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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안 발표:
노동시간 유연화, 임금 억제, 쟁의권 공격

고용노동부 산하에 설치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두 차례 간담회에서 논의된 노동 개악 권고문(이하 권고문)을 12월 12일에 발표했다.

권고문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1) 노동시간 유연화, 2) 직무성과급을 중심으로 하는 임금체계 개편, 3) 쟁의권 공격이 그것이다.

윤석열 정부와 우파는 노동유연화라는 이름으로 사용자들에게 마음껏 연장근로를 시킬 권한을 주려고 한다 ⓒ출처 픽사베이

노동시간 유연화 강화: 사용자들 맘대로 연장근로

권고문은 노동시간 유연화 강화 방안으로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 기간 확대, 탄력적 근로시간제 실효성 제고 등을 제시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시간을 1주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법정근로시간 1주 40시간을 더해 주52시간 노동제로 칭하는 이유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악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하면 1주 최대 64시간까지 가능하다.

이번 권고문은 한 발 더 나아간다. 연장근로시간 단위 기간을 1주가 아니라, 1개월, 분기(3개월), 반기(6개월)까지 확대해 1주 노동시간을 52시간 이상으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입장에 따르더라도 단위 기간을 확대하면 1주에 최대 69시간까지 노동시간을 늘릴 수 있다.

더군다나 현재 탄력근로제에서는 3개월 이내일 경우 매일의 근로시간을 사전에 확정해야 한다. 사용자들은 이를 미리 확정하는 게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해 왔다. 이번 권고문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실효성을 제고한다며 이를 사후변경할 수 있도록 고치겠다고 한다.

이처럼 권고문은 노동시간에 관한 사용자들의 권한을 대폭 늘려, 시장의 변화, 물량의 변동에 따라 사용자들이 (연장근무 수당을 덜 주면서) 마음대로 노동시간을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직무성과급제: 경쟁으로 임금 총액 삭감

권고문의 임금체계 개편의 핵심 방향은 직무성과급제 도입이다. 이는 윤석열이 노동 공약으로도 중요하게 내세운 바 있다.

직무성과급제에 따르면, 한 기업 안에서 직무 분석과 평가(직무평가는 당연히 기업의 이윤 창출 기여도가 그 기준이 될 것이다)를 거쳐 S~Z까지의 직무에 따른 급여가 차등 설정된다. 이럴 경우 S등급의 직무에 포함되기 위한 노동자들의 경쟁과 분열이 강화될 것이다.

그리고 직무급제는 직무에 대한 정보 공개를 기본으로 한다. 권고문의 내용에도 ‘통합형 임금정보시스템’ 구축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S등급에 진입하려는 경쟁은 기업 수준을 넘어서 벌어지고,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청년들의 경쟁도 강화될 것이다. 세대 상생이 아니라 세대 간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다.

또한, 윤석열은 직무급제에 성과급제를 결합해 도입하겠다고 하고 있다. 즉 같은 등급의 직무 안에서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게 되면 그 내부에서의 경쟁도 격화된다.

이렇게 되면 각 기업들은 노동자 사이에 경쟁을 조장해 임금 총액을 낮추기 쉬워진다. 일부 노동자들에게는 고임금을 지급하지만, 나머지 노동자들에게는 직무가 낮다거나 성과가 떨어진다며 훨씬 적은 임금을 주기 쉽기 때문이다.

노동자를 쥐어짜는 것으로 악명 높은 ‘테일러주의’의 목표는 “고임금과 저인건비”라고 한다. 형용모순처럼 보이는 이 용어의 의미는 간단하다. S등급 상위 성과자에게는 임금을 높여 주지만, 전체적으로는 직무와 성과에 따른 차등지급 체계를 명분으로 임금을 삭감해 임금 총액을 낮추려는 것이다.

쟁의권 공격

문재인 정부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도 개악돼, 점거 투쟁 금지가 명문화되고(노조법 제37조)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연장됐다. 또 노조법은 쟁의행위에 대해 사용자의 대체근로 투입을 허용하고 있다.(노조법 제43조)

그런데도 권고문은 추가로 대체근로 사용의 범위 확대, 사업장 점거 제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쟁의권을 제약해 노동자 투쟁을 억누르려 한다 ⓒ이미진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지 않지만, 권고문은 쟁의권 공격 사례로 미국의 1947년 태프트-하틀리(Taft-Hartley)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법은 냉전 시기 미국 지배계급 매카시즘 광풍의 신호탄이었다. 연대파업 금지, 대체인력 저지 투쟁(피켓팅) 불법화, 노동조합에 의한 ‘부당노동행위’ 금지(현재 노조법은 사용자의 부당행위만 금지하고 처벌) 등을 담고 있다.

태프트-하틀리법은 대통령이 파업 노동자들에게 작업장 복귀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는데, 윤석열은 화물연대 노동자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이처럼 권고문은 그동안 윤석열이 주장해 온 것들을 담고 있어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안이 될 공산이 크다. 노동시간을 유연화하고, 경쟁적인 임금체계 도입으로 임금 수준을 낮추고, 노동자들의 저항할 수 있는 쟁의권을 제약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려고 노동 개악에 박차를 가하려고 하는 것이다.

윤석열을 퇴진시켜야 할 이유가 하나 추가됐다.

* 필자는 노동자연대 회원이자 공인노무사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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