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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이었던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첫 단체행동:
총선 결과 활용해 자신 있게 투쟁에 나서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196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단체행동에 나섰다.

4월 17일 삼성전자 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4월 22일 기준 조합원 2만 7504명) 조합원 2000여 명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반도체 부품연구동 앞에서 집회를 열고,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무시하는 사측을 규탄했다.

노동자들은 노조와의 교섭을 통한 임금 결정, 성과급 제도 개선, 유급휴가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4월 17일 화성시 부품연구동 앞에서 창사 이래 첫 단체행동을 벌이고 있다 ⓒ출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유튜브

전국삼성전자노조는 2019년 11월에 설립됐다. 그런데 사측은 줄곧 노조를 무시하고 노사협의회에서 임금을 결정해 왔다.

올해에도 노조와 임금 교섭을 하던 3월 29일, 사측은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 인상률(5.1퍼센트)을 공지했다. 노사협의회 발표 이후 이에 대해 노동자들에게 별도 동의 절차도 밟지 않았다.

이에 분노한 삼성전자노조원 300여 명은 노사협의회 결정 철회를 촉구하기 위해 4월 1일 화성시 부품연구동 로비에 모였고, 노조 대표자들과 사측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 대표자들을 막아 세우고 밀쳐 일부 노동자가 다치기도 했다.

2020년에 삼성 총수 이재용은 삼성그룹의 노조 파괴 공작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했다. 그러나 무노조 경영 폐기는 말뿐이고 교섭권 등을 인정하지 않는 등 노조를 무시하는 행태를 일삼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반도체 부문 적자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도 노동자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의 부진 때문에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15조 원 적자를 기록했다. 사측은 이를 이유로 노동자들의 초과이익성과급을 전액 삭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임원들의 퇴직금은 넉넉하게 챙겨 주고, 보수한도(등기이사에게 지급할 보수의 상한액)도 17퍼센트나 인상했다.

삼성전자노조의 첫 단체행동은 사측의 노조 무시와 고통 전가에 따른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지난해 12월에 1만여 명이던 조합원 수는 올해 들어서만 1만 7500여 명이나 늘었다. 4월 5일에 끝난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대비 86.3퍼센트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가결시켰다.

애초 집회는 부품연구동 1층 로비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사측은 단체행동을 위축시키려고 바리케이드를 동원해 부품연구동 출입을 제한하고 1층 로비에 꽃밭을 조성했다.

사측의 치졸한 방해에도 4월 17일 집회에는 노조 집행부 예상보다 갑절이 넘는 조합원이 참가했다. 평택공장에서 오거나, 밤샘 근무 후 참여하거나, 연차를 내고 참가하는 등 노동자들은 사측에 대한 불만과 행동 염원이 상당함을 보여 줬다.

이번 총선에서 정부·여당이 참패한 것도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줬을 것이다. 첫 단체행동이 있었던 최근 일주일 사이에 약 1400명이 새롭게 노조에 가입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벌어진 행동이 노조에 동참하게 하는 자극제가 된 것이다.

자극제

4월 17일 집회에서 노동자들은 팻말을 들고 힘차게 사측을 규탄했다. “노동존중 실천하라,” “노조탄압 중단하라.” 그간 노동자와 노조를 업신여겨 온 사측을 향한 분노의 목소리였다.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삼성전자 창립 이래 노조의 첫 단체행동인데 역사적인 순간을 조합원들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삼성전자를 노동 존중 회사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다짐했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첫 단체행동은 여러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노동자들은 집단적 행동을 통해 힘과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삼성전자에서 노동자들이 첫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전체 노동운동에도 뜻깊은 일이고 전진이다.

삼성그룹은 첫 단체행동 당일인 4월 17일 일종의 ‘비상 경영’을 선포했다. 지난해 적자 발생을 이유로 삼성전자 임원들부터 실시한 주말 근무를 주요 계열사 임원들로 확대했다.

‘회사가 어려운데 노조는 무리한 요구를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줘서, 노동자들을 위축시키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6조 600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0배가량 늘었다. 사측은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것이다.

삼성전자노조는 2차 단체행동을 5월 24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이번 주부터 전국 사업장을 돌며 조합원들에게 홍보 활동을 진행한다.

삼성전자노조가 첫 단체행동의 기세를 발판 삼아 앞으로도 더욱 힘차게 싸워 나가 성과를 얻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