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 이집트인 난민 인정 소송 승리 보고 대회:
승리를 축하하고 연대의 지속을 다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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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6일 일요일 오후 2시, 인하대학교 60주년기념관에서 ‘난민 인정 소송 승리 보고 대회: 재한 이집트인 정치난민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라’가 열렸다.
최근 이집트인 4명이 ‘난민 인정률 1퍼센트’라는 바늘구멍을 뚫고 난민 지위 소송 2심에서 승리했다(관련 기사: ‘재한 이집트인 난민 2명, 난민 지위 인정’). 이 자리는 2심 승소를 축하하며, 승소한 난민들이 연대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아직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동료 이집트인들을 위해 투쟁의 결의를 다지는 자리였다.
이집트인 20여 명과 연대자 등 1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일요일 인천에서 모였다. 장소 대여에 최규진 인하대 의료인문학교실 교수와 인천시민재단이 큰 도움을 줬다.
이 이집트인 난민들은 2013년 군부 쿠데타에 맞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투쟁하다가 군부의 혹심한 탄압으로 망명한 이들로, 대부분 2018년 전후로 한국에 왔다.
이들은 한국에서도 이집트의 민주화를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2023년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이 시작되자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건설에도 적극 나섰다. 그런 만큼 이날 행사에도 함게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이 많이 참가했다.
난민 인정을 위해서도 이번에 승리하기까지 걸렸던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수동적으로 기다리고만 있지 않았다. 쿠데타에 맞서 싸웠던 혁명가들답게 난민 지위 인정을 촉구하며 여러 차례 집회와 농성을 벌였다.
이집트인 난민들이 능동적으로 나서자 난민 지원 단체, 보건의료 활동가, 진보적 종교인 등 다양한 이들이 힘을 보탰다. 또한 많은 연대자들이 1,000페이지에 달하는 증거 번역, 집회 현장에서 탄원과 모금 활동 등을 도왔다.
이런 과정 속에서 6,000명이 넘는 탄원서와 소송 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이 이뤄졌다. 특히, 2024년 말~2025년 초 윤석열 퇴진 집회에서는 “이집트에서 ‘이집트의 윤석열’에 맞서 싸운 사람들”이라는 공감 덕분에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이날 행사장에는 2022년부터의 그런 활동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돼 있었다.
이처럼 이집트인 난민 당사자들과 연대자들의 적극적인 활동의 결과로, 이날 행사의 참가자들이 이집트인들을 만난 경로는 다양했다. 이집트인 난민들의 초기 투쟁부터 함께한 사람, ‘팔레스타인인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을 통해 만난 사람, 탄원서 서명에 참여하며 이집트 난민들의 사연을 알게 된 사람 등.
이번에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승소자가 그동안의 연대에 감사 인사를 표하며 행사를 시작했다.
“저는 비록 난민 인정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난민 인정을 요구하는 다른 동지들과 함께 투쟁하고 있습니다.
“난민 인정을 받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더 많은 동지들이, 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도록 단결해서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저희와 연대해 주신 모든 연대자 분들, 그리고 조력해 주신 변호사 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다음에 모였을 때는 모두 난민 인정을 받아, 함께 크게 축하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발언에서도 볼 수 있듯이, 법정에서 법무부를 상대해야 하는 난민들에게 변호사는 둘도 없이 중요한 존재다. 사회자는 10여 명의 이집트인들이 난민 인정 소송을 시작하는 데 기여한 이상윤 변호사(법무법인 목민)와 이번 승소를 이끈 유창진 변호사(법무법인 명천), 난민인권센터, 공익법센터 어필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그 중 유창진 변호사가 참석했고,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상근 변호사가 영상 메시지를 전해 왔다.
유창진 변호사가 연단에 설 때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의 제안으로 참가자들은 다 같이 “난민 지위 인정하라! 난민들과 연대를!” 하고 구호를 외쳤고 분위기가 고조됐다.
그는 이번 승소가 향후 이집트인 난민 인정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이 판결문의] 많은 부분이 현재 이집트 상황 자체가 여러분들을 정말 명확하고 확실하게 사상범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이 단순하게 지난 군부 독재가 싫고 그래서 항의했다는 그 상황, 그리고 무슬림형제단에 가입하거나 자유정의당에서 활동했던 그 사실만으로도 여러분이 난민 인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매우 높은 수준의 기대감을 가져도 좋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난민 지위를 위해서 싸우시길 바랍니다.”
이어서 김연주 변호사도 고단한 과정에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싸운 난민들과, 그들과 함께하는 연대자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했다. 동시에 난민법 개악에 함께 맞서 싸우자고 호소했다.
”최근 정부와 일부 국회의원이 난민 재신청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난민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집트는 재신청자 비율이 높은 대표적인 출신국 중 하나입니다.
”활동에 대한 명확한 진술과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불인정 결정을 받는 한국의 현실에서 재신청을 제한하는 것은 마지막 구제의 문을 닫아 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난민인권센터 역시 부족하지만 이 문제를 계속 알리고 개악을 막기 위한 활동을 이어 가겠습니다.”
보건의료 문제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난민 신청자들이 호소하는 대표적 어려움 중 하나다. 이날 한 난민은 대표적 어려움 3개를 꼽았는데 그 중 2개가 ‘정신 건강 악화’와 ‘건강보험 미적용’이었다.(나머지 하나는 ‘안정적 신분증 없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의 이상윤 책임연구원은 이날 지속적인 연대를 약속했다.
”앞으로 일자리, 자녀 교육, 일상과 편견, 또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강 문제 등에서 여러분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겠지만 그 어려움들을 여러분 곁에서 저희가 함께 풀어 나가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김광일 이주민 전문 노무사는 2007년과 2008년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했던 경험을 말했다. 그는 “철옹성 같던 무바라크에 맞서 싸우고 있었던 이집트 투사들을 그 현장에서 만난 것”이 매우 영감 어린 경험이라고 했다.
“2011년 무바라크를 무너뜨렸던 그 혁명의 참가자들, 그리고 엘시시 쿠데타에 맞서 투쟁했던 여러분 앞에서 연설한다는 것은 저에게 굉장히 큰 영광”이라고 하자, 많은 이집트인 난민들이 통역에 귀 기울이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이집트인들은 난민으로서의 정당한 대우를 요구한다는 것을 알릴 뿐 아니라, 자신들이 이집트에서 했던 정치 활동이 얼마나 정당한 것이었는지를 알리고 소통하고자 했다.
한 이집트인 난민은 이렇게 말했다.
“아랍 국가에서 온 무슬림인 저희들이 익숙한 나라와 문화권을 벗어나서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그만큼 강력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2011년 이집트에서 혁명이 성공했고 2013년 그걸 뒤엎기 위한 군부 쿠데타를 겪었습니다. ... 군부는 이번에 민주화 운동을 꺾지 못하면 자신들은 끝장이라고 생각했고, 저희들도 이때 승리하지 못하면 군부가 다시 권력을 잡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군부도 정말이지 결사 항전을 벌였던 때였습니다.”
혁명의 패배 이후 많은 활동가들이 살해됐고, 정치수가 현재 6만 명이 넘을 만큼 엄혹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난민도 이집트 독재 정권의 부당함과 그에 맞선 활동의 정당함을 역설했다. 자신은 이집트에서 17세에 25년 형을 선고받았고, 지금도 13세가 안 되는 아이들이 구금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집트인 난민들은 낯선 땅에서도 혁명가로서의 정체성을 간직하며 본국의 민주주의와 난민으로서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악조건 속에서도 싸우고 있다. 이번 승리를 발판 삼아, 더 많은 이집트인 난민들이 정당한 지위를 인정받고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굳건하게 연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