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0월 29일) 이재명이 트럼프에게 아부를 떠는 모습은 눈 뜨고 봐 주기 어려웠다.
이재명 정부는 정상회담 기간 내내 환영 세레모니를 통해 트럼프의 스펙터클 정치를 돋보이게 해 주며 자신의 친미주의를 드러냈다. 미국인 700만 명이 트럼프에 반대하며 ‘왕은 없다’고 외치는데 트럼프에게 왕관을 선물했고, 트럼프를 맞이한 군악대는 그의 대선 유세곡 YMCA를 연주했다. 노벨평화상을 못 타서 속상한 트럼프를 위로하려고 엄청나게 큰 훈장을 수여했다.
결정적으로 이재명은 “중국 잠수함에 대한 추적”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자신이 미국 편임을 의심치 말라고 트럼프에게 어필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한미 정상회담 직후 관세 협상 타결 소식을 알렸고 몇 시간 뒤에는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
트럼프에게 관세 전쟁은 재정 적자 해소 등 경제적 이익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미국의 세계 패권을 지키는 문제에서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핵심 수단이다.
트럼프는 경제와 지정학을 넘나들며 각국 정부에 ‘어느 편이냐’ 하고 을러대고 있다. 브라질, 인도 같은 브릭스 국가들에는 고율의 관세로 압박하는 반면, 아르헨티나의 극우 정부에는 최저 관세 적용뿐 아니라 통화 스와프까지 체결해 줬다.
이재명은 ‘중국 잠수함 추적’ 발언으로 자신이 확고하게 미국 편임을 각인시켰고, 그 결과 관세 협상에서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의 대우를 약속받았다.
이재명 정부가 미국의 전쟁 노력을 뒷받침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세계를 위험한 곳으로 만드는 것에 일조하는 것이다. 지금 베네수엘라에 전쟁을 위협하고 세계 곳곳에서 군사적 위협(과 전쟁)을 일삼고 있는 미 해군을 더한층 강화해 줄 ‘마스가’ 프로젝트, 동아시아에서 군비 경쟁을 부추길 국방비 GDP 3.5퍼센트로의 인상, 각국의 핵무기 경쟁을 키우는 우라늄 농축과 핵잠수함 확보 시도 등은 하나같이 위험천만한 것이고 그 피해는 평범한 사람들이 떠안게 될 것이다.
반면, 대기업과 언론 등 한국 지배자들은 이번 관세 협상 결과에 흡족하다는 반응이다. 관세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주요 경쟁국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관세가 결정되고 대미 투자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이다.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용만은 협상 결과에 만족해하며 이렇게 말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기업이 투자나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없다. ... 우리는 미국과 협상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맺은 조건과 경쟁하는 셈[이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의 강요 때문이 아니라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위해 이를 능동적으로 선택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역사적으로 미국의 제국주의적 영향력과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시장을 개척해 왔고, 그래서 여전히 미국 제국주의의 손을 잡고 세계 무대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미 투자도 이를 통해 당장 이윤을 얻지 못하더라도 한국 자본주의가 미국 자본주의와 더 긴밀해짐으로써 장기적으로 국제 무대에서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본지가 주장했듯 한미 관세 협상의 진정한 쟁점은 미국에 맞서 ‘국익’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 제국주의를 확고하게 편들겠다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선언했고, 한국 자본가들은 관세 협상 결과에 흡족해하고 있다. 미국 제국주의를 지원해 경제적·군사적 이득을 키우려 하는 한국 정부와 자본가들에 맞서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