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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심화와 과잉 투자로 위험성 커지는 반도체 산업

올해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4분기 대비 1.3퍼센트 성장했다. 시장 예상치 0.6퍼센트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자,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2.1퍼센트)보다 크게 높인 2.5퍼센트로 수정했다.

특히 올해 5월까지 반도체 수출은 113억 8000만 달러(15조 7613억 원)로 지난해보다 54.5퍼센트나 증가하며 한국의 수출 증가를 이끌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도 크게 좋아졌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매출 23조 1400억 원에 영업이익 1조 9100억 원, SK하이닉스는 매출 12조 4296억 원에 영업이익 2조 886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15조 원, SK하이닉스가 8조 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한 것에서 대규모 흑자로 바뀐 것이다.

최근 AI 투자 열풍이 닷컴 버블처럼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출처 SKT

그러나 최근의 반도체 산업 호황이 거대 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증가에 따른 것이라, 테크 기업들과 반도체 기업들의 합종연횡과 각 기업들 사이의 경쟁 심화 또한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런 경쟁 심화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반도체 기업은 엔비디아(NVIDIA)다. 몇 년 전만 해도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주력으로 설계해 판매하는 회사였다. 그러나 GPU의 데이터 처리 방식이 챗GPT 같은 거대언어모델 AI를 학습시키고 구동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엔비디아의 매출과 순이익이 대폭 증가했다.

엔비디아의 성장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은 SK하이닉스이다. 기존의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삼성전자에 한발 뒤지는 것으로 알려졌던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GPU와 짝을 이뤄 계산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반도체의 개발에 앞장서 왔다. 지금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등 최신 HBM 반도체의 점유율이 90퍼센트에 달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2019년에 HBM 팀을 해체해 최근의 AI 반도체 투자 열풍에서 수혜를 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의 메모리 반도체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HBM에 대응할 수 있다고 봤던 것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HBM이 발열과 전력 소비 문제로 엔비디아 납품 테스트에서 탈락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AI 반도체 투자가 늘어나면서 2024년 AI 전용 반도체 시장 규모가 5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2024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액 5760억 달러(전망치)에서 10퍼센트 가까이 되는 것이다. 또한 앞으로 AI 반도체 시장이 대폭 성장해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이 현재의 두 배인 1조 달러를 돌파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가 각광받고 있지만, 아마존·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거대 테크 기업들은 모두 자신들의 AI에 최적화된 반도체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반도체 개발에는 많은 비용이 들지만 맞춤 설계된 반도체를 사용하면 효율성을 더 높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보면서 말이다. 엔비디아의 GPU 수요가 줄어들면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며 큰 수익을 내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우위도 금방 사라질 수 있다.

반도체 기업들과 테크 기업들의 경쟁이 심화하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미-중 무역 전쟁 등으로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보호·육성하려는 주요국들의 경쟁도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거품 우려

그런데 한편에선 AI 반도체 시장의 투자 거품에 대한 우려도 크다.

아마존·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미국의 거대 테크 기업들과 중국, 한국, 일본 등의 거대 기업들이 AI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막상 대부분의 다른 기업들은 AI를 활용한 생산성 향상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직 AI 활용에 큰 비용을 치르려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급증하고 있는 AI 반도체 수요가 2025년에는 급감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990년대 말 ‘닷컴 버블’처럼 AI 거품이 터질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는 보수적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첨단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저조한 것이 시사적이다. 반도체 위탁 제조업체 TSMC는 위탁 생산 성장 전망치를 낮추기도 했다.

첨단 반도체를 둘러싼 국가 간, 기업 간 경쟁이 강화되고 반도체 산업 부문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기업들은 이윤 확보를 위해 노동자들을 쥐어짜내는 시도를 강화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도 탄력근무 확대나 임금 인상 억제 등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고통을 전가하려는 시도에 단호하게 맞서며 투쟁을 전진시켜야 노동자들의 생활수준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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