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린의 《제국주의와 세계경제》:
“전쟁과 무기 없는 자본주의는 상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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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부하린

1920년대 그는 부적절하게도 스탈린에 앞서 일국사회주의를 주장했다. 그러나 스탈린은 1938년 날조된 혐의를 뒤집어 씌워 부하린을 처형해 버렸다.
제1차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5~1916년, 부하린은 제국주의에 관한 중요한 분석을 담은 책 《제국주의와 세계경제》를 썼다. 레닌은 직접 쓴 이 책의 서문에서, 부하린의 저작이 제국주의의 경제적 토대와 그 사회적
레닌과 마찬가지로, 부하린도 당시 독일 사회민주당의 지도자였던 카를 카우츠키의 초제국주의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카우츠키는 제국주의를 체제가 아니라 주요 정부들이 취하는 정책으로 다루는 경향이 있었다. 그는 세계경제가 통합될수록 이것이 정치에도 반영돼 강대국들 간 지정학적 갈등이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제1차세계대전은 자본주의의 정상 상태를 잠시 벗어난 일탈일 뿐이었다.
그래서 카우츠키는 사회민주주의
국가화와 국제화
레닌과 부하린은 자본주의 세계경제가 돌발적 변화, 파국적 격변, 갈등으로 가득 차 있다고 지적하며, 초제국주의론이 시사하는 자본주의적
부하린은 제국주의가 자본주의의 서로 모순된 두 경향, 즉 국제화
자본의
그러나 이 과정은 생산이 갈수록 국제화하는 맥락에서 일어난다
자본주의가 국경 밖으로 뻗어 나가고, 각국 안에서는 경제력 집중으로 대기업과 국가가 통합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의 경쟁 형태가 바뀐다.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대기업들은 다른 국가 기업들과 경쟁할 때 우위를 차지하려고 자국의 외교력
이제 세계는 국가와 거대 자본이 통합된
그런데 부하린은 제국주의 하에서 자본주의의 주된 모순은 경제 위기가 아니라 정치
한편, 부하린은 이렇게도 지적했다.
따라서 제1차세계대전, 제2차세계대전과 같은 제국주의 국가 간 전쟁은 상호 경쟁하는 자본들이 지배하는 세계경제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전 세계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고 핵무기 경쟁 같은 광기 어린 군비 경쟁이 벌어진 까닭이었다.
오늘날의 동아시아
부하린의 제국주의론은 오늘날의 제국주의, 특히 동아시아 제국주의 갈등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통찰을 준다.
동아시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화 속에 경제가 크게 성장한 지역이다. 그래서 동아시아에서 각국 경제들의 상호 의존이 크게 증대됐다. 그런데 그 결과, 언뜻 보기에는 모순되게도 전통적 영토 분쟁을 비롯해 국가 간 지정학적 갈등이 격화했다. 게다가 세계 1
경제의 상호 의존 증대는 경제적 경쟁을 강화한다. 그리고 기업들은 자국의 힘에 기대려 한다. 예컨대 중국 기업들은 마오쩌둥 시절과 달리 세계시장에 상품을 수출하고, 그것에 필요한 원료도 세계 곳곳에서 수입한다. 중국 기업들이 세계화할수록 중국 국가가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리적 범위도 확장돼야 했다. 그래야 중국 국가가 자국 기업의 이윤과 투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군사력 강화는 기존 패권 국가인 미국의 영향력을 갉아먹는 일이다. 세계경제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한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잃는 것은, 미국 지배자들에게는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이처럼 강대국들의 국익 충돌이 오늘날 동아시아에서 군사주의가 발전하고 불안정이 증대하는 주된 원인이다.
분명 100년 전의 자본주의와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다르다. 그러나 부하린이 지적한 자본주의의 핵심 특징은 본질적으로 같다. 자본주의 국가들이 서로 끊임없이 갈등하고, 궁극적으로 전쟁으로까지 나아가는 근본 동력이 바로 경쟁적 축적의 논리임을 이해해야 한다. 그것은 오늘날 한반도 긴장을 이해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데서도 중요하다.
그러나 매우 아쉽게도 한국에는 《제국주의와 세계경제》의 괜찮은 번역본이 없다. 이른 시일 안에 이 책이 제대로 번역돼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