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에서 두 번째 단체 행동에 나선 삼성전자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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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수장 정현호 부회장이 직접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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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동자들이 서울 강남역에 있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두 번째 단체행동에 나섰다.
노동자들은 “실질적 권한을 가진 정현호 부회장에게 항의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처음으로 서초사옥에 왔다. 서초사옥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구 미래전략센터)가 있는 곳이다.
삼성전자 노동자 2500여 명은 “노동 존중 실천하라”, “노조 탄압 중단하라”를 외쳤다. 사측의 노조 무시를 규탄하고, 실질적 권한을 가진 정현호 부회장과의 대화를 요구했다. 노동자들은 기세 좋게 구호를 외쳤고, 무대 집중도가 높았다.
2019년에 출범한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지난해 말 1만 명 규모에서 현재 3배 가까이로 늘어 2만 8000명이 넘었다. 지난 4월 17일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단체행동에 나섰다.
한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에서 노동자들이 조직을 성장시키고 투쟁에 나선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최근 반도체 부문의 위기와 그에 따른 고통 전가, 그리고 사측의 노조 무시가 노동자들을 자극했다.
지난해 적자를 이유로 반도체 부문 노동자들은 초과이익성과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해 임금이 대폭 삭감됐다. 올해에는 영업이익이 11조 원으로 예상되는데도 성과급은 여전히 형편없을 듯하다. 사측은 성과급 지급 기준도 밝히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뭉쳐 노동조건을 개선하려 하자, 사측은 노동조합을 체계적으로 무시했다. 사측은 교섭에 제대로 임하지 않다가, 노조를 배제하고 노사협의회에서 임금을 결정·통보하는가 하면, 노조와 약속한 휴가제도 개선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삼성 회장 이재용의 무노조 경영 폐기 약속은 공문구였던 것이다.
노사협의회를 이용해 노조를 무력화하는 사측의 꼼수 때문에 현재 노동조합은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거에도 출마한 상태다.
노동조합은 노조와의 교섭을 통한 임금 결정, 투명한 성과급제, 휴가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노조 손우목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피땀 흘린 노동의 대가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보상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올해 DS[반도체 부문]에서 영업이익이 11조 원이 나더라도 사측은 EVA[경제적 부가가치] 기준으로 성과급 0퍼센트 지급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노력으로 영업이익을 많이 냈으면 그만큼 우리 직원들의 정당한 노동을 보상하라는 것입니다.
“회사는 2023년, 2024년 임금교섭 병합 조건인 실질적인 휴가 개선에 대한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정현호 부회장은 헌법이 보장하는 교섭과 교섭에서 이루어진 약속, 그리고 이재용 회장이 약속한 무노조 경영 폐기를 즉각 지키길 바랍니다. … 전국삼성노동조합은 사업지원TF장인 정현호 부회장과의 대화를 요구합니다.”
보수 언론들은 반도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노조 투쟁 때문에 “삼성의 초일류 경쟁력이 물 건너갈 수 있다”며 한목소리로 비난한다. 요 며칠 동안에도 삼성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등에서도 시장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전국삼성전자노조 이현국 부위원장은 집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울분을 터트렸다.
“HBM 누가 망가뜨렸습니까? 그게 왜 우리 잘못입니까? 김기남 고문이 HBM 다 말아먹지 않았습니까? 그러고서는 퇴직금 170억 원 받아가지 않았습니까? 임원들은 회사 말아먹어도 등 따시고 배 부른데, 우리는 성과급도 못 받아서 임금 30퍼센트 떨어졌습니다. 이게 지금의 삼성입니다.”
5월 28일 노조와 사측의 본 교섭이 예정돼 있다. 이날도 회사가 제대로 된 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노조는 “더 강하게”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한국노총 금속노련의 활동가들도 연대하러 참가했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단결된 행동으로 성과를 얻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