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거 농성 중인 미국 대학생들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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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대하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미국을 휩쓸고 있다. 시위에 참가하는 대학의 수가 매일 같이 늘고 있으며, 국가는 이미 학생을 2000명 넘게 체포했다. 뉴욕에서 시위에 참가하는 학생 활동가들이 이 운동에 무엇이 걸려 있는지를 소피 스콰이어에게 전했다.
제국주의의 심장부에서 학생 운동이 포효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지배계급은 이 운동을 분쇄하고 싶은 마음과, 그랬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는 두려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 요구를 쟁취할 겁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뉴욕대학교(NYU) 학생 벤저민이 지난주 일요일에 〈소셜리스트 워커〉에 전한 말이다.
벤저민은, 현재까지 70곳이 훌쩍 넘는 대학 캠퍼스로 확산되며 성장 중인 활력 있는 반전 운동의 일원이다.
이 운동의 파장은 미국 안팎을 휩쓸고 있으며, 권력층을 떨게 하고 있다. 미국 권력층은 이 시위가 제풀에 스러지길 바라지만, 그러면서도 학생들의 힘을 무시하지 못하고 있다.
숱하게 많은 미국 정치인들이 이 운동을 유대인 혐오적이라고 비방해야 했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직접 나서서 이 운동을 “유대인 혐오 시위”라고 비난했다. 유대인 학생들이 이 운동의 핵심부에 속해 있는데도 미국 지도자들은 이 운동이 유대인에게 위험하다고 묘사한다.
심지어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도 나서서 이 운동에 “끔찍”하고 “무도한” “유대인 혐오”라는 딱지를 붙였다.
이런 반응은 지금 학생들의 도전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또 어떤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지 보여 준다.
시위가 1주일 넘게 이어진 지금, 뉴욕대학교 학생들이 행동 수위를 높일 태세가 됐다고 벤저민은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무엇에 맞서고 있는지 배우고 깨닫는 과정이었습니다.
“저들은 뉴욕대학교 농성 첫날 밤 완전 무장한 진압 경찰을 투입했습니다. 학생 120명 이상과 교직원들, 그 밖에 소수의 사람들이 체포됐습니다. 총 140명 정도가 체포됐습니다.
“그로부터 저희는 교훈을 얻었고, 행동의 수위를 높이고 더 만만찮게 싸울 준비가 돼 있습니다. 학생들은 대학 당국이 점잖게 행동하려는 시늉조차 일절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농성이든 점거든 소요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요구를 쟁취하겠다는 태세가 더 굳건해지고 있어요.”
이어서 벤저민은 경찰이 뉴욕대학교에서 무척 잔혹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이는 학생들의 투지를 더 돋웠습니다. 생전 처음 체포되는 일은 분명 많은 이들에게 간담이 서늘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의 의식에 큰 변화를 낳았다고 봅니다.
“학교 당국의 요청으로 경찰이 투입된 지금은 특히나요. 투입된 경찰 병력 중에는 뉴욕경찰청 산하의 악명 높은 시위 진압 부대인 전략대응조(SRG)도 있었습니다.”
벤저민은 많은 학생들이 공식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정치인들이 사기꾼이라는 걸 알고, 그들을 환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시온주의에 반대한다고 한마디 하고는 결국 대(對)이스라엘 군사 지원을 승인합니다. 우리는 저들을 믿지 않아요.”
미국 대학가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세계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프랑스·튀르키예·이탈리아·오스트레일리아에서 점거 농성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 학생들도 미국 운동의 자신감을 받아안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단결한 학생 운동이 전 세계 살인마 지도자들의 범죄를 규탄하면 그들을 더한층 떨게 할 것이다.
벤저민은 국가나 대학 당국과의 협상으로는 학생들이 진정한 승리를 쟁취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 운동에 참가하니 가슴이 벅찹니다.
“하지만 저는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봐요.
“멍청한 관료적 협상에 학생들이 발목을 잡힐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저는 우리가 학생 운동과 더 광범한 대중 운동 사이의 벽을 허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운동이 학생 운동으로만 남으면 패배를 면치 못할 겁니다.
“저는 우리가 우리 학교를 가자지구에 연대하는 민중의 대학교로 탈바꿈시키기를 바랍니다. 우리 학교에서 그럴 수 있고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희망이 있습니다.”
“우리의 단결이 저들을 허둥대게 만들었다”
점거 물결의 진앙지 컬럼비아대학교 학생들은 시위 1주일 차를 넘긴 지난주에도 굳건하게 점거를 유지했다.
대학 당국은 가능한 한 빨리 시위의 파급력을 억제하고 싶어 한다. 캠퍼스 내 서쪽 잔디광장 앞에 천막 농성장을 차린 학생들의 행동에 밀려 대학 당국은 학생들과 협상해야 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협상에 진전이 없다고 전했고, 대학은 탄압만 강화하고 있다. 컬럼비아대학교의 ‘팔레스타인의 정의를 지지하는 학생들’(SJP)은 대학 당국이 캠퍼스 전체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 학생 수천 명이 기숙사에서 쫓겨날 것이다.
SJP는 이렇게 밝혔다. “우리는 대학 당국보다 언제나 한발 앞서 있다. 대학 당국이 계속 겁주기 전술을 쓰겠지만, 우리는 당황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우리의 단결과 집단적 대응은 이미 저들을 허둥대게 만들었다. 컬럼비아대학교 당국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변함없다. 우리는 동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등록금 납부 거부 투쟁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이비뿐 아니라 공립 대학 학생들도 싸운다
명문 사립대학교 학생들만 들고일어난 게 아니다. 공립 대학교인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교 훔볼트 캠퍼스에서도 점거를 해산시키려는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한 학생이 빈 정수기 물통으로 경찰에 맞서는 영상이 지난주에 인터넷에 널리 퍼졌다.
물통은 학생 운동의 상징이 됐다. 훔볼트 캠퍼스의 학생들은 캠퍼스를 “해방구”로 바꾸고 모든 출입로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점거 농성 참가자들은 대학 강의동 ‘지멘스관(館)’의 이름을 ‘인티파다관’으로 바꿨다.
대학 총장 톰 잭슨은 학생들이 “숭고한 대의”를 위해 점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며 학생들을 범죄자라고 칭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총장실에 진입해 사무실 벽에 “당신 손에 피가 묻어 있다”고 휘갈겨 썼다.
지난주 토요일 진압 경찰이 캠퍼스에 불도저를 몰고 왔지만, 점거를 방어하는 시위대가 모이기 시작하자 캠퍼스를 떠났다.
훔볼트 캠퍼스 학생 한 명은 이렇게 전했다. “점거가 시작됐을 때 우리는 [수업] 과제를 농성장에 들고 왔어요. 이게 가볍게 하룻밤 지내는 정도라고 생각했고, 경찰도 점잖게 대응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경찰이 침탈하더니 우리더러 나가라는 거예요. 그 즉시 경찰은 학생들에게 폭력을 휘둘렀어요.”
이어서 그는 이 운동이 썩어 빠진 미국 제국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라고 했다. “국가가 시위에 이토록 폭력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는 2020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의 재림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경찰은 사상 최악의 반감을 사고 있어요.
“사람들은 경찰 재정 삭감, 심지어 경찰 해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어요. 코로나19 팬데믹,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 극심한 빈곤과 인플레 이후 사람들은 미국 제국의 심장부에 산다고 해서 좋을 게 그다지 없다는 것을 그 어느 때보다 통감하고 있어요. 갈수록 사람들은 그런 환상에 시큰둥해 하고 있어요.”
미국 남부 경찰 - 폭력의 역사를 계승하다
미국 남부 주들에서 대학생들은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대한 가장 폭력적인 국가 탄압 중 하나에 직면해 있다.
지난주 목요일 경찰은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에모리대학교 학생들에게 테이저건, 고무탄, 최루가스를 퍼부었다. 학생들은 그 다음 날 에모리대학교 광장에서 500명 넘는 규모의 항의 시위를 벌이고 이런 구호를 외쳤다. “팔레스타인에서 멕시코까지 경계 장벽은 사라져야 한다!”
에모리대학교의 ‘팔레스타인의 정의를 지지하는 학생들’(SJP)은 지난주를 경과하며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얼마나 대규모로 커졌는지를 보여 줬다. 에모리대학교 SJP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2월에 주최한 매우 작은 시위 사진과 이번 주에 조직한 훨씬 더 큰 시위 사진을 나란히 올렸다.
텍사스주 주지사 그렉 애벗은 텍사스주립대학교 학생 시위 진압에 주(州)경찰 병력을 투입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맞서 싸웠다. 학생들은 경찰이 캠퍼스를 침탈하지 못하도록 팔짱을 끼고 대열을 형성했다. 몇 시간 동안 경찰의 공격에 맞서 싸운 끝에 학생들은 경찰을 캠퍼스 밖으로 밀어낼 수 있었다.
테네시주 내슈빌에 있는 밴더빌트대학교 학생들은 3월 26일부터 대학 건물 커크랜드관을 점거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학생들은 대학 당국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보이콧(Boycott), 투자 철회(Divestment), 제재(Sanction)를 할지 여부를 정하는 총투표를 취소한 것에 항의해 점거에 돌입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학생들과 [같은 주에 있는 사립대학교] 듀크대학교 학생들은 힘을 합쳐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캠퍼스 건물인 사우스빌딩 앞에 천막 농성장을 차렸다.
대학 노동자들이 학생들과 연대하다
학생들은 홀로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이 학생들과 연대해 행동을 벌이고 있다.
텍사스주립대학교의 한 강사 단체는 경찰이 대학교를 점령하고 있는 한 “수업 없음, 채점 없음, 과제 없음, 작업 없음” 행동에 동참하겠다고 밝히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단체는 경찰이 캠퍼스를 떠나기 전까지 “업무가 평소처럼 이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주 금요일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 소속 노동자들이 뉴욕시 거리를 행진하며 뉴욕대학교 학생들의 농성에 연대를 표했다.
뉴욕대학교 갤러틴개별연구대학 노동자들은 뉴욕대학교 총장 린다 밀스에 대한 불신임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총장 불신임안은 밀스가 농성 중인 학생들을 상대하러 경찰을 동원한 것 때문에 발의됐다.
캠퍼스를 침탈한 경찰 대열이 학생 대열을 치지 못하게 두 대열 사이에 서는 노동자들도 있다.
노스웨스턴대학교 메딜저널리즘스쿨의 조교수 스티븐 스래셔는 이렇게 전했다. “학생들이 천막 농성에 돌입할 것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저희는 농성장 방어를 지원하고 농성에 연대하기 위해 이곳에 오고 싶었어요.”
스래셔는 노동자와 학생 개개인이 체포될 각오를 했는지 구분하기 위해 색깔 표시 체계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래셔는 빨간색이 체포를 각오했다는 표시라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빨간색이에요. 전국에서 학생들이 경찰 폭력을 당하는 것을 보고 치가 떨렸어요. 그래서 경찰이 우리 학생들을 건드리기 전에 제 몸을 던져 막고 싶었어요.”
1968년 반란의 교훈
많은 미국 학생들이 자신의 투쟁을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에 걸쳐 벌어진 위대한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과 유사하다고 여긴다.
1968년 컬럼비아대학교 시위에 참가한 베스 매시는 지난주 컬럼비아대학교 시위에 참가해 이렇게 연설했다. “켄트주립대학교와 잭슨주립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살해당했습니다. 그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투쟁을 멈춰야 한다거나 위축되라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투쟁을 더욱더 크게 건설하라는 말입니다.”
지금의 탄압은 미국 국가가 1960년대에 그랬듯 전쟁 반대 운동을 분쇄하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1970년 5월 학생 약 400만 명이 동맹 휴업을 하고 강의실을 박차고 나와 전쟁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런 종류의 행동에, 특히 노동자들의 행동이 결합되면, 민주당의 이스라엘 지지에 균열을 낼 잠재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