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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노동시간 유연화에 힘을 실어 준 대법원 판결
이를 호재로 이용하는 윤석열 정부

지난해 12월 25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사용자가 노동시간을 유연화(비용 절감)할 수 있게 해 주는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판결은 12월 7일 시행).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은 1주 40시간, 1일 8시간, 이를 초과하는 연장근로는 1주 12시간으로 제한돼 있다. 그래서 통상 법정 근로시간제를 주 52시간제라고 부른다. 해당 규정 위반은 형사 처벌 대상이다.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연장근로가 1주 12시간을 초과하는지 판단할 때,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일별 연장근로를 총합산한 것이 12시간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기준에 따라 법 위반 유무를 판단해 왔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재판부는 연장근로를 포함한 1주 근로시간의 총합이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하루 8시간을 넘기는 것이 연장근로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예컨대 위 표와 같은 사례에서 기존 고용노동부 행정해석과 하급심 판결에 따르면, 하루 8시간을 초과한 4일간의 연장근로 시간(아랫줄) 총합이 17.5시간이므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그러나 이번에 대법원 재판부는 1주 총근로시간이 49.5시간이므로 1주 52시간 기준으로 연장근로 시간이 12시간을 넘지 않았다며(49.5시간 - 40시간 = 연장근로 9.5시간) 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사용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려고 억지를 부린 것이다. 하루 8시간을 넘겨 일하는 게 초과 근로임을 법 조항으로 꼭 명문화해야 알 일인가?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를 돌아 보면 너무나 당연한 상식 아닌가?

그래서 해당 재판부도 같은 판결에서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에 대해 ‘연장근로’에 따른 가산 수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즉, 1일 단위로는 연장근로인 노동시간이 1주 단위로는 연장근로 시간 계산에 포함이 안 된다는 스스로 앞뒤 안 맞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 판례는 하급심의 판결 기준이 될 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의 행정해석에 기준을 제공하기도 한다.

어불성설

아니나다를까 고용노동부는 판결을 적극 환영했다. “경직적 근로시간제도로 인한 산업 현장의 어려움을 심도 깊게 고민하여 도출”한 “합리적인 판결”이며, 기존 행정해석을 변경하고 노동시간 유연화에 판결의 취지를 반영하겠다고 했다.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변경 시도는 윤석열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노동시간 개악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 이 해석이 연장근로시간 단위기간 확대 추진과 맞물리면 사용자들이 더 효율적으로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연장근로 시간 제한 산정 단위기간을 1주에서 분기, 반기, 연 단위로 확대해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려는 윤석열 정부에게 크나큰 호재가 아닐 수 없다.

본지는 2022년 12월부터 노동시간 유연화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에서 중요한 이슈임을 지적해 왔다. 고용노동부는 2023년 3월에 노동시간 개악안을 발표했다가 커다란 반발에 직면했고, 11월에 다시 노동시간 유연화를 핵심으로 하는 수정 개악안을 발표했다.

그 개악의 핵심은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확대해 몰아치기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가 근로기준법을 개악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려 한다.

이번 판결에 따르면 주 5일을 근무하지 않는 교대제 근무자의 경우 주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다면 법정 휴게시간을 제하고 1일 21.5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 몰아치기 노동을 손쉽게 강요할 수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상반기 장시간 근로 감독 결과를 보면, 감독 대상인 돌봄 업종, 제조업, 소프트웨어개발업 등 사업장의 10퍼센트가 연장근로 한도 위반으로 적발됐다.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변경은 사용자들이 처벌받지 않고 연장근로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여기에 연장근로 단위기간까지 확대되면 사용자들은 초과 수당이나 신규 채용 같은 임금비용 부담을 덜 것이다. 반면, 노동자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사용자의 필요에 종속돼 관리되는 집중 노동은 노동자의 건강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장시간 근로는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47.7퍼센트, 정신질환 발생 위험을 28.8퍼센트, 사망 위험을 9.7퍼센트 높이고 교대근무 근로자는 일반 근로자에 비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2.4퍼센트, 정신질환 발생 위험이 28.3퍼센트, 사망 위험이 9.9퍼센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과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질병 부담’, 2019)

입법

노동운동 주요 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한국노총·정의당·진보당은 대법원 판결과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변경 추진을 비판했다.

모두 1일 연장근로 시간 제한 규정 미비를 보완할 입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미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입법 발의를 시작하고 있다.

1일 연장근로 시간 제한 규정 등 노동자에게 이로운 보완 입법은 필요하다.

그러나 보완 입법만으로 법의 빈틈을 악용한(교묘한 법 위반, 이를 눈 감아 주는 판결, 솜방망이 처벌 등) 사용자, 정부, 사법부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을까?

또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 사례에서 보듯, 윤석열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핑계로 민주당은 입법 과정에서 정부가 ‘수용 가능’한 안으로 후퇴시킬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번 판결에 유감을 표했지만, 기업주들의 최우선 민원 중 하나인 노동시간 유연화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노동시간 유연화를 강화해 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노동운동 측이 입법을 위한 의회 책략을 중심에 놓으면 개혁의 진정한 동력인 노동자 대중 투쟁을 부차화하기 마련이다, 개혁 입법 성취 또는 개악 저지를 이룰 진짜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민주당을 활용하는) 입법 시도에만 의존하지 말고, 노동시간 유연화에 맞선 투쟁을 지금부터 조직해 나갈 필요가 있다.

* 필자는 노동자연대 회원이자 공인노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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