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4일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그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이정훈 위원에게 보안법 7조(‘이적표현물’ 제작, 소지)와 8조(‘회합·통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영장이 지목한 ‘이적표현물’들에는 《87, 6월 세대의 주체사상 에세이》(사람과 사상, 2018), 《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사람과사상, 2019)이 포함돼 있다. 모두 2~3년 전에 출판된 책이고, 그중에 《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은 이정훈 위원이 혼자 쓴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공저했다.
그러나 친북적이든 아니든, 단지 책을 쓰고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구속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성 체제를 비판하고 부정하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자유민주주의가 표방하는 바에도 맞지 않다.
정부는 북한과의 ‘회합·통신’ 문제에 대해서 언제나 이중 잣대를 들이대 왔다. 유력 정치인과 기업인들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북한 당국과 접촉할 수 있는 반면, 좌파 활동가와 평범한 사람들이 북한 주민 또는 당국과 ‘통신·회합’하는 것은 차단과 처벌의 대상이 된다. 국가보안법이 북한 당국과의 ‘연계’를 문제 삼지만, 진정으로 겨냥하는 것은 국내의 정치적 반대자와 그 운동이다.
이정훈 위원은 2006년 이른바 ‘일심회 사건’으로 노무현 정부에 의해 구속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바 있다. 우파 정부만이 아니라, 노무현 정부 같은 자유주의 정부도 국가보안법을 활용해 온 것이다.
문재인 정부하에서도 이런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여전히 감옥에 있고, 그를 석방하라는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반 2년의 국가보안법 입건자 수가 노무현 정부 5년 동안의 입건자 수보다 더 많을 정도다.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사라져야 할 악법이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 운운하는 문재인 정부는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보낼 생각과 의지 모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