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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반발에 밀린 윤석열이 주 60시간 꼼수를 부리다

윤석열 정부가 특정 시기에 주당 최대 69시간까지 몰아쳐 일하는 개악안을 입법예고했다가 열흘도 안 돼 한발 물러섰다.

해당 법안이 대중적 불만의 대상이 되자, 대통령실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윤석열은 “보완 검토”를 지시하고,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가이드라인(주 60시간 상한 캡)을 제시했다.

노동시간 유연화는 윤석열의 주요 정책 목표 중 하나다. 윤석열은 대선 후보 시절 ‘일주일에 120시간 바짝 일하고 쉬자’며 개악을 예고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하반기 발표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을 토대로 연초부터 박차를 가하더니 서둘러 입법예고했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서방 제국주의를 편들고 경제 위기의 고통을 전가하는 정책들에 대한 서민층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특히 한일 강제동원 합의와 한미일 동맹에 대한 분노가 커지는 등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주 최대 69시간제’에 대한 불만까지 강하게 제기되자, 정부는 일단 노동시간 문제에서 물러서는 제스처를 취했다.

최대 주당 80시간

윤석열의 노동시간 개악안은 주당 52시간으로 기준 삼아서 일감이 많을 때 최대 주당 69시간까지 일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주말 휴일 근무까지 하면 주당 80.5시간도 가능해진다. 이틀 연속 꼬박 일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부는 이렇게 몰아쳐 일하는 대신 제주도 한 달 살기 등 장기휴가를 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몰아쳐 장시간 일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건강을 좀먹고 위험에 빠뜨린다. 윤석열이 한 발 물러서며 말한 주 60시간 노동도 만성과로 기준이다. 최근 서울의 한 대형 빌딩에서 나흘간 62시간 연속 근무를 하던 40대 경비 노동자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압축적 장시간 노동은 생활 리듬을 깨뜨리고 불안정하게 만든다. 대신 몰아쳐 쉴 수 있다지만, 그 시간 대부분은 극도로 축난 몸을 회복하는 데에 쓰이게 될 것이다.

경제 위기 고통 전가 윤석열의 노동시간 유연화 개악은 일을 더 시키고 임금은 적게 주려는 것이다 ⓒ출처 〈노동과세계〉

정부의 개악안대로라면 임금도 더 깎이게 된다. 유연근무제는 공짜 초과근무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연장근무 수당을 매달 30만 원씩 받는 노동자에게 개악안을 적용하면 연 평균 임금이 108만 원 삭감된다.(민주노총 법률원 조사)

정부가 당근으로 내세우는 장기휴가도 “그림의 떡”일 뿐이라는 주장도 곳곳에서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몇몇 설문 결과를 보면 전체 노동자의 30퍼센트가량이 연차 사용을 못 하고 있다. 사회 초년생일수록 더 그렇다. 사용자들의 눈치 때문이다.

요컨대, 압축적 장시간 유연 노동은 노동자들에게 더 열악한 조건을 강요하는 것일 뿐이다. 노동시간의 선택권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통하지 않은 “청년 팔이”

역대 보수 정부들은 전통적으로 한국노총의 지지를 받았다. 한국노총은 17대 대선에서 이명박을, 18대 대선에서 (한국노총의 주요 지역지부들이) 박근혜를 지지했다. 그러나 그 이후 대선에서 한국노총은 문재인, 이재명 후보를 연달아 공식 지지했고, 지금도 민주당과 공조하고 있다.

노동 개악에 사회적 대화의 이름으로 한국노총의 지지를 이용할 수도 있었던 전임 정부들과 달리 윤석열은 그러질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일명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를 “노동운동의 새로운 바람”이라고 추켜세우며 개악 추진의 파트너로 삼고자 했다.(물론 규모가 작아 실질적이기보다는 상징적이다.)

이를 위해 윤석열은 노동시간 유연화 개악이 워라벨(일과 생활의 양립)을 추구하는 청년 세대에 안성맞춤이라고 내세웠었다. 조직 노동운동의 기득권이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도 했다.

그러나 막상 노동시간 개악안이 발표(입법예고)되자 MZ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회 초년생들에게 “장기휴가(바짝 쉬기)는 어불성설”이라며 개악 추진에 ‘청년 팔이’ 말라고 일침을 놓은 것이다.

노동계급 내 청년 세대와 기성세대를 이간질하는 얄팍한 책략이 이번에 먹히지 않은 것이다.

청년들이라고 일을 더 하고 임금이 주는 것을 좋아할 리 만무하다. 지난 몇 년 사이 취업했다가 금방 퇴사하는 청년들이 늘어난 데에는 낮은 임금과 함께 장시간 노동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저녁이 있는 안정적인 삶은 청년 노동자들의 절실한 바람이다. 노동시간 단축과 규제는 청년들이 취미·여가를 누리고 정치활동에 나서는 데서도 필요한 조처다.

민주당에 기대야 하나?

민주당은 정부의 노동시간 개악안을 국회에서 막아 내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주 69시간제 결코 허용 않겠다”면서 주 4.5일제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노동시간을 규제하되 유연성을 늘리고, 노동시간 단축은 임금 삭감을 병행해야 한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는 특별연장 근로시간 한도를 늘리고 유연근무를 확대하고 임금(수당)을 깎는 정책을 추진했다.

정부와 사용자들과 보수 언론은 노동자들을 더 쥐어짜려고 혈안이지만, 한국 자본주의의 생산력은 이미 노동시간을 대폭 단축해도 모두가 먹고 살기에 충분할 만큼 발전해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생산은 사람들의 필요가 아니라, 자본가들이 이윤을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좌우된다. 그래서 경제 위기 때 한쪽에선 대규모 실업이 생기는데, 다른 쪽에선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받는 모순이 벌어진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노동시간을 둘러싼 계급 간 투쟁이 치열하게 벌어져 온 이유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약간 물러선 듯하지만, 노동개악 시도는 끝나지 않았다. 이를 저지하려면 노동계급 대중의 만만찮은 투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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