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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노조 파업 정당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5월 29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 선언 기자회견 ⓒ신정환

전국삼성전자노조가 6월 7일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들어간다.

조합원들이 단체로 연차를 사용해 하루 파업을 벌이는 것이다. 노조 지도부는 5월 29일부터 서초사옥 앞에서 버스 농성을 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노조와의 교섭을 통한 임금 결정, 투명한 성과급제, 휴가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를 체계적으로 무시했다. 노조와 약속한 휴가제도 개선 약속을 어기고, 노조를 배제하고 노사협의회에서 임금을 결정·통보했다.

5월 28일 재개된 본교섭에서도 사측은 또다시 노조를 무시했다.

지난 4월 1일 조합원 300명과 함께 사측에 면담을 요구한 손우목 노조 위원장을 막아 세우고 밀어 넘어지게 만든 사측 인사 2명을 버젓이 교섭위원으로 참석시킨 것이다.

노조가 이들을 교섭에서 제외할 것을 요청했지만 사측은 이마저도 거절하고는 되레 노조의 태도를 문제 삼아 교섭장을 나갔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사측의 이런 태도는 위기의 책임과 고통을 계속해서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이에 저항하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전 포고와 다름없다. 노동조합이 파업을 선언한 이유다.

지난해 영업적자를 이유로 사측이 초과이익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아, 노동자들의 전체 연봉은 30퍼센트 이상 삭감됐다. 올해는 반도체 수출이 크게 증가해 영업이익이 1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과급은 여전히 형편없을 듯하다.

반면 삼성전자 임원들은 지난해에도 퇴직금을 넉넉하게 챙겼고, 보수한도(등기이사에게 지급할 보수의 상한액)도 17퍼센트나 인상했다.

반도체 부문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노조를 무시하는 것에 노동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4월 17일 화성시 삼성전자 부품연구동 앞에서 2000여 명이 모여 창사 첫 단체행동에 나선 데 이어, 5월 24일에는 서초사옥 앞에서 2500여 명이 2차 단체행동을 벌였다. 올해 들어 조합원도 3배가량 늘었다(현재 2만 8400명으로 전체 직원의 20퍼센트).

전진

친사용자·보수 언론들은 노동조합을 연일 비난하고 나섰다.

최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공급하려 했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외신 보도를 전하며, 노동자 투쟁이 회사를 더 어렵게 만들고 주가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위기는 노동자 탓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산업의 경쟁이 심화된 결과다(관련 기사: 본지 508호, ‘경쟁 심화와 거품 우려로 불확실성 커지는 반도체 산업’).

삼성전자가 HBM의 시장 주도권을 빼앗긴 것도 경영진의 경영 전략 탓이지 노동자 잘못이 아니다. 이현국 부위원장은 울분을 터트리며 이렇게 말했다.

“HBM 누가 망가뜨렸습니까? 그게 왜 우리 잘못입니까? 김기남 고문이 HBM 다 말아먹지 않았습니까? 그러고서는 퇴직금 170억 원 받아가지 않았습니까?”

고임금 노동자의 이기적인 파업이라는 것도 가당치 않다. 손우목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삼성의 많은 계열사들과 그 외 협력사들은 삼성전자의 임금 인상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모든 계열사와 협력사들에게 기준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삼성전자만의 처우 개선이 아닌, 삼성그룹 및 협력사 나아가 국내 모든 기업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첫 파업은 전체 노동운동에도 의미 있는 전진이다.

삼성전자노조는 6월 7일 하루 연가 파업을 시작으로 투쟁 수위를 계속 높여 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이 성과를 얻길 바란다.

5월 29일부터 노조 지도부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버스 농성을 하고 있다 ⓒ신정환
노조 인정하라! 성과급 지급하라! 5월 2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2차 단체행동 ⓒ이미진

이 기사는 5월 29일 기사를 업데이트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