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예고:
IAEA도, 한일 양자 ‘검증’도 믿을 게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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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회담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정부는 한일 양자 검증을 고려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서울신문〉이 전한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내용의 논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조사 시기는 IAEA의 최종 보고서 발표 이후가 될 것이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고, 그 내용도 IAEA의 결론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IAEA는 4월 6일에 이어 5월 4일에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지지하는 취지의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IAEA의 ‘안전성’ 평가는 가습기 살균제 기업의 자체 안전성 평가만큼이나 믿기 어렵다. IAEA는 미국이 1950년대 핵무기 개발을 정당화하려고 ‘평화적 핵 이용’(핵발전)을 보급하는 한편, 세계 각국의 핵물질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기구다. 그런데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일본과 공조하는 것을 매우 중시한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정화에 사용하는 다핵종 제거설비(ALPS)는 삼중수소(트리튬) 외에도 수많은 방사성 핵종을 걸러 내지 못한다. 바다가 넓다지만, 이런 물질들은 먹이 사슬을 통해 농축돼 인체에도 내부 피폭을 일으킬 수 있다. 후쿠시마와 인근 지역 어민들이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이유다.
얼마 전 그린피스가 연 기자회견에 참석한 티머시 무소 교수(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생물학과)는 삼중수소의 내부 피폭 효과가 세슘보다 더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7월 무렵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계획이다. 사고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에 더는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을 쏟아붓지 않겠다는 것이다.
NHK는 5월 1일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지하에 쌓여 있는 흙 포대 2850개의 표면에서 사람이 2시간만 노출돼도 죽을 정도로 높은 방사선량이 측정됐다고 보도했다. 앞으로도 수십~수백 년 동안 엄청난 양의 물이 방사성 물질로 오염될 것이라는 뜻이다. 멜트다운(노심 용융)으로 지하로 흘러내린 핵연료에는 아직 접근도 못 하고 있다.
핵산업 육성과 핵무기 보유에 혈안이 된 윤석열 정부가 검증에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지난해 월성 핵발전소에서 방사능 오염수(삼중수소)가 대량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지만,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민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보고서를 부랴부랴 내놓았다.
윤석열 정부의 ‘검증’은 기시다가 일본 내 비판 목소리를 억누르는 데에도 이용될 것이다. 이는 주변국뿐 아니라 무엇보다 후쿠시마 인근 지역 일본인들에게 커다란 재앙을 안길 것이다.
민주당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과 윤석열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도 핵 문제에서 믿을 만한 세력이 못 된다.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보다 기업 이윤과 한국 국가의 핵무기 개발 능력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 어정쩡한 탈핵 공약조차 배신한 바 있다(관련 기사: 본지 225호 ‘탈핵 공약 폐기, 문재인 정부 규탄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공론화 위원회’나 노무현 정부 시절 핵폐기장 건설 강행 등에서 보듯 이들은 개혁주의적 환경운동 지도자들을 포섭해 탈핵 운동을 자신들의 통제 아래 두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고 한미일 동맹을 위해 그에 침묵하는 윤석열에 맞서 항의해야 한다. 나아가 방사능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체제의 논리와 제국주의 질서에 도전할 수 있는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참을성 있게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