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 전투기 F-35 40대 배치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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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국방비 15조 원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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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F-35A 40대가 지난 1월 말 청주공군기지에 배치 완료됐다.
2014년 한국 정부가 F-35A를 차기 전투기 기종으로 선정하고 40대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지 8년 만이다. 이후 2019년부터 청주기지에 순차적으로 배치돼 왔다. 여기에는 7조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됐다.
F-35A는 적의 레이더망에 잘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기로, 북한 상공에 은밀히 침투해 핵·미사일 시설을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전략표적 타격’으로 명칭 변경)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선정 당시부터 막대한 비용 등으로 논란이 컸음에도 정부는 도입을 강행했다.
북한은 남한의 F-35A 전투기 도입에 크게 반발해 왔다. 2019년에 F-35A가 한반도에 들어오자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런데 이번 배치 완료가 끝이 아니다. 도입된 전투기의 성능 개량과 후속군수지원(기술 지원, 수리 부속 정비 등)이 계속 필요하다.
올해 국방부 예산에 ‘킬체인’(북한 선제 타격 계획) 예산이 포함돼 있다. 성능 개량과 후속군수지원에만 2400억 원이 책정됐고, 군 당국은 F-35A 추가 도입과 경항공모함에 탑재할 F-35B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경항공모함은 한국 지배계급이 세계에서 군사적 위상을 높이는 데 필요한 한 목록이다. 올해부터 개발 예산이 투입된다. 핵무기만 제외하고 웬만한 건 다 갖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군비가 크게 증강돼 왔다. 2017년 40조 원이었던 국방비는 매년 증액돼 2022년 55조 원으로 늘어났다.
얼마 전 윤석열이 북한 미사일 발사를 두고 “선제 타격”, “대량응징보복 역량 강화” 등 호전적인 대북 대결주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북한 눈치만 보는 문재인 정부와 자신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군사 계획도 윤석열의 메시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재인의 3사관학교 졸업식 발언이 윤석열에 대한 반론이었다. 그 요지는 문재인 정부도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했다는 것이었다. 이재명의 윤석열 비판에 힘이 실리지 않았던 이유다.
한국의 군비 증강은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군비 경쟁 격화의 일부다. 2010년대 이후 한국 외에도 중·일·인도 등의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군사예산을 늘리며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긴장이 높아지면 위험이 고조되는 것을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 줬다.
또, 국방비 증액은 코로나 팬데믹 위기로 고통받는 노동자·서민의 삶을 개선해야 할 우선순위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반대하지 않는 정의당, 회피하는 진보당
F-35A 배치 과정에서 좌파의 반대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2019년에 정의당 김종대 전 의원(당시 의원, 현 심상정 대선 후보 비서실장)은 F-35 정비를 국산화하고 이참에 아예 청주공군기지를 항공 정비 산업의 메카로 삼자고 주장했다. 김종대 전 의원은 이듬해 청주에서 총선에 출마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애초 F-35 도입을 반대하던 입장을 바꿨던 것이다.(관련 기사: 김종대 의원, ‘청주공항 전투기 정비 거점화’ 주장: 정의당은 한국 군비 확대에 분명하게 반대해야, 본지 299호)
물론, 김종대 전 의원과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의 가파른 국방비 증액을 비판하기도 한다. 심상정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선제적 군비 동결” 등을 주장한다.
하지만 F-35A 도입 건에서 보듯이 정의당의 이런 주장은 일관되지 못하다. 정의당은 평화를 지향하지만, 안보 문제에서는 일관된 애국주의 노선이다.
정의당 지도부가 늘 사병의 복리 증진을 요구하고 방산비리 척결을 말하지만, 그것은 튼튼한 안보를 위해 국방과 안보를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건설하자는 것이다.
이런 주장들을 통해 정의당은 안보에서 유능한 정당임을 주류 세력에게 입증받으려고 해 왔다. 심상정 대선 후보의 안보 공약 슬로건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튼튼한 안보”다.
그래서 한미동맹을 지지하고 남북 대결과 긴장이 고조되면 북한을 비판하고 남한 국가를 지지하는 입장을 내곤 했다. 이재명의 핵추진잠수함 계획에 정의당이 반대한 이유도 미국이 동의하지 않을 일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한국의 독자적 우주 로켓인 누리호가 시험 발사되자, 정의당은 바로 환영 논평을 냈다. 누리호 개발은 한국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노하우를 쌓는 과정이다.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배경으로 우파 정치인들이 “힘을 통한 평화”를 외친 이번 대선에서 정의당은 우파를 비판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그러나 찬찬히 들어 보면, 더 튼튼한 안보는 호전적이지 말아야 한다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편, 진보당은 F-35A 도입 자체에 반대하는 중앙당 차원의 공식 논평을 낸 적이 없다. 청주에서는 2019년 몇몇 평당원들이 F-35A 배치 반대 캠페인을 벌이다가, 지난해 간첩 혐의로 구속됐지만 말이다.
아마 통합진보당 해산 등의 국가 탄압을 겪었기에, 예민한 안보 문제인(그것도 북한이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F-35A 도입에 조심스러운 듯하다. 그러나 이 때문에 자국의 공격형 대량살상무기 확대에 침묵하는 것은 좌파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다.
F-35A 배치 완료는 한반도를 비롯해 아시아의 군비 경쟁을 악화시키는 데 일조하는 일이다. 앞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될 공산이 크다. 전쟁과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은 한국 지배자들의 지속적인 군비 증강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