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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 삼성전자노조 파업 집회:
파업 조합원들의 눈빛에 자신감이 묻어나다

7월 2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전국삼성전자노조는 무기한 파업 15일째인 7월 22일 오전 경기도 기흥사업장 인근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를 열었다.

기흥, 화성, 평택, 수원, 천안, 온양, 구미, 광주 등 전국에서 모인 노동자 2000여 명(노조 집계)의 우렁찬 투쟁 구호와 열기가 금세 집회장을 뒤덮었다.

파업 참가자가 수백 명에 불과하다는 보수 언론들의 보도가 거짓이었음이 통쾌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파업이 지속되면서 일부 반도체 라인에서 생산 차질이 일어나자, 사용자 측은 생산량을 줄이고 품질 검사를 건너뛰고 있다.

화성사업장에서 HBM(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한 노동자도 파업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부서는 원래 8~9명이 일하는데, 지금 결정권자[관리자] 포함해서 4명이 출근했어요. 사측은 재고를 쌓아 두고 그걸 내보내면서 [생산에] 차질이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아닌 거죠. 집회에 나오지 않거나 파업에 함께하지 못해도 지지하는 직원들이 많습니다.”

세계 유명 언론들이 삼성전자노조 파업으로 반도체 공급에 영향이 생기고, 다른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을 자극할까 봐 주목하고 있다.

7월 8일 파업 돌입 이후 노조 신규 가입자도 크게 늘고 있다. 7월 가입자만 약 6700명이다. 이는 전체 조합원(약 3만 5000명)의 20퍼센트에 이르는 수치다.

7월 2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7월 2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이 때문에 파업 조합원들의 눈빛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노동자들은 노조에서 준비한 투쟁 끈을 머리에 묶으며 반갑게 인사하고 서로를 격려했다.

손우목 삼성전자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이번 파업의 의의를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삼성전자, 그것도 반도체 부분에서 총파업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불합리한 처우에 분노하고 있으며, 직원들을 단순 부품 취급하는 경영진에게 몸소 보여 주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파업의 선두에 반도체 제조 여성 노동자들이 있다. 이 노동자들이 적극 파업에 나서면서 기흥사업장 6, 7, 8라인의 가동률이 18퍼센트로 떨어졌을 뿐 아니라, 온갖 질병에 시달려 온 열악한 근무 환경도 드러나고 있다. 삼성전자노조는 집단 산재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7월 2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손 위원장은 호소문을 낭독하며, 기흥사업장 여성 노동자들의 일그러진 손가락, 붕대로 싸맨 손목 등 가슴 아픈 산재 사진들을 화면에 띄워 보여 줬다.

손 위원장의 발언이 끝나자 사회자는 즉석에서 기흥사업장 8인치 반도체 제조 여성 노동자들에게 발언 신청을 받았다. 한 여성 노동자가 손을 들고 무대에 올랐다. 열화와 같은 응원의 환호가 길게 쏟아졌다.

“2019년 저는 삼성전자라는 타이틀만 보고 이곳으로 왔습니다. 가족과 이사까지 왔어요. 하지만 이곳의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후회스럽고, 순간의 선택을 잘못한 저 자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저 나를 믿고 따라와 준 가족들에게 미안해서 지금까지 악착같이 버텼습니다. 하지만 그 5년이라는 시간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생계를 위해 고통받으며 일하는 우리 동료들이 제발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저는 외치고 버틸 생각입니다. 동료들아, 함께하자! 투쟁!“

울분을 터뜨리는 가슴 절절한 발언에 대열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고 흐느끼는 노동자들을 볼 수 있었다.

이어서 파운드리 포토 설비 14년 차 엔지니어 여성 노동자가 무대에 올라, 내일(23일)부터 재개되는 교섭에서 노조의 요구안을 수용하라고 사용자 측에 일갈했다.

“우리가 요구한 것 중 어느 하나도 과하지 않습니다. 노동조합 [창립기념일] 휴가 1일, 베이스업[즉, 사용자 측 안보다 기본급을] 0.5퍼센트 [인상], 그리고 제일 중요한 성과급 기준 투명화. 왜 이것도 안 해 줍니까? … 사측은 파업하는 직원들 따라다니면서 사진 찍고 캠코더로 녹화할 시간에, 왜 직원들이 이렇게 화를 내고 파업까지 하게 됐는지 제대로 복기하시기 바랍니다.

“여기 모여 주신 동료 여러분, 그리고 오지 못했지만 뜻을 함께하고 있는 동료 여러분, 지치지 마십시오. 흔들리지 마십시오. 여러분과 저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 같이 투쟁!”

참가자들은 “투쟁!”으로 화답하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7월 22일 오전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를 마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원들이 사내 행진을 하기 전 기흥캠퍼스 정문 앞에서 파업 승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7월 22일 오전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를 마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원들이 기흥캠퍼스 사내 행진을 하기 위해 정문을 통해 들어서고 있다 ⓒ조승진

집회를 마친 노동자들은 더 많은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가할 것을 호소하기 위해 기흥사업장 안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파업! 파업! 총파업,” “동료야 함께하자,” “끝까지 같이 가자.”

한편, 〈노동자 연대〉 신문 독자들은 집회 시작 전부터 모여 참가하는 노동자들을 응원하며 파업 지지 활동을 벌였다.

적잖은 노동자들이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 “감사합니다,” “투쟁!”을 외치며 화답했다. 한 노동자는 신문 판매대로 와서 “발행한 기사 다 봤습니다. 와 줘서 너무 고맙습니다” 하고 연대의 마음을 표했다.

7월 2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에서 〈노동자 연대〉 신문 독자들이 파업 투쟁에 지지·연대를 보내고 있다 ⓒ조승진

파업 지지 활동에 참가한 고려대학교 학생 오수진 씨는 이렇게 말했다.

“제 또래 청년들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20대의 손이 어그러질 정도로 일한 8인치 반도체 제조 노동자의 발언에 저도 눈물을 글썽였어요.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는 것을 통해 어디가 아픈지를 서로 알게 되고, 우리도 그 사실을 알게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수 언론들은 이 투쟁에 대해 맹공을 퍼붓고 있는데요. 노동자들이 저희가 여기에 와서 지지를 한 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씀해 주신 것을 듣고 저도 다시 감동을 받았어요. 저희가 환호를 하면 노동자들도 환호해 주시는 것을 보며 힘을 많이 얻었습니다.”

오늘 집회는 파업 노동자들의 투지와 결속력을 다지고 확인하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지금의 기세를 계속 이어 나가 유의미한 성과를 얻길 응원한다.

반도체 제조 여성 노동자가 고발하는 삼성전자 노동 환경의 실태

[※ 7월 22일 전국삼성전자노조 파업 집회 현장에서 8인치 반도체 제조 업무를 하는 한 여성 노동자를 만나, 열악한 작업 환경과 파업 소감에 대해 들었다.]

저는 지금 여기서 일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나마 양호한 편인데, 10년 이상 된 친구들은 몸이 많이 아파요. 특히 근골격계 질환이 가장 많습니다. 하지정맥류나 족저근막염, 손목터널증후군 같은 거요.

화학 물질에 의한 위험도 분명 있어요. 그런데 저희가 냄새가 난다고 제보를 해도 관리자는 ‘이 냄새는 괜찮다, 그냥 작업해도 돼’ 하고 잘라버려요. 두통이 생겨도 ‘잠깐 나가서 쉬고 와’ 하고요. 저희는 그 냄새의 정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그냥 계속 일을 해야 해요.

최근에는 [기흥사업장에서] 방사선 유출 사고가 있었는데요. 문제가 생긴 그 설비 바로 옆에서 제 동료가 일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사측은 그런 사고가 있었다는 걸 전혀 얘기해 주지 않았어요. 저희는 언론 기사가 나고 나서야 그 사실을 접했습니다.

그 설비 옆에서 일하는 동료가 출근하면서 그러더라고요. ‘나 너무 무서워. 나 거기서 일을 해도 되는 거야? 나도 어떻게 되는 거 아니야?’ 하지만 그렇게 두려움에 떨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가서 또 일을 하는 거예요.

퇴사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더 좋은 회사가 있어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열악한 작업 환경을 피하려고, 너무 힘들어서 쉬고 싶어서 나간 친구들이 굉장히 많아요.

저는 이번에 투쟁에 나서면서 동기부여라고 할까요, 용기를 많이 얻었어요. 저만 불만을 품고 문제 의식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 투쟁에 나서고 보니까 ‘아,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고 나랑 뜻이 같은 사람들이 많구나’ 하고 느꼈죠. 그래서 착잡한 마음도 있지만, 동시에 즐겁게 파업 투쟁에 임하고 있습니다.

사측보다 더 오래, 끝까지 버텨서 승리할 겁니다.

7월 2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7월 2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7월 2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7월 2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7월 22일 오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며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가 열리는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로 향하고 있다 ⓒ조승진
7월 2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7월 22일 오전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를 마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원들이 기흥캠퍼스 사내 행진을 하기 위해 정문을 통해 들어서고 있다 ⓒ조승진
7월 22일 오전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를 마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원들이 기흥캠퍼스 사내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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