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 확대까지 추진하는 노동 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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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2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문”은 노동시간 유연화, 임금 억제, 쟁의권 공격을 예고했다.(본지 445호 기사 ‘노동시간 유연화, 임금 억제, 쟁의권 공격’을 참고하시오.)
이 밖에 추가 과제로 “파견 제도 개선”도 권고했다. 1998년 제정된 파견법이 실효성이 떨어지므로 외국 사례를 참고해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파견 제도 개정에 즉시 돌입하기로 했다.
“근로자 파견”이란 사용자가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파견업체가 노동자를 공급하는 제도다. 원래 근로기준법은 근로자 파견을 금지하고 있었지만 1998년 파견법이 제정되면서 허용됐다.
파견 제도를 이용하면 사용자는 직접 고용의 부담과 이에 따른 의무를 지지 않으면서 필요할 때 노동자를 공급받을 수 있고, 해당 사업장 임금 등의 노동조건을 보장할 필요도 없다.
즉, 파견법은 고용유연화와 비용 절감을 위한 제도다. 1998년 파견법 제정은 한국 고용유연화의 신호탄이 됐다.
불법파견
1998년 제정된 파견법에는 파견을 금지한 업종도 명시되기는 했다.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가 대표적이다. 또, 파견이 허용된 업종도 사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했다. 이 규정을 위반하면 기업주는 파견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
그러나 파견이 금지된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 등 대공장 기업주들은 도급으로 위장하는 꼼수를 부려 노동자를 사용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차별에 맞선 끈질긴 투쟁과 저항으로 2010년부터 불법파견 판결을 받아 냈다.
그리고 올해 불법파견과 관련해 대법원의 중요한 세 가지 판결이 있었다. 사용자들의 불법파견 꼼수에 더한층 제동을 거는 판결이다.
● 포스코 불법파견 판결
8월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파견 판결이 있었다. 이는 두 측면에서 중요하다. 첫째, 기존 자동차업종에서 제철업종으로 불법파견 판결이 확대된 것이다. 둘째, MES(제조실행시스템)와 같은 통합 전산관리시스템하에서 일한 하청노동자들도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포스코는 기업주들에게 MES의 모범 사례로 추앙받았던 터라 충격이 더 컸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유사한 관리시스템하에서 일하고 있으며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했고 2심까지 승소한 상황이다.
●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판결
10월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파견 판결이 있었는데, 조립공정뿐 아니라 검수, 출고, 포장 등 이른바 “간접공정”에 대해서도 불법파견 판결이 내려졌다.
● 불법파견 노동자의 노동조건
파견 허용 업무이지만 2년을 초과해 사용자가 직접 고용해야 하는 경우 그 노동자의 근로조건이 쟁점이었는데, 기간제가 아니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로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개악 시도
“권고문”은 외국 사례를 참고해 파견 제도를 고치겠다고 한다. 경영계는 그동안 줄기차게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과 비교해 한국의 파견 허용 업종이 너무 제한적이고, 사용기간이 짧다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파견 허용 업종을 확대하고 사용기간을 늘리려 할 수 있다.
파견 노동자들의 격차 해소를 위해 파견법을 개정하겠다지만 현행 파견법에도 파견노동자에 대한 차별 처우를 금지하고 있다. 문제는 그런 법 규정이 공문구라는 것이다.
또, 개악안은 “파견과 도급 구별”을 강조한다. 대기업 제조공장의 기업주들이 파견법상 금지 조항을 회피하는 핵심 꼼수가 도급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는 도급의 기준을 기업주들에게 유리하게 설정하려 할 것이다.
기업주의 인적자원관리론을 보면 노동유연화란 세 측면, 임금·근로시간·고용 유연화로 구성된다. 윤석열 정부는 연장근로 단위기간 확대, 직무성과급제, 파견 확대를 통해 그 세 가지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이에 맞서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