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보수당의 위기를 이용해 기성 정치 핵심부로 다가가는 영국 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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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리 리시 수낙은 자기 당에서 왕따가 될 위험에 처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 보수당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리시 수낙이 프랑스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 작전 기념 행사에 참석하다 말고 조기 귀국하기로 한 것은 “커다란 화를 자초”하고 [극우인 영국개혁당의 당수] “나이절 퍼라지에게 선물을 준 꼴”이 됐다고.
수낙이 조기 총선을 선언한 동기 하나는 영국개혁당이 보수당 지지 기반을 먹어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수낙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나이절 퍼라지는 보수당의 난맥상으로 생겨난 기회를 이용해 [자신의 불출마 발언을 뒤집고] 영국개혁당 선거 운동의 수장이 됐다.
영국개혁당의 전신인 브렉시트당은 2019년 12월 총선을 앞두고 보리스 존슨이 이끄는 보수당과 선거 협약을 맺었다. 그것은 보수당이 지난 30년 이래 가장 좋은 선거 성적을 거두는 데 도움이 됐다. 이제 퍼라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보수당에 입당하고 싶지 않다. 보수당을 접수하는 편이 더 낫다.” 한편, 유럽 대륙에서는 마린 르펜의 파시스트 정당인 국민연합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프랑스 중도 우파를 대파했다.
지난주 유고브의 여론 조사에서 영국개혁당의 지지율은 19퍼센트로 나왔다. 보수당을 불과 2퍼센트포인트 차이로 추격하고 있는 것이다. 화가 난 한 보수당 후보는 〈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이제 영국개혁당의 크로스오버[보수당을 따라잡는 순간 — 캘리니코스]는 필연적인듯 보인다.” 그렇게 되면 2019년 총선에서 365석을 확보했던 보수당의 의석 수는 두 자릿수로 줄어들 수 있다.
이것을 그저 수낙의 실책 탓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통계 연구자인 존 번머독은 여론 조사에서 보수당의 지지율이 2020년 초부터 급격하게 떨어졌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존슨의 승리는 처음 보기보다 훨씬 부실했다. 2019년 총선에서 보수당 투표자들 — 특히 노동당에서 이탈한 유권자들 — 의 동기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브렉시트를 매듭짓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이 권좌에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코빈이 거꾸러지고 브렉시트 협상이 체결되자 많은 유권자와 보수당을 묶어 주던 가장 강력한 두 연결 고리가 사라져 버렸다.”
보수당의 이러한 지지율 하락은 정치학자들이 말하는 “당파성의 해체”라는 훨씬 장기적인 과정의 일부다. 유권자들을 특정 주요 정당과 잇는 사회적 결속이 훨씬 약화된 것이다. 그 결과 투표 성향의 휘발성이 훨씬 높아졌다.
2017년 6월 총선은 노동당과 보수당 모두 오랜 지지 하락 추세를 뒤집고 득표수를 크게 회복한 매우 양극화된 선거였다. 2019년 총선 때는 노동당이 2차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지지하는 재앙적인 실책을 범하고, 지배계급이 합심하여 제러미 코빈을 파멸시키려는 [코빈이 유대인 혐오자라는 중상모략 — 역자] 운동을 벌이고, 존슨이 퍼라지와 선거 협약을 맺은 덕에 보수당의 지지가 급등했다.
그러나 이제 표심은 다시 노동당에 크게 유리하게 기울었고, 보수당은 이 표심 변화의 제물이 됐다. 물론 보수당은 보리스 존슨과 리즈 트러스가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초래한 참사들에 대한 심판을 받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번머독의 표현을 빌리면, “2019년 보수당이 맺은 선거 협정은 단기 대출 같은 것이었다. 이제 보수당은 그 대출을 이자까지 쳐서 갚고 있다.”
노동당 대표 키어 스타머는 여론 조사를 통해 예상되는 득표율을 고스란히 유지하려고 복지부동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단지 그가 아무것도 안 한다는 데 있지 않다. 곪을 대로 곪은 정당 체제에 대한 압력은 극우로부터 오고 있다. 퍼라지의 독살스러운 인종차별 정치가 기성 정치의 핵심부를 흠뻑 물들이고 있다.
수낙이 실책을 범하고 당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보수당은 퍼라지에 뒤지지 않으려고 이민자 등 차별받는 집단을 더 공격하고, 애국심을 부추기고, 군비 지출 확대를 약속할 것이다.
이미 〈선데이 타임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퍼라지는 이제 보수당 당권을 둘러싼 책략의 초점이 됐다. ⋯ [전 내무장관] 프리티 파텔 ⋯ 은 퍼라지가 입당하면 받아들일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표했다. 제이컵 리스모그와 같은 다른 우파 인사들도 이런 의사를 공유한다. 리스모그는 심지어 퍼라지가 보수당 대표가 될지도 모른다고 전망한다.” [또 다른 전 내무장관] 수엘라 브래버먼은 이렇게 말한다. “퍼라지가 보수당에 들어온다면 환영할 것이다.” 반면, [산업통상부 장관] 케미 베이드녹은 반대 의사를 표했다. 틀림없이 퍼라지가 그녀의 당권 도전에 위협이 될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퍼라지가 보수당에 입당한다면, 그리고 만일 보수당을 이끌게 된다면 그것은 트럼프의 공화당 장악에 비견할 만한 일이 될 것이다. 퍼라지가 보수당에 입당하지 않는다 해도, 퍼라지와 보수당이 노쇠한 정치 체제에 풀어 놓은 독은 2010~2024년 보수당 정부들이 남긴 주요 유산의 하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