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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2천여 명이 참가한 총장 사퇴 요구 시위:
“비리 · 부패 의혹도 해명 못 하는 최경희 총장은 당장 사퇴해야 합니다”

10월 7일 최경희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재학생 및 졸업생 3차 총시위’가 열렸다. 9월 말 학생회 대표자들이 소집한 3차례 총시위 이후, 본관 농성 학생들이 대규모 시위를 호소했다.

쌀쌀한 날씨에 비까지 내리는 금요일 저녁이었지만 이 시위에 재학생·졸업생 2천여 명이 참가해 최경희 총장에 대한 분노가 여전함을 보여 줬다.

참가자들은 우비를 입고 손 팻말을 들고 “총장 해임”을 외쳤다. 구호가 “총장 사퇴”에서 “총장 해임”으로 바뀐 것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최경희 총장을 이사회가 해임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날 시위에는 최순실 딸 정모 씨 특혜 의혹 관련한 비판 팻말도 눈에 띄었다. ‘우리는 모두에게 공정한 이화를 꿈꾼다.’, ‘학칙소급 웬말이냐, 해명하고 사퇴하라.’

참가자들은 구호를 외치며 학교를 한 바퀴 행진한 후, 경찰 투입, 비리, 불통을 주제로 한 백일장 작품을 낭독했다. 한 참가자의 발언에 환호와 함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파도, 파도 끝이 없는 비리 의혹의 끝은 어디입니까? 간담회 때 한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퇴하기 위해서는 필요충분조건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어떤 범죄나 비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총장님께서는 본인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해명하신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이처럼 이날 시위는 최순실 딸 특혜 의혹에 관한 학생들의 분노가 뜨겁다는 것을 보여 줬다. 국정감사 기간 동안 최순실 딸 특혜 의혹, K-밀 사업에 대한 미르재단과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의 유착 의혹 등이 불거졌고, 7월 30일 경찰 투입과 관련해 최경희 총장이 병력 투입을 적극 요청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폭로됐다.

최경희 총장이 이화여대를 넘어 사회적으로도 지탄받는 분위기는 총장 사퇴를 요구해 온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총학생회가 주최한 세 차례의 시위에 비해 이날 참가자가 크게 늘어난 데에도 이런 분위기가 영향을 끼친 듯하다.

요컨대, 이날 시위의 시점과 내용은 매우 정치적이었고, 그래서 사람들의 분노와 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새누리당의 최경희 총장 감싸기로 무산된 국정감사 증인 채택

최경희 총장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과 유착돼 있다는 정황은 총시위와 같은 날 열린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의 반대로 최경희 총장의 증인 채택이 무산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의 위기가 더 심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순실 딸 특혜 의혹이 제기된 최경희 총장 증인 채택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그런 점에서 얼마 전 본관 농성 조직자들 사이에서 ‘정치색’ 논쟁이 벌어져 국정감사 대응을 소극적으로 하자고 결정한 것은 이런 좋은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자기제한적 전술이었다.

물론 박근혜 정부의 위기가 계속되는 상황 덕분에 끈질기게 본관 점거를 유지한다면, 어떤 외부적 조건들과 맞물려 최경희 총장이 사퇴하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확률을 최대한 높이려면 비정치라는 비현실적인 기조를 버리고 정치적 위기를 활용해 사퇴 압력을 가해야 할 것이다.

이미 차고 넘치는 사퇴 이유에 더해 부패, 비리 의혹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는 최경희 총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 또 학교 측은 지금도 계속 추진되고 있는 프라임·코어 사업을 백지화하고 대학 상업화 등 학생들이 불만을 느끼는 문제들도 해결해야 한다.

총장 사퇴 운동에 미온적인 학생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최근 이화여대 온라인 커뮤니티 ‘이화이언’ 내 일부 학생들은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학생들을 “방관충”이라고 비난하며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총장 사퇴 운동에 물심양면 헌신하는 재학생·졸업생 입장에선, 자신의 일인데도 나서지 않는 학생들이 야속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모두 “방관충”이라며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잠재적인 운동 참여자를 내치는 꼴이다.

언제나 운동에선 더 적극적으로 운동을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동요하는 미온적인 사람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더 적극적인 사람들이 투쟁의 대안을 제시하면서 동요하는 미온적인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이런 자연스런 설득의 과정을 배제하려는 시도는(그 이름을 ‘정치 배제’라고 하든, ‘지도 없는 운동’이라고 하든, ‘달팽이 민주주의’라 하든), 운동 내에 선출되지도 않고 통제받지도 않는 ‘사실상의 지도부’와 비교적 적극적인 참가자들, 그리고 ‘수동적 지지층’을 고착화시킬 뿐이다. 이들 사이의 상호관계를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연스런 ‘설득’의 과정이 쫓겨난 자리는 언제나 도덕적인 상호 비난과 비민주적 강요가 차지하게 마련이다.

게다가 본관 농성 조직자들은 “운동권”이라는 딱지를 붙여 일부 학생들을 본관에서 내쫓는가 하면 특정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로 내치기도 했다. 이런 태도가 운동의 잠재력을 넓히는 데 결정적 걸림돌이 됐다는 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런 논리는 학교 외부에서 오는 연대의 손길을 내치는 것으로 나아가 투쟁의 힘을 크게 잠식했다. 학내로만 치자면 수천여 명이 항의 시위에 참가했을 정도로 지지가 컸지만 총장을 사퇴시키려면 그 정도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이제 누구나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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