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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개악안:
임금 억제하면서 장시간 몰아쳐 일 시키기

윤석열 정부가 3월 6일 노동시간 개악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발표한 권고문에 기반하고 있다(본지 관련 기사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안 발표: 노동시간 유연화, 임금 억제, 쟁의권 공격’ 참조).

고용노동부는 개악 프로세스도 함께 밝혔는데,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6월이나 7월에 국회에 근로기준법 개악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선택권 보장?

현행 근로기준법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법정 노동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더해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주52시간 근무제라 칭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개악안은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1주가 아니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확장했다.이렇게 되면, 특정 기간에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해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게 된다. 연장근로 수당을 가산해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임금을 억제하는 것이기도 하다.

개악안은 3개월 이내 탄력근로제 실시 요건을 완화하고, 선택적근로시간제의 산정기간을 확대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같은 개악안이 노동자들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 노동이란 사용자의 전제(專制)에 기반한다. 노동자들에게는 일할 장소, 시간, 작업방법 등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노동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소외를 겪는다고 지적했다.

개악안은 오히려 노동시간에 대한 사용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설명에 따르더라도, 특정 주는 69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다. 그조차 1주 하루 휴일을 전제한 보수적 산정치일 뿐이고, 주휴일까지 근무하게 되면 노동시간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근로일 사이에 11시간의 휴식도 의무 규정이 아니다.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휴식도 보장받지 못한 채 1주일에 최대 64시간까지 일하는 게 가능하도록 개악하겠다고 한다. 64시간은 산업재해 관련 고시에 따른 과로사 인정 기준인데 말이다. 이미 (현행법상) 탄력근로제로 특정 주는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돌고 있는 “기절 시간표”. 개악안대로면 주 5일 꼬박 새벽까지 일하고 주말에 기절

고용노동부는 개악안을 발표하면서 포괄임금제(장시간 근로와 수당 미지급의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의 오남용을 근절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립서비스에 그치거나 조삼모사가 될 공산이 크다. 사실 개악안대로라면 사용자에게 포괄임금제 사용의 필요성을 줄여 줄 수 있다.

휴가 사용권 확대?

정부가 입법화하려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는 일이 많을 때 초과근무를 하고, 이를 계좌에 적립해 뒀다가 일감이 줄 때 휴가로 대체·활용하는 제도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휴가를 마음껏 사용하도록 보장할 수 있다는 명분을 댄다(휴가 사용권 확대).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휴가란 노동의 피로에서 회복하고 사회·문화적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기회다. 이런 취지라면, (임금 등 근로조건 후퇴 없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연차휴가 등 유급휴가를 확대해야 마땅하다.

사용자가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게 하거나 낮은 임금을 벌충하려고 노동자가 연차휴가 사용을 포기하는 경우가 지금도 많다. 심지어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차휴가 법규정 적용에서 제외된다.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생리휴가는 무급휴가로 부여되고 있다.

“연차휴가도 못 쓰고 있는데 (장기) 저축휴가를 쓸 수나 있겠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의 진정한 목적은 노동시간 유연화에 있다.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특정 시기에 압축적으로 장시간 일을 시키려는 것이다.

이는 또, 집중된 연장근로에 대한 비용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사용자들이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대신 일감이 적을 때 장차 휴가로 사용하라고 할 수 있게 된다.

독일 등의 사례를 보면, 기업이 도산하는 경우에는 그동안 계좌에 쌓아 둔 휴가(그에 따른 임금)도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이간질

정부는 이번에 노동시간 개악을 추진하면서 “근로자 대표”에 관한 법규정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한 사업장 안에서도 근무형태나 직무 특성별로 부분적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근로자 대표에게 강제하는 규정을 두겠다고 한다. 가령 과반수 노동조합이 노동시간 유연화나 직무성과급제 도입 등 개악에 반대하더라도, 특정 부문·사업부별로 결정을 달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노동자들을 서로 이간질해 각개 격파하려는 것이다.

이처럼 노동시간 개악안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와 지배계급이 펴는 공세이다. 임금은 늘지 않고 노동시간을 늘리는, 절대적 잉여가치 증대의 방식이다. 임금에 해당하는 필요노동시간은 그대로인데 사용자들의 이윤의 원천인 잉여노동시간만 늘어나게 만들어 착취율을 올리려는 것이다.

이는 생계비 위기 시기에 노동계급에게 더한층의 고통을 떠넘기는 것이다. 동시에 노동자들을 이간질해 단결을 해치려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장시간·고강도 노동으로 노동자들은 육체·정신 건강이 피폐해지고 여가·정치 활동의 여유를 갖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개악안에 맞서 싸워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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