탄하고 그들을 방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