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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2018년 돌아보기 ①: 경제, 국제, 한반도

2018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노란 조끼’ 운동이, 한국에서는 24살 청년 노동자의 가슴 미어지는 죽음에 항의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가 얼마나 다사다난하게 지나갔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듯하다. 〈노동자 연대〉는 한 해를 돌아보며 주요한 사건을 되짚어 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그 1부로서 이번 호에는 경제, 국제, 한반도 분야를 살펴본다.

여전한 세계경제 불안정성: 8월 터키 화폐 리라화 폭락 등 신흥국 위기

8월 터키 화폐 리라화의 가치가 1주일 만에 5분의 1이 하락했다. 연초에 견줘 거의 반토막이 난 것이다. 같은 주, 남아공·인도·인도네시아·아르헨티나 통화의 가치도 떨어졌다.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로 진 빚의 부담이 늘어나 외환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수입품 가격이 상승해 물가가 급등했다.

보수언론들은 정치권의 인기 영합주의적 복지 남발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우파 대통령 마우리시오 마크리는 전임 대통령들의 온건한 케인스주의 정책을 뒤집어 정설 신자유주의로 회귀했다고 크게 칭송받고 있었는데, 다른 신흥국들과 마찬가지로 통화 가치가 폭락했다.

신흥국들의 위기는 세계경제가 아직도 제대로 회복하지 못했음을 반영한다. 그리고 또 다른 위기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


무역전쟁 본격화와 악화하는 제국주의 간 갈등

트럼프가 공언한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 경제의 수출품에 관세를 연달아 부과했다.

무역전쟁은 단순히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아니다.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은 이를 통해 미국의 주요 경쟁국들한테 미국의 패권 아래에 굴복하라고 강요하고자 한다. 즉, 결국 무역전쟁은 제국주의 간 경쟁의 일부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타깃은 중국이다. 중국의 부상은 오늘날 미국의 세계 패권에 가해진 가장 심각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 정부는 군사력 증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중국의 첨단 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국제 정세가 더한층 불안정해짐을 예고한다. 무역전쟁과 맞물려 지정학적 경쟁도 점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이란 핵협정 파기하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전임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맺은 이란 핵협정을 파기했다. 이어서 11월에는 대이란 경제 제재를 부활시켰다. 이는 중동 정세를 더 혼돈에 빠뜨리고, 이란을 비롯한 중동 민중에게 또 다른 재앙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이란 제재 협조 압력에 타협했다.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에 얽히고설켜 있고 문재인 정부는 그것을 존중한다는 것을 반영하는 일이다.

북한 권력층은 이란 핵협정이 손쉽게 쓰레기통에 처박히게 된 상황을 눈여겨 볼 것이다. 미국과의 거래는 언제든 파기될 수 있고 제재가 다시 작동할 수 있다는 점 말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타협은 중동 평화에도, 한반도 평화에도 나쁜 선택이다.


중앙아메리카를 종단해 미국으로 향하는 이주민 행렬

10월에 중앙아메리카 온두라스에서 출발한 이주민 행렬이 과테말라와 멕시코를 거쳐 수십 일 만에 미국-멕시코 국경에 도착했다.

이들은 온두라스의 폭력과 가난을 피해 도망쳤다. 온두라스에 만연한 폭력과 가난은 미국 제국주의의 범죄적 행위와 연관 있다. 미국의 묵인 하에 쿠데타로 집권한 온두라스 정부가 잔혹한 정책을 펴 평범한 사람들은 안전과 생계, 미래를 잃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국경으로 군대를 파견했다. 이주민 공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트럼프는 이주민 행렬을 핑계 삼아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카드를 다시 꺼내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서 살고 일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한국 경제 위기 심화와 우경화하는 문재인

올 들어 미·중 무역 갈등 심화, 한국의 투자 감소, 조선업·한국GM 등의 구조조정 등으로 한국 경제가 불안정해지자, 문재인 정부는 급격하게 우경화했다. 최저임금법 개악, 말잔치로 끝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 근로기준법 개악, 의료 영리화를 위한 규제 완화 등등. 그리고 최근에는 탄력근로제 확대, 최저임금의 더한층 개악 등을 추진 중이다.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뒤에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도 이미 실천해 오던 정부의 우경화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우경화가 분명해질수록 이에 실망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부동산 가격 인상과 가계부채 증가

문재인 정부는 여러 차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올 들어 집값은 계속 올랐다. 이에 따라 서민들의 주거 고통은 심화했다. 가계부채 상승세도 여전히 높아 최근에는 1500조 원을 넘어섰다. 최근 금리가 오르고 있어 가계부채 문제는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또다시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민자 사업, 제3기 신도시 건설 추진 등으로 건설 경기를 부양하려 한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부양은 또다시 가계부채 등을 늘려 한국 경제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과 한반도 긴장 완화

한반도는 트럼프 집권 이후 2017년 내내 긴장이 높아져 왔다.

그러나 2018년 들어 분위기가 극적으로 바뀌었다. 남·북/북·미 정상들이 잇달아 만났고, 긴장은 누그러졌다.

그러나 정상회담들에서 나온 약속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에 진전된 게 별로 없다. 트럼프 정부는 제재를 유지한 채 북한의 선 비핵화만을 압박하고 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자, 북·미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태도를 드러냈다. 앞으로 한동안 협상이 가다 서다를 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무역전쟁을 비롯한 제국주의 간 갈등이 악화한다는 점이 한반도 평화 협상의 전망을 근본에서 불확실하게 만드는 변수다.

문재인 정부는 평화의 중재자를 자임하지만, 결국 제국주의에 일관되게 저항할 세력이 아니다. 11월에 트럼프를 만난 문재인이 미국의 대북 제재 유지 기조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중도파 위기와 극우의 부상, 이에 맞선 반(反)극우 운동

유럽 곳곳에서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중도우파·중도좌파의 득표가 줄고 있다. 가히 ‘몰락’이라 할 만하다. 중도파의 몰락은 수십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해 온 신자유주의 정책을 경제 위기가 10년 이상 이어지는 지금도 고집하는 게 핵심 요인이다. 이제 중도파의 주장은 대중을 설득하지 못한다. 이탈리아 혁명가 안토니오 그람시가 말한 “헤게모니의 위기” 상황인 것이다.

그 수혜는 주로 극우가 입고 있다. 올해에는 3월 이탈리아 총선에서 우파적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이 1위를 차지하고 극우 정당인 ‘동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4월 헝가리 총선에서는 노골적 나치 정당인 요빅당이 2위를 차지해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9월 스웨덴 총선에서는 나치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이 17.6퍼센트를 득표해 제3당이 됐다. 위기에 빠진 중도파가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것도 극우 성장의 한 요인이다.

한편에서는 극우의 성장에 맞서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지난해 총선 결과로 우파 정당인 국민당(OVP)과 나치 정당인 자유당(FPÖ)의 연립정부가 출범했는데, 인구가 900만 명이 채 안 되는 나라에서 올해 1월 7만 명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이런 흐름은 하반기 독일로 이어졌다. 10월 16일 독일에서 난민과 무슬림에 대한 인종차별 확산과 극우의 성장에 반대하는 24만 명 거리 시위가 분출했다. 이 집회는 경제 위기와 긴축의 영향으로 여론이 우경화하는 것만이 아님을 보여 줬다. 여러 쟁점을 두고 대중 정서가 양극화하고 있고, 좌파가 잘 대응하면 극우만 득을 보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경제 난민 230만 명, 물가 인상 100만 퍼센트 … 파국의 베네수엘라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는 2014년부터 5년 동안 베네수엘라를 탈출한 난민이 전체 인구의 7퍼센트 정도인 약 230만 명이라고 밝혔다. 2014년 국제 유가 폭락의 여파로 1인당 실질 소득이 40퍼센트 줄고 생필품 공급량이 80.9퍼센트 감소하는 등 만성적 경제 위기를 겪은 것과, 정치·사회 불안이 심각해 대규모 소요와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의 영향이다.

베네수엘라 우파와 미국은 이 위기를 라틴아메리카 좌파 정부 물결의 핵심 고리를 파괴할 기회로 봤다. 이들은 베네수엘라에서 역사의 시계를 우고 차베스가 집권한 1999년 이전으로 되돌리고 싶어한다.

그래서 이들은 ‘사회주의의 실패’ 운운하며 고소해 했다. 그러나 우고 차베스와 그 후임 니콜라스 마두로가 표방한 ‘볼리바르식 혁명’의 실패는 사회주의의 실패가 아니다.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 도전 없이 위로부터 사회주의를 건설할 수 있다는 개혁주의 전략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사회주의는 위로부터 건설될 수 없다. 아래로부터 건설돼야 한다. 좌파는 베네수엘라의 파국에서 교훈을 얻어 혁명적으로 좌선회해야 한다.


브라질 대선, 극우파 자이르 보우소나루 당선

10월 28일 브라질 대선에서 극우 후보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당선했다. 인구가 2억 1000만 명이고 경제 규모가 세계 8위인 국가에서 군부 독재를 공공연히 옹호한 극우가 집권한 것은 노동자들과 모든 천대받는 사람들에 대한 심각한 위험 징후다.

보우소나루 당선의 큰 책임은 사회민주주의 정당 노동자당(PT)에 있다. 노동자당이 집권 13년 동안 노동자 서민들을 거듭 배신하고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 서민들에 전가한 탓에 우파가 반사 이익을 얻었다.

보우소나루는 노동계급을 거세게 공격하고, 천대와 혐오를 부추겨 파시즘이 성장할 토양을 제공할 것이다. 노동운동·사회운동의 대중 저항이 브라질에서 즉각 건설돼야 하는 이유다.


반(反)트럼프 정서 속에 ‘민주사회주의’가 부상한 미국 중간선거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의 인종차별 선동 등에 힘입어 우파 유권자를 결집하려 했으나, 민주당보다 적게 득표해 8년 만에 하원 소수당이 됐다.(비민주적 선거제도 때문에 상원 다수당 자리는 유지했다.) 민주당은 그간 이민·복지·차별·전쟁 문제 등에서 대중의 바람을 대변하지 않았지만 반(反)트럼프 표심 덕에 하원 다수당이 됐다.

그보다 주목할 일은 미국민주사회주의당(DSA) 활동가들을 비롯해 ‘민주적 사회주의’ 후보들(민주당 후보로 출마)이 70퍼센트가 넘는 높은 지지로 당선한 것이다. 이들의 선전은, 수십 년간 불평등이 증대해 온 미국에서 사회주의적 대안에 대한 관심이 커진 반영이다.(‘점거하라’ 운동 이후 퍼진 저항 정서가 올해도 차별에 맞선 대규모 거리 시위로 분출하고, 미국 교사들이 직종을 뛰어넘는 현장 노동자 연대를 건설하며 곳곳에서 전투적으로 파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기성 정치에서 (국가를 이용해 친서민 개혁을 제공하겠다는 정치라도) ‘사회주의’가 부상한 것은, 장차 대중적인 반자본주의적 대안이 미국에서 건설될 가능성을 보여 준다.


폴란드와 아일랜드에서 낙태권 운동 승리

3월 23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만 5만 5000명이 모여서, 낙태를 거의 모두 금지하려는 우파 정부의 시도를 좌절시켰다. 신생 좌파 정당 라젬(‘함께’라는 뜻)이 중요한 구실을 한 이 운동에는 학생과 노동계급 여성과 남성들이 대거 참가했다.

5월 25일 아일랜드에서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그 결과, 압도적 찬성으로 낙태를 일절 금지한 헌법 조항이 삭제됐다. 아래로부터의 대중 운동이 중요했다. 그 전 수십 년 동안 낙태권 운동의 등뼈로서 활동해 오고 국민투표 기간에 전국에서 대규모 낙태권 옹호 유세단을 조직한 사회주의 좌파의 구실이 컸다. ‘이윤보다 인간을’ 소속의 좌파 의원들은 대중적 낙태권 운동 건설에 큰 공헌을 했다.


11월 프랑스 노란 조끼 운동

11월 18일부터 ‘노란 조끼’ 운동이 분출해 수십만 명이 강경한 시위를 벌였다. 직접적 계기는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옥죄는 유류세 대폭 인상이었지만, 그동안 누적된 불만이 표출된 것이었다.

이미 마크롱 집권 직후 프랑스 공공부문 노동자 100만 명이 공공부문 일자리 축소, 임시직과 파견업 비중·성과급을 확대하려는 정부 정책에 반대해 파업을 벌였고, 철도 노동자들이 투쟁을 이어 받았다. 이 투쟁들은 승리하지 못했지만 마크롱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노란 조끼 운동에 대통령 마크롱이 굴복했다. 마크롱 정부에 동질감을 표현해 온 문재인 정부가 친기업·반노동 노선으로 우선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 시위대의 강경하고 격렬한 투쟁은 한국에 사는 우리가 어떻게 싸워야 할지를 보여 준다. 노란 조끼 운동 안에는 좌파와 우파가 영향력 경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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