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노조가 6월 7일 최초 파업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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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인정하라, 임금 인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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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삼성전자노조가 창사 이래 첫 파업을 예고했다.
노조는 오늘(5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월 7일(금)에 조합원들이 단체로 연차를 사용해 하루 파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또 오늘부터 서초사옥 앞에서 버스 농성을 시작했다.
노조는 그간 노조와의 교섭을 통한 임금 결정, 투명한 성과급제, 휴가 개선 등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사측은 교섭에서 노조의 요구를 외면하며 노조를 체계적으로 무시했다. 노조와 약속한 휴가제도 개선 약속을 어기고, 노조를 배제하고 노사협의회에서 임금을 결정·통보했다.
그런데 사측은 어제 열린 본교섭에서도 노조를 또다시 무시했다.
지난 4월 1일 조합원 300명과 함께 사측에 면담을 요구한 손우목 노조 위원장을 막아 세우고 밀어 넘어지게 만든 사측 인사 2명을,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교섭위원으로 참석시켰다.
교섭장에서 노조가 이들에 대해 제외할 것을 요청하고 불만을 토로하자, 사측은 이마저도 거절하고는 되레 노조의 태도를 문제 삼아 교섭장을 나갔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사측의 이런 태도는 위기의 책임과 고통을 계속해서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이에 저항하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전 포고와 다름없다.
지난해 영업적자를 이유로 사측이 초과이익성과급을 전혀 지급하지 않아, 노동자들의 전체 연봉은 30퍼센트 이상 삭감됐다. 그러나 삼성전자 임원들은 퇴직금을 넉넉하게 챙겼고, 보수한도(등기이사에게 지급할 보수의 상한액)도 17퍼센트나 인상했다.
월급 빼고 다 오르는 고물가 상황에서 반도체 부문 적자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노조를 무시하는 것에 노동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4월 17일 화성시 삼성전자 부품연구동 앞에서 2000여 명이 모여 창사 첫 단체행동에 나선 데 이어, 5월 24일에는 서초사옥 앞에서 2500여 명이 2차 단체행동을 벌였다. 올해 들어 노조원도 3배가량 급증했다(현재 전체 조합원은 2만 8400명).
친사용자·보수 언론들은 반도체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까지 더해졌다며 벌써부터 노동자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최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공급하려 했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데다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자,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지고 있어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를 만든 것은 재벌 3세 이재용이 아니라 피땀 흘려 일한 노동자들 덕분이다.
기자회견에서 손우목 위원장은 파업을 선언하며 투쟁에 지지를 호소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전자에서도 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이러한데, 다른 기업의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는 어떻겠습니까? 삼성의 많은 계열사들과 그 외 협력사들은 삼성전자의 임금 인상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모든 계열사와 협력사들에게 기준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삼성전자만의 처우 개선이 아닌, 삼성그룹 및 협력사 나아가 국내 모든 기업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삼성전자에서 노동자들이 첫 파업을 예고한 것은 전체 노동운동에도 의미 있는 일이고 전진이다.
삼성전자노조는 6월 7일 하루 연가 파업을 시작으로 투쟁 수위를 계속 높여 가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엔 최순영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과 김인식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삼성화재 애니카지부장이 참석해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연대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용기 있는 첫 파업에 지지와 연대가 확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