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를! 집중 행동의 날:
미국 대학생 시위에 고무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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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will not stop! We will not rest! Free free Palestine!(우리는 멈추지도 쉬지도 않을 것이다! 팔레스타인이여 독립하라!)”
대학 캠퍼스를 점거하고 바이든 정부의 폭력 진압·체포 작전에 맞서 싸우고 있는 미국 대학생들의 구호가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울려 퍼졌다.
4월 27일(토) 오후 2시 팔레스타인 연대 집중 행동의 날은 최근 들어 가장 큰 규모로 열렸다. 주최 측인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이스라엘군의 라파흐 진격을 앞두고 긴급하게 집중 행동을 호소해, 내외국인 수백 명이 광화문 교보문고 앞 인도를 가득 메웠다. 주한 미국 대사관 앞을 지나 인사동을 누빈 행진 대열은 500여 명을 넘어섰다.
투지가 느껴졌다. 팔레스타인 현지 상황의 절박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인 미국의 내부에서 대학생들이 벌이는 시위 소식에 고무됐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시작된 팔레스타인 연대 캠퍼스 점거 운동이 여러 대학에서 탄압에 직면했지만,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저항과 연대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관련 기사: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미국 대학생들이 갈 길을 보여 주다’)
미국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전투성과 확산이 태평양 건너 한국의 연대 집회에도 강력한 영감과 용기를 준 것이다. 이는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불가분한 일부임을 웅변한다.
집회 시작 전부터 열기가 느껴졌다. 한껏 상기된 표정의 내외국인들이 집회 장소로 모여들었다.
집회가 시작되자 발언자들은 입을 모아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규탄하고 라파흐 진격에 반대했다. 또, 밝히 드러나고 있는 미국 정부의 위선에 대해 말했다.
재한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나심 씨는 미국 대학생들의 저항에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어떻게 죽을지까지도 결정하려는 것 같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주변 아랍 국가들과 이슬람 국가들에게 배신당하고 있습니다.
“모든 피억압자들에게는 지지자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법입니다.
“가자지구 사람들에게 희망은 바로 이 자리에서 매일같이 연대하는, 또 점점 더 많이 집회에 참가하는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가장 강력하게 지원하고 있는 국가인 미국에서 우리는 또 다른 희망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저항은 미국의 거리 운동뿐 아니라 전 세계에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대학교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하고 있는 김태양 씨는 한국에서도 연대를 더 키우자고 각오를 다졌다.
“경찰들이 전기충격기와 곤봉으로 학생들을 공격하는 광경이 자유와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던 그 나라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학생들이 이렇게 공격당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인종 학살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들과 연대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이 피난민 150만 명이 몰려 있는 라파흐를 공격할 수 있도록 사실상 승인해 줬고, 지난 7개월 동안 학살을 벌여 온 이스라엘에 36조 원을 더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불의에 맞선 저항이라는 역사의 저수지에서 흘러 나온 물은 오늘날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라는 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강이 팔레스타인 해방이라는 바다에 이르기까지, 강에서 바다까지 우리 모두 행동을 멈추지 맙시다.”
재한 이집트인 유학생 아부 씨는 인종학살자들보다 더 크게 단결하자고 말했다.
“저들이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저들이 똘똘 뭉친 것 이상으로 우리의 연대도 굳건하고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학 내에서 평화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 것 말고는 아무 잘못이 없는 학생들을 100명 넘게 악랄하게 잡아간 것이 어떤 효과를 낳았습니까?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시작된 시위가 미시건·캘리포니아·하버드·예일 대학교를 넘어 전국의 대학들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연대는 전 세계로 번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시앙스포대학 학생들도 컬럼비아대학교 학생들에게 연대하고 인종 학살을 당하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대해 점거에 돌입했습니다.
“시온주의자들은 결코 우리의 투지와 연대를 꺾을 수 없습니다.
“컬럼비아대학교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최근 대의원대회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결의문을 채택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본부의 이성일 수석부본부장의 연대 발언도 고무적이었다. 이 수석부본부장은 노동조합이 채택한 결의문을 낭독했다.
“집, 학교, 병원, 난민촌을 폭격하는 이스라엘의 엄청난 폭탄들은 어디에서 왔는가? ... 미국과 영국 등은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다. ... 인종 학살 앞에 중립은 없다. 우리는 전쟁이 아닌 평화의 편에 설 것이다. 팔레스타인들의 고통과 비극을 외면한 채 평화와 인권을 말할 수 없다.”
집회 후 행진할 때 거리의 시민들이 보내 주는 커다란 환영이 눈에 띄었다.
오늘은 맑은 날씨로 거리에 평소보다 사람들이 더 많았는데, 행진을 촬영하고, 박수 치고, 팻말을 받아들고 함께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을 계속 볼 수 있었다. 집회장을 지나거나 행진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팔레스타인 문제를 설명해 주는 부모들도 많았다.
인사동 초입 편의점에서는 한 한국인 중년 여성이 동료 행진 참가자들을 위해 생수를 사러 들어 온 외국인 참가자에게 생수 값을 대신 지불했다.
행진을 하는 동안 주변 시민들에게 리플릿을 나눠 준 자원봉사자들은 시민들의 반응에 크게 고무됐다. 특히 리플릿 반포에 함께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인들의 호의적 반응에 고무됐다. 어떤 이는 리플릿을 받고는 구호를 함께 외치고, 한 중년 남성은 자신이 직접 나눠 주겠다며 뭉텅이로 가져가 주변에게 리플릿을 나눠 줬다.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튀니지계 프랑스인 유학생은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엄청 좋았어요. 한국은 이번 일이 있기 전까지는 팔레스타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모르던 나라였기 때문에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알리는 게 매우 의미 있어요. 그들이 대의를 지지하게 되고 나중에 집회에도 참가하면 좋겠어요.”
행진 중에 고무된 참가자들은 행진의 종착지인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맞은편 도로에 도착해서도 10분 넘게 구호를 외쳤다.
가자·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과, 요르단 암만의 연대 시위대와, 미국의 대학들에서 저항을 확산시키는 청년들은 한국의 연대 운동 참가자들과 연결돼 있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이곳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을 함께 느꼈듯이, 연대와 저항도 함께 전진하고 있다.
다음 주에는 미국 국무장관 앤터니 블링컨이 이스라엘을 방문해 라파흐 작전을 논의할 예정이다.
위급한 순간이다. 라파흐 공격이 시작되면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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