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세력 척결은 민주주의 확장의 첫 걸음
〈노동자 연대〉 구독
국민의 힘이 대선 후보 경선 중이다. 탄핵 과정에서 윤석열을 편든 정당이 대선에 나오겠다는 것도 부아가 치밀지만, 어떻게든 표를 얻겠다고 아등바등하는 예비후보 간 토론을 보고 있자면 그 당 전체가 얼빠져 보인다.
윤석열을 국무총리로 보좌했고 권한대행으로서 조기 탄핵을 방해한 한덕수의 대선 출마는 더 화난다. 한덕수는 피선거권을 박탈하고 수감해야 할 자다.
이처럼, 민주주의 파괴에 공조한 자들이 연일 소음 공해를 내뿜으며 사기극을 벌이는데도 주류 언론 어느 곳도 국힘에게 대선 참여 자격이 없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이런 뻔뻔한 작태들을 보고 있으면, 쿠데타 세력 척결 과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실감 난다. 또한 이런 것이 도대체 모종의 민주주의인가 하는 분노에 찬 의구심이 든다.

지금 쿠데타 가담 및 엄호 세력은 여전히 행정부·사법부·의회 등의 국가기관, 재계와 언론계 등 곳곳에 살아남아 있다. 어디까지 쿠데타 핵심 세력과 교감했는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계엄 선포 직후 최상목과 한국은행장 이창용, 금융위원장 김병환, 금융감독원장 이복현이 모여 계엄 통치를 뒷받침할 무한 유동성(자금) 공급을 결정해 보도자료까지 냈다.
12월 4일 자정 대법원은 긴급 회의를 소집해, “계엄사령관 지시와 비상계엄 매뉴얼에 따라 향후 대응을 마련”하려고 했다(당시 〈조선일보〉 보도).
최근 국가정보원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자들로 고위 장성 후보 인사 검증을 몰래 실시했고, 경찰·검찰도 인사를 진행하려 한다. 정권이 바뀌기 전에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자기 세력들로 알박기 인사를 하려는 것이다.
과거 세월호 참사와 은폐 책임자들, 양승태 사법 농단 책임자들, 촛불 무력 진압 계엄 음모자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거의 성과가 없었던 점을 생각하면, 단순한 수사와 재판으로는 쿠데타 세력의 진정한 일소가 요원해 보인다.
그런데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후보는 첫 공식 일정으로 “국민 통합”을 위해 전직 대통령 묘소를 전부 참배한다는 명분으로 현충원에 가서 이승만·박정희 묘역까지 찾았다. 자신이 집권해도 정치 보복이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것이 당장 대선 득표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계엄의 밤에 국회 앞으로 달려간 사람들, 4개월을 쉬지 않고 거리를 지켰던 사람들의 염원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민주당은 기성 권력자들과도 얽혀 있기 때문에 쿠데타 세력 척결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행정부 집행권을 잡아도 국가를 그럭저럭 운영하려면 미국, 기업주, 군부, 정보기관 등의 묵인과 협조가 필요하다.
그래서 민주당은 계엄을 물리치고 윤석열을 탄핵해 조기 선거로 자신들이 재집권하는 것까지만 민주주의 투쟁을 (극히) 일부 수행한 것이다.
이는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선출되지 않은 진정한 권력이 개혁을 훼방놓을 것임을 의미한다.
형식적 민주주의의 한계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합헌주의에 한계가 있다. 쿠데타 세력을 진정으로 척결하려면 어떤 국가기관들은 해체시켜야 하고 어떤 권력자들은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켜야 하고, 또 어떤 자들은 정·관계에서 영원히 퇴출시켜야 한다.
이는 현행 헌정 절차를 그대로 따르는 방식으로는 절대로 한계가 있고, 오히려 그런 질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규모의 대중 투쟁이 벌어져야만 가능하다.
4월 혁명은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혁명이었기 때문에, 부정선거 주범인 최인규 전 내무부 장관과 시위 현장 발포 명령자인 경무대경찰서장을 사형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과도 내각이 비혁명적 방법으로 혁명을 수행하자며, 기존 법률하에서 재판을 진행한 결과, 최종적으로 매우 온정적인 판결들이 나왔다. 가령, 경찰에 발포를 지시한 내무부장관 홍진기는 사형에서 감형돼 곧 석방됐다.
그 결과 관료와 재벌들의 지위는 거의 손상되지 않았다. 가령 홍진기는 이후 중앙라디오, 중앙일보, 동양방송 사장 등을 역임하며 1986년 사망 때까지 권력자로 살았다.
그런데 일각에선 “내란 세력 청산보다는 사회대개혁 과제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쿠데타 세력 척결은 사회대개혁의 전제 조건이다. 개혁을 가로막고 사람들의 삶을 악화시키고, 노골적인 친제국주의 노선과 강경 신자유주의 노선 추진에 방해되는 야당과 좌파, 노조를 “일거에 척결”하려 했던 세력들을 소탕해야 개혁의 추진력이 생길 수 있다.
쿠데타 세력 척결은 민주주의 투쟁이자 사실상의 계급투쟁인 것이다. 왜 그런가?
계급의 특별한 의미
윤석열이 파면됐어도 쿠데타 미수 정권은 임기가 남았다. 그들은 남은 임기 동안 자신들의 노선을 되돌리기 어렵게 하려고 알박기 인사 등을 하며 전방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또한 한덕수와 최상목이 관세 등 한미 협상을 굳이 서두르는 이유다.
경찰은 최근 생계 관련 노동자들의 농성, 난민 지지 집회 등에 매우 적대적으로 나왔다. 내란죄 수사, 서부지법 폭동 등 극우를 수사하고 처벌해야 하는 입장에서 우파 일반을 달랠 희생양이 필요한 것이다.
반면, 극우 세력이 거리에서 혐중 선동을 하며 폭력을 휘두르고, “빨갱이를 죽이자”고 선동을 해도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있다.
쿠데타 세력 척결 과제는 노동계급이 결정적으로 해결의 열쇠를 쥔 과제다. 노동계급은 투쟁을 더 전진시킬 이해관계와 능력(이윤 시스템에 타격을 가할 잠재력)이 있다.
노동자들이 민주주의 투쟁에 능동적으로 참가하는 것은 스스로 정치 의식과 조직을 고양시킬 수 있다. 당장에 경제 침체 속 고용 안정, 임금 인상, 조건 개선 등을 위한 조직화와 투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일터와 거리 곳곳으로 노동자 대중의 활력이 퍼져 나가야 당장에 지배자들의 양보도 얻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