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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윤석열 바통 이어받아 군비 증강으로 나아가는 이재명 정부

이재명 정부가 군비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국방비 지출 규모는 윤석열 정부를 능가한다. 윤석열 정부 임기 3년 동안 국방비 증액률은 매년 3~4퍼센트였는데, 이재명 정부는 2026년 국방비를 2025년 대비 8.2퍼센트 증액한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국방비 증액은 이재명 임기 내내 계속될 듯하다. 미국과 합의한 대로 국방비를 GDP의 3.5퍼센트 수준으로 인상하려면 국방비를 매년 7.7퍼센트 인상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스마트 정예 강군”을 주문하며 첨단 무기 개발과 군 전문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이 AI를 거듭 강조하는 것도 첨단 무기 경쟁과 관련있다.

또한 이재명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확립한 ‘3축 방어체계’를 고도화하는 것을 국정 과제로 삼고 있다. 3축 방어체계는 북한 선제 타격과 대량 응징을 포함한 매우 호전적이고 위험한 계획이다.

방위 산업 강화 기조도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K-방산’을 “미래 먹거리”로 삼자고 한다.

그 기조에 따라 윤석열이 했던 ‘죽음의 상인’ 노릇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월 이재명 정부는 폴란드에 9조 원 어치의 K2 전차를 수출하는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9월에는 폴란드 대통령을 만나 잠수함 등 방산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10월 17일에는 강훈식 비서실장을 방산 수출 특사로 임명해 방산 기업들과 함께 폴란드에 파견했다.

친서방 국가들에 대한 무기 수출은 경제적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무기 수요가 급증한 서방 진영을 확고히 지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도 세계 제국주의 경쟁 격화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강제가 아닌 선택

이재명 정부의 군비 증강에 미국 국방장관 헤그세스는 칭찬해 마지않았다.

그러나 군비 증강이 미국의 압박 때문만은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의 동맹 현대화 요구를 “국방력을 업그레이드할 좋은 기회”로 여긴다.

예컨대 이재명 정부는 핵무장 잠재력을 확보하려 애쓰고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받아 냈다. 친기업·우파 언론은 “미국이 원하는 한국의 자체 방위력을 높이고 중국 견제에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지…대담한 승부수”(〈한국경제〉 사설)라며 환영했다.

이재명은 중국과 대결하는 미국의 제국주의 전략에 적극 협력할 것임을 내세워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받았다.(“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

이재명 정부는 핵 연료 재처리를 허용하도록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하자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핵 연료 재처리 과정에서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일본 수준’까지 원자력 협정을 개정하자는 것은 일본처럼 핵 재처리를 허용해 핵 잠재력을 갖출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동맹 현대화 요구를 "국방력 업그레이드 기회"로 삼고 있다 ⓒ출처 미 해군

이렇게 이재명 정부가 군사력 강화에 매진하는 배경에는 제국주의 경쟁 심화와 미국 제국주의의 위기가 있다.

미·중 갈등 격화 속에 아시아·태평양의 군사적 긴장은 점점 고조돼 왔다. 그런데 미국 제국주의는 ‘테러와의 전쟁’ 패배와 2007~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를 거치며 그 힘이 약화돼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난관을 겪고 있다.

미국은 그런 어려운 처지에서 중국의 부상을 저지해야 한다. 트럼프가 동맹국들에게 자국 안보 부담을 더 많이 지라고 압박하는 이유다.

이에 독일, 영국, 일본 등 미국 동맹국들은 트럼프의 압력 속에서, 또는 이를 기회 삼아 군비를 크게 늘리고 있다.

그런 맥락 속에서 이재명 정부도 “자주 국방”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확고한 친미주의 속에서도 안보를 미국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재명이 국방비 증액에 대해 “단지 미국 때문만은 아니”라고 한 까닭이다.

자본주의 국가 경쟁 시스템에서 한 국가의 군사력과 경제적 경쟁력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그래서 자본주의 정당인 민주당은 집권할 때마다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에 따라 우파 정부들에 버금가거나 능가하는 군비 증강을 추진해 왔다.

우파 정부 뺨치는

김대중 정부는 미국 몰래 핵실험을 하는가 하면, ‘연안 해군’을 넘어선 ‘대양 해군’을 표방했다. 노무현 정부는 이지스함을 건조하고 막대한 규모로 군비를 확충했다. 문재인 정부는 “힘을 통한 평화”를 내세우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훌쩍 뛰어넘는 군비 증강을 하고 글로벌 호크와 F-35 전투기 등 미국산 첨단 무기를 도입했다.

이재명 정부도 전임 민주당 정부들의 이런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군비 증강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살벌한 군비 경쟁을 자극하고 노동계급에게 백해무익할 것이다.

군비 지출 확대의 부담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노동계급에게 필요한 일자리, 주거, 의료, 교육, 복지 등에 쓸 수도 있는 예산을 전쟁 준비에 쓰는 것이다. 영국 노동당 정부를 비롯한 유럽 정부들이 정확히 그렇게 하고 있다.

또, ‘강군 육성’ 기조는 군대에 징집된 청년 남성들을 매우 고통스럽게 할 것이다. 윤석열의 강군 육성 기조 속에 훈련병들이 훈련받다 사망한 일이 불과 1년 전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 충돌이 일어난다면 누가 그 희생을 치르겠는가. 따라서 군비 증강은 계급 문제다.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를 능가하는 군비 증강을 하려 한다 ⓒ출처 국방부

흔히들 대외 안보 상황 때문에 군사력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하지만, 한 국가의 군비 증강은 군비 경쟁 격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어느 국가가 강력한 무기를 개발하면, 다른 국가도 더 강력한 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안보 딜레마’) 핵잠수함 도입은 “단군 이래 최대 경사”(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가 아니라 가뜩이나 첨예해지고 있는 동아시아의 핵 경쟁에 기름을 붓는 일이다.

군사주의 정책은 ‘내부의 적’ 탄압 강화로도 이어진다. 청주 평화 활동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F-35 도입에 반대하는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보안법 마녀사냥을 당하고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주적은 국내에 있다”

이재명 정부의 군비 증강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더 커져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 원내 좌파 정당이 된 진보당은 이재명 정부의 군비 증강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지금보다 훨씬 더 높여야 마땅하다(한미 무역 협상 타결 이후 이 기사를 쓰는 10월 31일 현재까지 진보당은 핵잠수함 도입에 관해 이렇다 할 비판을 하지 않고 있다).

많은 진보·좌파들은 이재명 정부의 군비 증강을 비판하더라도 ‘자주 국방’의 견지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예컨대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핵잠수함 도입 시도를 비판하면서도 ‘자주 국방’을 명분으로 한 이재명 대통령의 ‘국방 혁신’은 지지한다. 〈민플러스〉는 이재명의 대북·대중 견제 발언을 옳게 비판하면서도, 핵잠수함 도입 시도는 “진정한 자주 국방”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비판한다.

그러나 친미적이든 ‘자주적’이든 군비 증강은 필연적으로 군비 경쟁을 자극하고 제국주의 경쟁을 격화시키고 노동계급 희생 강요로 이어진다.

좌파적 민족주의가 아니라 계급적·국제주의적 입장에서, 이재명 정부의 군비 증강이 군국주의를 부채질한다는 것을 폭로하고 그것에 반대해야 한다.

20세기 초 독일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카를 리프크네히트의 주장과 실천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카를 리프크네히트는 군비 경쟁을 벌이는 자국 정부에 맞서 군국주의 반대 운동을 건설했다.

카를 리프크네히트의 슬로건, “주적은 국내에 있다”를 이재명 정부의 군비 증강에 맞서는 데 적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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