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증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미국 대학생들이 우리에게 갈 길을 보여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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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가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애초 뉴욕의 컬럼비아대학교를 출발점으로 미국 동부를 중심으로 일어난 반전 시위가 남부 텍사스주립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와 서부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등에 이르기까지 75곳이 넘는 대학교로 번지고 있다(4월 28일 현재, 이하 현지 시각).
학생들은 인종 학살 중단, 휴전, 미국 정부의 이스라엘 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또,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개최 보장, 이스라엘에 무기를 판매하는 무기업체와의 거래 중단,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비 지원 중단 등을 대학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은 점거·집회·야영·단식 등을 벌이고 있다. 학생들은 전쟁을 막아 달라고 바이든에게 간청하고 있는 게 아니다(많은 언론 보도와 달리). 그렇기는커녕 학생들의 행동은 가자 전쟁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역겨운 위선을 전 세계에 효과적으로 들춰내고 있다.
대학 당국과 경찰은 학생들의 반전 시위를 탄압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학생 1000여 명이 체포됐다.
바이든 정부는 시위를 막으려고 심지어 오하이오주립대학교와 인디애나대학교 블루밍턴 건물 옥상에 저격수를 배치했다.
그러나 탄압은 운동을 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새로운 운동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이번 점거의 진원인 컬럼비아대학교에서는 지난 몇 달 동안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항의하는 행동이 계속되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학생들은 전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의 강의 도중에 항의의 표시로 교실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4월 17일 컬럼비아대학교 학생들은 텐트 농성에 돌입했다. 그러자 그 다음 날 총장 네마트 샤피크가 경찰에 농성을 해산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이 컬럼비아대학교와 바너드대학을 침탈해 학생 시위대 108명을 체포했다. 그들 중에는 일한 오마 하원의원의 딸 이스라 히르시도 있었다. 일한 오마는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 정책을 비판해 온 민주당 좌파 의원이고, 히르시 자신도 기후 운동에 참가해 온 학생 활동가다.
컬럼비아대학교에서는 1968년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번에 체포된 학생들은 풀려났지만 대학 당국은 그 학생들에게 정학 처분을 내렸다. 학생들은 대학 교정 한복판에서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수백 명의 컬럼비아대학교 노동자가 학생들에게 연대하며 업무를 중단했다. 지역 주민들도 학생들의 시위에 연대를 나타내고 있다.
대다수 교수들은 경찰의 개입이 표현의 자유를 공공연하게 공격한 것으로 여긴다. 컬럼비아대학교 교수회는 샤피크 총장이 경찰을 불러 학생들을 진압했다는 이유로 불신임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 당국과 경찰은 탄압으로 운동을 분쇄하지 못하고 있고, 운동은 오히려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컬럼비아대학교의 ‘팔레스타인의 정의를 지지하는 학생들’은 더 많은 학생들이 행동에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그 뒤 미국 전역에서 새로운 연대 행동의 물결이 일었다. 노스캐롤라이나·보스턴·오하이오·하버드 대학교 등 여러 대학교에서 집회와 점거가 즉시 조직됐다.
예일대학교 학생들은 단식 투쟁을 시작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이스라엘과 거래하는 군수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할 것을 대학 당국에 요구했다. 외신에 따르면 예일대학교에서도 시위 참가자 45명이 체포됐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렇게 보도했다. “컬럼비아대학교의 불안정은 전국적으로 수많은 학생이 ... 이스라엘-가자 전쟁에 여러 방식으로 항의하며 대학 생활을 뒤흔드는 첨예한 갈등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4월 19일 자)
미국 밖에서도 미국 대학생들의 반전 시위에 연대하는 입장들이 발표되고 있다. 동예루살렘과 독일 등지의 학생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인 연합’은 지난주 금요일에 ‘우리의 컬럼비아대학교 동지들과 연대하며’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활동을 계속 탄압하는 상황에서 삼인조(교내 시온주의자들, 대학 당국, 뉴욕시 경찰청)의 공격을 견뎌 내고 있는 ‘가자 연대 농성장’의 동맹들을 우리는 지지한다.”
프랑스·튀르키예·이탈리아·오스트레일리아 등의 대학교들에서도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의 프로파간다
대학생들의 반전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자 백악관이 개입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번 학생 운동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이 아니다.
백악관 부대변인 앤드루 베이츠는 23일 이렇게 말했다. “폭력과 신체적 위협, 증오, 유대인 혐오 주장을 목도했을 때 이를 용납할 수 없으며 규탄할 것이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도 직접 나서 미국 대학생들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유대인 혐오 광기”라고 비난했다. “유대인을 혐오하는 무리가 미국 주요 대학을 장악했다. … 이런 현상은 1930년대 독일 대학에서 벌어진 상황을 연상시킨다.”
트럼프도 시위대에 ‘유대인 혐오’라는 혐의를 씌웠다. 미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은 심지어 주 방위군 투입 필요성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유대인 혐오’로 몰아가려는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의 프로파간다는 먹히지 않을 것이다.
주도적으로 시위에 참가하는 학생들 중에는 시온주의에 반대하는 유대인이 많다. 컬럼비아대학교 역사학과 학생 리 스파다는 자신이 유대인이지만 시온주의자는 아니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은 늘 이 대학교를 갈라놓는 쟁점이 돼 왔습니다.”(〈워싱턴 포스트〉 4월 19일 자)
오히려 시온주의자들이야말로 경찰과 정부의 비호를 받으며 시위대를 도발하고 있다.
올해 1월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적어도 두 명의 남성이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악취가 나는 화학 물질을 뿌렸다. 가해자들은 집회 참가자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불렀다. 또, ‘휴전을 지지하는 유대인’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학생들을 향해 “스스로를 혐오하는 유대인”이라고 위협했다. 이들의 공격으로 최소 학생 3명이 치료받아야 했다. 그러나 경찰은 아무도 체포하지 않았다.(〈알자지라〉, 1월 23일 자)
‘팔레스타인의 정의를 지지하는 컬럼비아대학교 학생들’과 ‘평화를 염원하는 유대인의 목소리’는 가해자들이 현재 컬럼비아대학교 재학생이자 이스라엘군(IDF) 전역자로 의심된다고 발표했다.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
학생들의 반전 시위를 두고 “1968년 반전 운동의 유령이 돌아왔다”(〈뉴욕 타임스〉)는 관측이 나온다.
데이비드 팔룸보-리우 스탠퍼드대학교 교수도 다음과 같이 썼다(〈알 자지라〉, 4월 13일 자).
“10월 7일 이후 몇 달 동안 팔레스타인과 관련한 미국 대학교 전반의 풍경이 바뀌었다. 베트남 전쟁 시기 학생들의 반전 운동과의 유사점을 비교하기 시작한 사람들도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학생 신문은 2000명 넘게 참가한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를 이렇게 보도했다. ‘이 정도의 참가자 수는 1960~1970년대 베트남 전쟁 반대 학생 시위 때도 드물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학생이었고 그 당시 시위와 오늘날 팔레스타인 해방을 지지하는 집회에 참가했던 사람으로서 나는 몇 가지 분명한 유사점에 놀랐다.
“첫째, 두 경우 모두 학생들의 항의는 주류 언론의 전쟁 보도와 대학 당국의 공식 입장에 도전했다.
“둘째, 이런 항의 시위들은 베트남 해방과 팔레스타인 해방을 지지하는 투쟁들을 국내적·국제적 투쟁들에 맞춰 조율했고, 지역적·전국적·국제적으로 동시에 연결된 광범한 다인종적·다민족적 연합의 특징을 띠었다. 이런 연결이 뜻하는 바는 지리적으로 동떨어져 있는 사람들과 소규모 단체들도 혈혈단신으로 고립된 것이 아니라 더 큰 운동의 일부로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동시에 나는 중요하고 인상 깊은 차이점에 놀랐다. 미국 대학생들은 자신들 개인의 삶이 베트남 전쟁과 불가분하게 얽혀 있다고 봤다.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은 베트남에서 친구를 잃었고, 우리 중 일부는 운동에 힘쓰기 위해 징집이나 연방 정부의 조사를 피하려는 사람들을 숨겨 줬다. 베트남 사람들과의 연대감은 부족하지 않았지만, 가자지구의 인종 학살과 서안지구의 인종청소에 대해 우리가 지금 보는 것처럼 사람 개개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일은 없었다.
“미국 대학생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해 역사적으로 전례 없는 연대감·공감·관심을 나타내고 있고,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역사적 인종청소를 미국이 촉진해 왔다는 점에 분개한다.
“‘비판적 인종 이론,’ ‘다양성,’ ‘포용’에 대한 우파의 공격이 이를 바꾸지 못할 것이며, ‘유대인 혐오’라는 비난으로 이스라엘 비판을 침묵시키는 것도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미국 대학생들의 팔레스타인 연대 캠퍼스 행동을 지지하며 한국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건설에 더한층 매진하자.
우리도 미국 대학생들처럼 외치고 행동하자. “우리는 멈추지도, 쉬지도 않을 것이다! 팔레스타인이여, 독립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