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노조, 파업 선언:
노동자들은 회사 위기에 책임 없다. 임금 인상 요구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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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7월 8~10일 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손우목 삼성전자노조 위원장은 7월 1일 저녁 노조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2만 8000여 명의 조합원들은 집행부에게 총파업의 명을 내렸고 총파업을 통해 이 모든 책임을 사측에 묻는다”고 밝혔다.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직후인 4월 17일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노조 인정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창사 55년 만에 첫 집단행동에 나섰다. 6월 7일엔 첫 파업(하루 집단 연차 사용)을 벌였다.
이후 사용자 측의 제안으로 노사는 중앙노동위 사후 조정에 임했다. 사후 조정은 조정이 종료된 뒤 노동쟁의 해결을 위해 노사 동의하에 다시 실시하는 조정이다. 노사는 6월 27일까지 3차례 조정회의를 진행했고, 28일 오후 노조 웹사이트를 통해 중앙노동위의 조정 결과가 공유됐다.
이를 접한 많은 노동자들이 불만을 강하게 제기했다. 노조의 요구는 거의 수용되지 않은 반면, 사용자 측 제시안은 대부분 관철됐기 때문이다.
사용자 측은 노동자들이 요구한 (노사협의회 결정 수준 이상의) 임금 인상과 성과급 개선 요구를 일절 거부했다. 심지어 2023년 임금 교섭을 2024년과 병합해 진행하는 조건으로, 유급휴가를 하루 늘리기로 한 약속조차 간단히 뒤집었다.
조정안은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사용자 측의 제시안도 포함했다. “회사와 노동조합은 회사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상호 협력하고 노력한다.”
노동자들에게 계속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회사의 “경쟁력 제고”(인건비 절약을 통한 투자비 확보)에 군말 없이 따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위기는 노동자 탓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산업의 경쟁이 심화된 결과다(관련 기사: 본지 508호, ‘경쟁 심화와 거품 우려로 불확실성 커지는 반도체 산업’).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시장 주도권을 빼앗긴 것도 경영 실패 탓이지 노동자 잘못이 아니다.
그런데도 사용자 측은 지난해 반도체 부문 적자를 이유로 노동자들의 성과급을 전액 삭감했다. 물가 폭등 상황에서 전체 연봉의 3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성과급을 전액 삭감한 것은 삼성전자 노동자들에게 커다란 생계비 고통을 가했다. 고임금 노동자의 이기적인 파업이라는 것도 가당치 않다.
적자라지만 한국 최대 기업 삼성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억제된 반면 삼성전자 임원들은 수억 원씩 인센티브를 받고 퇴직금도 넉넉하게 챙겨갔다. 이재용은 지난해 배당금 총액이 6.4퍼센트 늘어난 3244억 원을 받았다.
실적이 개선되면 보상이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다. 올해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어 영업이익이 1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용자 측은 올해 성과급도 기대하지 말라고 공언하고 있다.
거부
조합원들은 ‘무노조 경영’ 삼성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며 사용자 측을 맹성토했다. 사용자 측 제시안대로 나올 거면 “사후 조정은 왜 한 거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노조 게시판에는 조정안을 거부하자는 의견이 쏟아졌고, 사용자 측을 제대로 압박하려면 실질적인 파업에 돌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이 올라왔다.
노조 집행부는 조정안에 대해 ‘조합원 찬반 투표 필요 여부’를 묻는 설문을 6월 29일부터 7월 1일 오후 5시까지 진행하고, 결과에 따라 투쟁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설문에 참가한 조합원 중 다수가 찬반을 물을 것도 없다고 답했고 이어서 손우목 노조 위원장이 전면 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전 조합원은 7월 8~10일 오전 10시 삼성전자 경기도 화성사업장 앞에 집결하라는 파업 지침이 내려졌다.
그간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투쟁을 응원하며 꾸준히 보도해 온 본지는 삼성전자노조의 파업 돌입 선언을 전폭 지지한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요구는 완전 정당하다.
한국 경제의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투쟁은 다른 노동자들의 사기와 자신감을 북돋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삼성의 많은 계열사들과 그 외 협력사들은 삼성전자의 임금 인상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모든 계열사와 협력사들에게 기준이 된다는 의미입니다.”(손우목 삼성전자노조 위원장)
물가 폭등으로 생계비 위기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최근 정부와 사용자들을 향해 임금 인상 투쟁에 나서고 있다.
“모든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주요 요구로 내세운 6월 22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3만 명이 모였고, 7월 6일엔 공무원·교사 노동자들도 정부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벌인다.
삼성전자노조 투쟁은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고 있다. 미국 반도체 노동조합과 인디애나주 금속분말제품 노동자연합, 미국전기통신노조 83700지부, 대만 타오위안시(市)노총이 투쟁 지지 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윤석열 정부의 위기를 활용해 파업에 나서 사용자 측에 한 방을 날리길 진심으로 바란다.
본지 독자들도 삼성전자 노동자 파업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