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를 핵 재앙으로 만든 일본 지배자들: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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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일본 동북부에서 벌어진 엄청난 규모의 지진과 쓰나미(지진 해일)가 전 세계인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번 사건은 그 규모가 지난 10여 년 사이에 벌어진 어떤 재난보다 훨씬 컸다.
지진 강도부터 해일의 규모까지 모든 수치가 ‘예측 가능한’ 범위를 훌쩍 뛰어넘어 버렸다.
바닷물이 집과 자동차, 그리고 사람들을 휩쓸어가는 장면들을 지켜본 전 세계인들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느꼈을 끔찍한 공포를 부분적으로나마 실감할 수 있었다.
정유공장 전체가 불길에 휩싸여 엄청난 열기를 뿜어냈지만 불을 끌 엄두도 내지 못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들이 전면 가동 중단됐다. 도쿄의 발달한 교통·통신망은 완전히 무용지물이 됐다. 가족들의 생사확인은 물론이고 퇴근 후 집에 돌아갈 수도 없었다.
일본 NHK가 생중계한 끔찍한 장면들을 지켜본 수많은 사람들조차 세계에서 가장 재해 대책이 잘 갖춰져 있다는 나라에서 이토록 큰 피해가 벌어질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아직도 수만 명이 실종 상태다.
그러나 이 모든 장면들을 뉴스 뒤편으로 사라지게 한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의 1~4호기가 차례로 폭발해 버린 것이다.
핵의 공포를 이들보다 더 잘 아는 나라는 전 세계에 없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폭격을 당한 나라다.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건에 대한 모든 냉철한 분석과 판단 이전에 무고하게 희생된 일본 민중에게 애도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끔찍한 사건을 두고 “하나님을 멀리해서 경고를 받은 것”이라며 조롱한 우익 목사 조용기 같은 자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비극
처음 지진 해일이 일본의 한적한 어촌 마을들을 덮쳤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대부분 끔찍한 재난을 겪은 일본인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이 압도적인 자연재해 앞에서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한 일본인들의 침착한 대응에 감탄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날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핵발전 사고와 기본적인 생필품도 지급받지 못한 채 고통을 견디고 있는 일본의 평범한 노동자·농민·어민 들을 보며 슬픔 뿐만 아니라 뭔가 제대로 된 조처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인류 정신의 진화"를 보여 주고 있는 일본 민중과 달리 일본 정부의 대응은 완전히 기대 이하였다.
아이티 같은 가난한 나라에서 천재지변을 겪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세계 3위 경제 대국 일본의 평범한 사람들도 식수난을 겪고 있다. 아무리 질서를 잘 지켜도 전기와 가스가 끊기고 생필품이 바닥난 상황에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동차는 있지만 주유소는 모두 문을 닫았고 길게 줄을 서 생필품을 구입하던 상점도 바닥이 난 지 오래다.
방사능 오염 지역에서 떠나라는 방송이 나오고 있지만 수십년 동안 살던 곳에서 떠나 어디로 가 살아야 하는지는 대책이 없다.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던 사고가 매일 하나씩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말을 믿어야 할 지도 알 수 없다.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민간기업 도쿄전력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지도 의문이다. 도쿄전력은 지난 2002년에도 핵발전소 안전 문제를 감추다가 적발돼 17기의 원자로 가동 중지 조처를 당한 바 있다.
총리 간 나오토가 “TV에서는 원전 폭발이 보도되고 있는데 총리 관저에는 1시간이 넘도록 아무런 보고가 없다" 하고 짜증을 낼 정도로 일본 정부는 허둥지둥하고 있다. 그럴수록 일본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은 커져만 가고 있다.
전후 최악의 자연재해가 일본을 덮쳤고 평범한 일본인들은 끔찍한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자연적인' 지진해일이 지나간 뒤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다른 곳에서 벌어진 자연재해가 대부분 인재로 밝혀졌듯이 이번에도 지진해일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더 큰 재앙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