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
거리뿐 아니라 대학에서도 행동을 건설하기로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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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토)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주최로 33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이 열렸다. 약 300명이 참가했고 행진에 나선 후에는 대열이 더 늘었다.
이번 집회는 이스라엘이 라파흐 지상전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 대학생들의 팔레스타인 연대 캠퍼스 점거와 시위가 미국 전역뿐 아니라 세계 곳곳으로 번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열렸다.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 전에도 아파트와 난민촌 등을 폭격하며 이미 라파흐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학살자 이스라엘과 공범 미국 정부는 국제적 고립과 반전 운동이라는 난관에 부딪혀 있다.
지금 미국의 대학생들은 바이든 정부와 학교 당국의 강력한 탄압 앞에서도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고 선언하며 오히려 점거와 시위를 더욱더 크게 벌이고 있다. 약 2000명의 학생들이 경찰에 체포됐지만, 연대 행동은 150개가 넘는 대학으로 확산됐다.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희망과 용기를 얻고 있다.
이번 집회에 모인 팔레스타인인, 이집트인, 미국인, 한국인 등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들은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일부로서 팔레스타인이 독립될 때까지 저항과 연대에 나서자며 서로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연휴를 맞아 도심 나들이를 나온 많은 사람이 가던 길을 멈추고 자리에 서서 발언들에 귀를 기울였고, 일부는 팻말을 받고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첫 발언자인 팔레스타인인 압둘라흐만 팔리흐 씨는 “팔레스타인인들은 8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땅을 지키고, 체포와 구금, 봉쇄, 폭격과 학살에도 굳건히 버텨 왔다”며 “바로 이 굳건함과 존재할 권리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에 지지를 보내자”고 호소했다.
“여러분이 팔레스타인과 가자지구의 소식을 계속해서 지켜보는 것처럼, 팔레스타인과 가자지구에 있는 사람들 또한 지금 여러분이 하고 계신 연대 활동을 모두 다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금 가자지구 곳곳에는 미국 대학생들의 용기에 화답하는 팻말들이 붙어 있다. 미국 대학생들의 점거와 시위는 용기와 양심의 상징이 되어 전 세계인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고 있다.
미국인 유학생 엘리사 씨가 두 번째 발언자로 나섰다.
엘리사 씨는 미국 대학생들의 정당한 천막 농성을 경찰 폭력으로 탄압하는 미국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또한 경찰이 그렇게 대응하는 것은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 지원을 민주적인 수단으로는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제국주의 전쟁 기구와 그것을 지탱하는 자들이 우리의 행동을 두려워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힘이 있고, 우리는 정의의 편에 서 있고, 또한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연대는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이 해방될 때까지 끝까지 싸워야 합니다.”
엘리사 씨의 호소에 참가자들은 커다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반갑게도 한국의 대학 캠퍼스에서도 팔레스타인에 연대하고 미국의 대학생들을 지지하는 행동들이 준비되고 있다고 사회자가 소개했다. 또, 5월 15일 ‘나크바의 날’(‘나크바’는 ‘대재앙’이란 뜻으로, 시온주의자들이 이스라엘을 건국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하고 내쫒아 그들의 땅을 강탈한 일을 가리킴) 오후 3시에 홍대입구역에서 대학생들이 함께 모여 행진할 예정이다.
다음 날이 한국의 어린이날인 만큼 가자지구 어린이들이 안전과 자유, 교육, 식량 모든 것이 박탈돼 있는 상황을 규탄하는 메시지도 이날 집회의 중요한 일부였다. 지난 7개월 동안 이스라엘의 만행으로 팔레스타인 어린이 1만 4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관련해서 먼저, 이집트인 어린이 비산 양의 특별 노래 공연이 이어졌다.
땅이 불타고 자유를 빼앗긴 곳에서 어린이들을 구하고 그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해 달라는 내용의 노래에 참가자들은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한 글자 한 글자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부른 비산 양의 노래에 참가자들은 크게 감동받은 모습이었다.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가족 단위로 아이들과 함께 집회장 인근을 지나던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어서 초등학교 교사이자 학부모인 김미연 씨가 마지막 발언자로 나섰다.
그가 발언하는 동안 다른 교사 참가자들이 ‘팔레스타인인과 연대하는 교사들’ 명의로 준비해 온 현수막을 들고 김미연 씨 뒤에 섰다. 그 현수막에는 “아이들을 죽이지 마라!”, “이스라엘은 인종학살 멈춰라!”고 쓰여 있었다.
김미연 씨는 이렇게 호소했다. “투쟁을 이어 갑시다. 라파흐에 인종학살을 예고한 이스라엘과 그 뒤를 봐주는 미국·서방 제국주의자들을 멈추게 하는 힘은 우리의 투쟁에 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지켜 냅시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행진에 나섰다. 방송차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힘 있는 구호와 이집트인들의 웅장한 북소리가 참가자들의 투지 넘치는 행진 열기를 대변했다.
종로 거리를 지나던 많은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나눠 주는 팻말을 받아 들고 사진을 찍거나 함께 구호를 외치고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고, 삼삼오오 행진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미국의 연합 동아리 ‘팔레스타인의 정의를 지지하는 학생들(SJP)’에서 활동하다가 한국에 온 학생 제이다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미국 학생들의 용기 있는 행동은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이 더 크게 확산될 디딤돌을 만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찰의 잔인한 폭력에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더 커질 뿐입니다.”
“Free Gaza(가자에 자유를),” “We will not stop, we will not rest(우리는 멈추지도 쉬지도 않을 것이다).” 시위대가 힘차게 구호를 외치며 명동 거리에 들어서자 행진 대열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찾고 있다 우연히 행진을 발견했다는 스페인인 학생, 중간고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시간을 내어 집회에 참가한 고등학생, 아이들과 함께 관광하던 프랑스인, 교육 연수차 한국에 방문한 모로코인 교사들이 행진에 동참했다. 특히 모로코인 교사들은 예상치 못한 시위에 감동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집회 전에 마련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공인노무사들의 무료 노동상담’ 부스에는 팔레스타인인과 이집트인 등이 찾아와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 도착한 행진 대열은 가시지 않은 여운을 달래며 다음 주 토요일 집회에서 또 만날 것을 기약했다.(다음 주 토요일 집회는 연등제 행사로 인해 평소와 달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 효령빌딩 앞에서 열린다.)
또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은 ‘나크바의 날’ 즈음인 5월 18일 토요일을 집중 행동의 날로 선언했고, 특별히 많이 모이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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