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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교섭 재개:
노동자들의 연이은 단체행동이 사용자 측을 압박하는 효과를 냈다

지난 6월 7일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창사 55년 만에 첫 파업(하루 집단 연차 사용)을 벌였다. 삼성의 반(反)노조주의를 허물어뜨리는 역사적인 일이었다.

사용자 측과 친사용자 언론들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없었다며 파업의 효과를 애써 깎아내렸지만, “특정 부서가 통으로 연차를 내서 파업에 동참한 사례가 확인돼 사측이 (압박을) 느낄 만한 수준의 파업 효과는 확인[됐다].”(이현국 삼성전자노조 부위원장)

무엇보다 노동자 파업을 당장 눈앞의 경제적 수치(생산 차질)만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 그 투쟁이 회사 및 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력, 투쟁을 통한 노동자들의 조직과 의식의 성장, 다른 노동자들에게 끼친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의 노동자들이 벌인 집단행동은 삼성그룹 계열사와 협력사의 노동자들, 그리고 더 나아가 전체 노동운동을 고무할 수 있다. 전 세계 반도체 노동자들에게도 그럴 것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진보당이 삼성전자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미국 반도체 노동조합과 인디애나주 금속분말제품 노동자연합, 미국전기통신노조 83700지부, 대만 타오위안시(市)노총이 지지 영상을 보내 왔다.

사용자 측과 친사용자 언론들이 삼성전자노조 파업의 의미를 축소하려 한 것도 이 노동자들이 가진 잠재력과 그 영향력을 우려해서다. 이들은 노동자들이 투쟁해 봤자 소용없다며 김을 빼고, 이 파업을 지켜볼 다른 노동자들을 실망시키려는 것이다.

게다가 삼성전자 사용자 측은 지금 안팎의 거센 도전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인공지능(AI) 붐으로 수요가 늘어난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의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내준 데다, 현재 AI 반도체를 거의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NVIDIA)의 HBM 납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에서도 대만의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에 위기 의식을 크게 느껴 지난 4월 ‘비상 경영’을 선언하고 반도체 부문 수장을 교체했다.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이 최근 2주간 미국 빅테크 기업 CEO들을 잇달아 만나고 귀국했고, 삼성전자는 이번 주부터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달아 진행할 예정이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노조의 연이은 집단행동은 회사 경영을 안정시켜야 하는 사용자 측에 적잖은 부담을 가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고객과 투자자를 안심시키려 노력해 온 삼성전자로선 이번 파업 시점이 불편한 타이밍”이라고 지적했다.

사용자 측은 파업 1주일 만인 6월 13일 노조와 대화를 재개했다. 직전 교섭에서 손우목 삼성전자노조 위원장을 밀어 상해를 입힌 사측 인사를 교섭위원으로 버젓이 참석시키는 등 그간 노조를 무시해 온 태도를 변화시킨 것이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투쟁은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사용자 측을 압박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출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노조에 따르면, 사용자 측이 새로운 안을 준비하고 있고 교섭 진행에 속도를 내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이는 ‘파업 효과가 없었다’는 사용자 측과 친사용자 언론들의 주장과는 달리, 노조가 과감하게 단체행동에 나선 것이 시의적절하고 유효했음을 보여 준다.

대화 재개에 이어 이번 주부터 삼성전자 노사는 중앙노동위에 사후 조정(조정이 종료된 뒤 노동쟁의 해결을 위해 노사 동의하에 다시 실시하는 조정)을 신청했다. 노조 집행부는 “이번 사후 조정에서도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조합에서는 더 큰 투쟁으로 갈 것이며, 대화로 해결하는 마지막 수단인 만큼 최선을 다해 조정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집행부는 파업의 효과로 사용자 측의 태도에 변화가 있다고 보고, 노동위 사후 조정을 더 나은 성과를 얻을 기회로 여기는 듯하다. 사후 조정 기간은 보통 2~3주가량 걸린다.

교섭에서 사용자 측에 양보를 얻어 내려면 단호한 투쟁 태세를 갖춰 세력 관계에서의 우위를 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섭 기간에도 더 큰 투쟁으로 나아갈 기층의 활력과 조직을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관건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