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사기로 드러난 처우 개선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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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노동자들에 대해 “별도의 직군을 신설하고 별도의 임금체계를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임금체계 표준모델(정부안)”(이하 표준모델 안)을 만들었다. 내용의 핵심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노동자 대다수에게 최하위 직무를 부여해 최저임금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저임금을 고착화하려는 목적이다.
정부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한다며 최소한의 식대, 명절상여금, 복지포인트 개선을 약속했지만, 최저임금 삭감 개악으로 이조차 사라질 판이다.
최근에는 무기계약직 전환자에게 퇴직금 누진제를 적용하지 말라는 공문을 공공기관들에 내려보냈다. 일부 공공기관들이 퇴직금 누진제 적용을 고려하는 것은 그만큼 전환자 처우 개선이 미미하다는 것인데, 그조차 과도하다며 말리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기관에서 전환자들은 처우가 개선되기는커녕 임금이 삭감되고 있다. 서울교육청 청소·경비·시설 노동자들은 서울시 생활임금(올해 시급 9211원)을 받다가, 전환 후에 오히려 최저임금(올해 시급 7530원) 수준으로 깎였다. 국민연금공단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노동자 중 일부에게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겠다고 한다.
처우 개선과 차별 중단을 위해 정규직화를 요구해 온 노동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다.
요컨대, 전환자들의 임금·처우는 거의 개선되지 않거나 심지어 일부 후퇴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요구하며 투쟁하는 이유이다.
표준임금모델
한편, 고용노동부는 지난 10월 〈정규직 전환자 임금체계 관련 안내〉 공문을 공공기관들에 내려보냈다. 여기에는 철도를 비롯해 여러 공공기관에서 도입된 다양한 형태의 직무급제가 소개됐다.
그동안 정부는 자신들이 표준모델안을 만들기만 했지 공표는 하지 않았다고 발뺌해 왔다. 그러나 이미 공공기관들이 정부안을 토대로 직무급제 모델을 도입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주요 사례”가 담긴 공문을 내린 것도 사실상 표준모델안 도입을 적극 주문하는 것이다.
공문에 담긴 내용을 보면 무기계약직뿐 아니라 자회사로 전환된 노동자들도 이 모델의 적용을 받았다.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로 전환된 노동자 대다수는 최하 직무등급에 해당하고,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정부가 말하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저임금을 정당화하는 수사에 불과한 것이다.
공문에는 보건의료노조가 합의해 준 “공공병원 표준임금체계 가이드라인”도 주요 참고 사례로 제시됐다.
이를 보면 미화, 주차, 경비, 식당, 콜센터 업무는 최하 직무 등급에 속하고 최저임금으로 시작해 18년이 지나 최고 단계에 도달해도 기본급은 고작 27만 3000원 오른다. 정부가 제시한 표준모델안과 거의 차이가 없다.
보건의료노조 집행부가 이 가이드라인이 보건의료노조 소속 병원에만 적용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옹하기 식 회피일 뿐이다. 정부는 그렇게 생각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