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의 민주당 후원:
극우가 이용하지만 민주당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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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가 국민의힘을 조직적으로 지원했을 뿐 아니라 민주당 정치인들에게도 지원을 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진술의 출처는 통일교 측에서 윤석열-김건희 로비를 맡아 온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다.
윤영호는 통일교 총재 한학자와 함께 국힘을 위한 자금 지원과 조직적 입당 등의 불법 청탁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윤영호는 12월 5일 자신의 재판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국힘과 민주당 모두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고도 했다. 그는 김건희 특검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당시 민주당 의원 2명에게 각각 수천만 원의 금품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12월 8일 한학자 재판에 나온 통일교 각 지역 간부들은 윤영호의 지시로 관할 지역의 국힘 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하고 윤석열-김건희 측 요청에 따라 당대회를 앞두고 조직적 입당을 조직했다고 진술했다. 그중 일부는 자기 지역에서 민주당과도 선을 대려고 했다고 답했다.
윤석열과 유착은 확실, 민주당에 줄 대기는 어디까지?
2022년 대선 때 통일교는 자신들이 초청 비용을 전부 대면서 미국 공화당 소속 전 부통령 마이크 펜스를 초청해 윤석열과의 단독 만남을 주선했다. 9일 김건희 재판에서 나경원과 통일교 간부 측이 이 만남을 위한 실무 통화를 한 녹취가 공개되기도 했다.
〈한국일보〉 보도를 보면, 대선 당시 윤영호는 통일교 전 부회장 이 모 씨와의 통화에서 “Y(윤석열) 쪽은 신세를 지게 해 놓고 그래도 어프로치 꽤 돼 있으니까 ... 펜스 정도는 붙여 줘야 저쪽에서 신세를 졌다고 생각을 한다”는 등의 통화를 했다.
동시에 이재명 후보측(정진상 당시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에게도 만남 주선을 제안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윤영호의 아내이자 통일교 재정국장이었던 이 모 씨가 지난해 12월 한학자 총재 전 비서실장 정원주 씨에게 “[윤영호가] 진보와 보수 모두 기반을 닦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한국일보〉)
이 메시지에선 “청와대 비서실장,” “이재명 대표의 멘토,“ “윤핵관들” 등의 표현이 거론됐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문재인 청와대, 윤석열, 이재명 측 모두에 선을 대려고 했던 것이다.
2023년 이재명 대표 시절에 통일교 간부가 민주당 세계한인민주회의 부의장을 맡은 일도 드러났다.
극우인 통일교와 접촉 자체가 문제
통일교는 대표적인 극우 ‘종교 단체’다. 초대 총재인 문선명은 창립 초기 한국에서 입지 확보가 어려우니 미국과 일본으로 진출해 그 나라들의 우파와 유착하며 교세를 키웠다. 일본 자민당 주류이자 전 총리인 아베도 통일교의 후원을 받았다. 문선명 사후 갈등으로 분열했지만, 문선명-한학자의 아들인 문형진이 이끄는 미국 측 통일교는 트럼프 지지 극우 진영인 ‘마가’에 속해 있다.
그래서 통일교가 집권 후 꾸준히 극우의 주류화를 도모한 윤석열과 유착하고 그들을 후원한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통일교는 민주당에게도 손을 뻗었고, 여러 계파들과 동시에 접촉했다. 현재까지의 진술로는 부정한 유착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명확지 않다.
따라서 통일교와 조직적으로 밀착한 증거들이 드러난 국힘이 편파 수사 운운하며 역공세를 펴는 것은 내란 청산 동력을 약화시키려는 역겨운 물타기다.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 관련 수사를 위해 출범했으므로 특검이 민주당을 수사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특검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을 곧바로 경찰이나 공수처로 넘기지 않은 것은 문제다.
국힘의 위선과 별개로 민주당 정치인들이 극우 세력인 통일교와 접촉을 한 것 자체가 지지층을 속이는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 자신이 (일본처럼) 통일교에 대한 재단 해산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최근 말했었다. 그러나 최근 문진석-김남국 로비 문자 사건에서 보듯이 더 다양한 기득권 세력의 로비에 민주당도 얽혀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극우인 국힘에 속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민주당에 마냥 내란 청산을 맡기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분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