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투기:
정부의 거짓말과 ‘괴담’ 수사 협박이 통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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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투기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6월 12일 국회 앞에서 2차 전국행동을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어민 2000여 명이 참가했다. 정의당·진보당·환경단체 등도 깃발을 들고 참가했고, 민주당 의원들도 연단에 올라 핵 오염수 해양투기를 규탄했다. 공동행동은 6월 24일 서울 시청 앞 3차 전국행동을 예고했다.
지역에서도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6월 13일에는 제주시 노형오거리에서 1000여 명이 참가한 제주도민대회가 열렸다. 주민들과 해녀들은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이를 방치하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했다.
부산에서도 부산여성단체연합과 부산학부모연대 등 35개 단체가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핵 오염수 방류를 막을 대책을 정부에 촉구했다. 6월 23일에는 울산에서, 7월 8일에는 부산에서 각각 집회가 예정돼 있다.
매주 열리는 윤석열 퇴진 집회도 6월 17일 ‘핵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를 요구하며 일본 대사관 인근에서 행진할 예정이다.
민주당도 6월 17일 인천에서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인천 규탄대회’를 열고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가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핵 오염수 해양투기에 반대하는 서명 운동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항의 행동이 늘어나고 천일염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등 불안 징후가 확산되자 정부도 마냥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지 못하고 있다.
국무총리 한덕수는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핵 오염수를 ‘마시겠다’며 뻗댔지만, 정부는 15일부터 핵 오염수 방류 문제에 관한 일일브리핑을 시작했다. ‘괴담’으로 일축하며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인정
6월 15일 첫 일일브리핑에서 정부는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매우 높다고 인정했다. 반면 다핵종제거설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관해서는 “일본 측은 … 정화해 희석 후 방출하겠다고 했다” 하고 말해 사실상 자신들이 확인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정부 시찰단이 도쿄전력 측에 추가 자료를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이 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 범부처 태스크포스(TF) 기술검토위원장을 맡고 있는 허균영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해양 방류에 동의한 것처럼 말하자, 해수부 차관이 나서 “한국 정부는 아직도 지지하지 않는다”며 주워 담는 일도 벌어졌다.
또, 주일 한국 대사는 일본 지지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일본이 한국 국민에게 오염수 방류 안전성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수부 장관 조승환은 6월 14일 기자 인터뷰에서 “런던협약·런던의정서 당사국 총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당사국 총회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핵 폐기물 해상투기에 해당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 왔지만 일본 정부는 자신들에 더 친화적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차일피일 논의가 미뤄져 왔다. 일본 정부가 ‘핵 폐기물 해상투기’가 아니라 ‘처리수 방류’일 뿐이라는 표현을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런던협약의 핵 폐기물의 해상투기 금지 조약은 핵폐기물 반대 운동의 압력으로 1983년 2월 도입됐지만 임시 조처였고 법적 구속력이 없었다. 그러나 그해 6월 영국 노동자들이 환경 운동 단체인 그린피스 측의 호소를 받아들여 영국 정부의 핵 폐기물 운반을 거부하는 행동을 벌임으로써 실질적 조처로 자리잡았고 이후 영구적인 조처가 됐다.
일부 정부 고위 관리들의 말이 윤석열 정부의 방침이 바뀌었음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가 자신감이 높지 않고 반대 압력을 의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운동이 더 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