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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윤석열 퇴진 운동의 급진적 잠재력

11월에 본지는 위기에 빠진 윤석열이 권위주의적 수단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다만 윤석열은 예상보다 빨랐고, 더 충격적인 수단을 동원했다.

본지는 윤석열이 대통령실을 청와대에서 국방부 영지로 옮길 때부터 이 정권이 군부를 이용한 반동적 수단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경고했다. 올여름에도 안보 위기를 이용해 권위주의적 공격을 할 거라고 경고했다. 계엄 음모가 폭로됐을 때도, 당장 현실 가능성은 작지만 윤석열이 실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일 거라고 했다.

집권 후 최대 위기에 빠진 시점에서 윤석열은 타짜처럼 한 방 역전을 노렸으나, 지금 날아갈 게 손모가지 하나만이 아니게 됐다.

그러나 상황은 끝난 게 아니고, 격돌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군사 계엄을 좌절시킨 것은 보통 사람들이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기습 선포 직후에 계엄군과 경찰에 맞서며 나선 것은 보통 사람들이었다. 하루 종일 고된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던 장삼이사들이었다. 막 일하러 나오던 대리운전 기사들, 한창 바쁘던 배달 라이더 청년 노동자들, 집에서 TV로 이 광경을 지켜보다 뛰쳐나온 학생들, 지방에서 수십만 원 택시비를 내고 국회로 달려온 청년 등.

국회 출입구마다 사람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군 차량들을 온몸으로 막았다. 무장 헬기로 보이는 헬기들이 속속 머리 위를 지나 국회로 진입하는데도 대중교통과 택시를 이용해 모여들었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 결의가 통과됐어도 윤석열이 계엄 해제를 수용하고 군이 철수할 때까지 흩어지면 안 된다며 서로 독려했다.

12월 3일 계엄 선포 당일 맨 몸으로 군대 장갑차를 막아선 시민들 ⓒ장한빛

물론 다음 날이 국회 본회의라 야당 의원 상당수가 국회 근처에 있었고, 이재명·조국 등 야당 대표들이 신속히 국회 집결을 호소한 것도 쿠데타를 막은 요인이었다. 그러나 계엄사령부의 계산에서 빠진 가장 중요한 것은, 기관총과 탱크를 만날지도 모르는 곳으로 망설임없이 달려간 보통 사람들의 신념과 용기였다. 그것이 그날 새벽 승리의 유일한 요인은 아니었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국회에 투입된 특공대원들은 적군 정예 요원을 가차없이 사살하는 기술로 단련된 요원들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확고한 정치적·도덕적 대의명분을 가지고 총구 앞에서도 눈 똑바로 뜨고 물러서지 않는 비무장 민간인들이 훨씬 더 당황스럽고 두려운 상대였을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계엄부대원들이 심리적으로 동요했다.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에서도 민주적 요소를 작동·유지케 하는 동력은 기층 대중의 힘에 있음이 새삼 확인된 것이다. 윤석열의 기습 쿠데타 기도는 수백만 명에게 충격을 줬고, 이를 격퇴한 대중의 용기가 다시 사람들을 고무했다.


윤석열의 도발은 국제적 좌우 양극화와 불안정의 일부다

윤석열의 위기와 쿠데타 기도는 전 세계 지배계급이 빠진 정치 위기의 일부다.

올해가 선거의 해라고 했는데, G7 국가 중 5개 강대국들에서 집권당이 타격을 입고 정치적 격동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영국에선 정권이 바뀌었고, 프랑스·일본이 예정에 없던 총선을 치러 집권당이 참패했다. 프랑스 마크롱은 정권 교체를 피했으나, 최근 총리가 의회에서 62년 만에 불신임을 당했다. 독일에서도 중도좌파 연정이 붕괴했다. 동아시아를 보면, 군사동맹을 추구하던 한미일 3국의 집권당이 모두 선거에서 참패했다.

그러나 새 정부, 새 내각들도 대부분 곧바로 위기를 겪고 있다. 좌우 양극화 속에서 각국의 의회 민주주의를 떠받치던 중도 좌우 정당들이 추락하며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정치 시스템 자체가 불안정해지고 있다. 복합 위기 속에서 어느 정당이 집권해도 뾰족한 해법이 없기 때문이다.

대중의 생활고, 지정학적 갈등, 주류 정당의 무능과 실패가 한편에선 우익적 국수주의를 자극하고 있다. 그 때문에 각국에서 권위주의화 경향이 나타나고 극우가 부상했다. 좌파는 대체로 정치적으로 주변화됐고, 대신에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반파시즘 운동 등이 급진화를 이끌거나 표현했다.


격랑 속으로

한국 정치도 기본 추세가 다르지 않다. ‘촛불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가 개혁을 배신해서 생겨난 환멸과 대안 부재감을 이용해 윤석열이 집권했지만 강경 신자유주의와 노골적이고 호전적인 친미·친일 정책을 추구하다가 금세 위기에 빠졌다.

서구에서 중도(좌·우) 정당들이 몰락하고 극우가 부상한 반면, 한국 정치는 우파 집권당과 중도 정당인 민주당 사이에서 좌우 양극화 전선이 그어지고 행정부의 꼭대기가 극우화했다.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만이 아니라 최고위 사제들이 포함된 천주교 시국선언은 윤석열을 ‘배부른 극소수만 살찌게 하는 짐승’에 비유했다. 이런 현상은 국가와 대중 사이에서 완충지 역할을 한다는 시민사회에서도 윤석열이 기댈 곳이 점점 줄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 결과가 쿠데타였다. 윤석열은 국지전 상황을 조성해 계엄 명분을 만들려고 했는데, 사실 한국에서 계엄을 통한 군사 쿠데타는 대부분 지정학적 안보 위기와 연결돼 있었다. 한국전쟁 때는 물론이고 베트남전쟁에서 미국의 패색이 짙던 1972년 유신 쿠데타 등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쿠데타 이후 지배계급의 반응을 보면, 쿠데타가 만약 성공했을 때 그들이 과연 반대했을지 의심스럽다.

국방장관이 구속되고 경찰청장·서울경찰청장이 체포됐다. 윤석열의 재기 가능성이 낮아졌지만, 윤석열은 여전히 행정부 수반으로서 군 통수권을 보유하고 있다. 탄핵되면 탄핵심판에서 적극적으로 정당성을 다투려 할 것이다. 윤석열은 여전히 가장 큰 위험 요소다.

국민의힘은 탄핵에 반대하며 윤석열 이후 대안 마련을 위해 시간을 벌려고 한다. 검찰, 경찰 등도 나서서 자기 조직에 미칠 피해를 최소화하려 한다. 보수 언론들도 중구난방이고, 재계 단체들은 침묵 중이다. 물론 이들 모두는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이다.

극우는 윤석열 수호에 적극적이다. 특히, 전광훈 등은 윤석열의 계엄이 정당했다는 대규모 대중 집회를 열고 있다. 일부는 윤석열이 당당하게 나서서 정당성을 호소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국갤럽 최신 여론조사에선 윤석열 지지율이 11퍼센트, 계엄 처벌 반대는 24퍼센트다. 지지율은 낮아도 처벌에는 반대하는 여론이 훨씬 더 크다. 방심할 때가 전혀 아니다.

반윤석열 민주대연합

민주당은 친자본주의 정당이지만 정치 양극화 속에서 나름의 반윤석열 투쟁을 벌여 왔다. 쿠데타 직후 신속하게 계엄 해제를 결의했다. 기세가 오른 민주당은 지금 탄핵 추진 중이다. 윤석열 퇴진 운동 안에서 민주당의 영향력은 더 강해졌다.

동시에 차기 권력 쟁취를 위해 민주당은 혼란에 빠진 지배계급에게 상황 관리 능력도 보이려고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철도 파업 중재에 나섰고, 그 하루 만에 파업이 종료돼 버렸다. 아래로부터의 저항을 키우는 식으로 우파에 맞서지 못하는 것이다.

좌파 측을 보면, 민주당과 반우파 민주대연합을 추구해 온 단체들이 지금 거리 운동에서 주도성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진보당과 촛불행동은 계엄 당일 국회 앞에서 가장 먼저 조직적으로 움직인 곳들이다.

현재 정치 양극화가 민주당과 윤석열 사이에 있다는 점, 윤석열이 의회 민주주의를 공격했고 민주당이 그것의 격퇴에 한몫했다는 점, 노동계급 투쟁의 정치적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 때문에 쿠데타 미수 사태로 인한 대중 각성 효과의 1차 수혜자는 민주당과 진보당·촛불행동 들이다.

이들은 민주노총과 함께 12월 11일 반우파 민주대연합 성격의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을 출범시켰다.

12월 7일 국회 앞에 모인 수십 만의 윤석열 퇴진 집회 참가자들 ⓒ조승진

군사 쿠데타 미수로 운동이 대폭 커지다

그동안 반윤석열 정서와 운동 규모 사이의 격차는 경제 위기의 압박, 문재인의 개혁 배신에 대한 환멸 등으로 노동자와 청년들이 관망 상태에 있었던 탓이 컸다.

20대로 보자면, 문재인 정부의 개혁 염원 배신에 따른 정치적 실망감, 좌파 정당들은 세력이 미미해 못 미덥다는 대안 부재감,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수년간 정치적으로 이반해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에게 가장 먼저 등을 돌린 것도 20대였다. 불만이 커서 커다란 휘발성을 지니고 있었다. 윤석열의 쿠데타 미수가 그 휘발성에 불을 붙였다.

대통령이 군인들을 앞세워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 사건이 정치에 무관심한 듯했던 새 세대 청년들을 급속히 정치화시키고 있다. 역사 교과서에서나 보던 일이 눈앞에서 일어난 것이다.민주주의 자체가 위협받는다고 느끼자 청년들의 정의감이 확 불타올랐다. 12월 7일 집회는 (중장년이 적었단 얘긴 아니지만) 10~30대 청년들이 수십만 명 모인 집회였다. 순식간에 대학생들이 운동의 전위처럼 됐다.

물론 정치적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에, 선출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당연히 탄핵에 나서리라는 다소 순진한 기대가 있기도 할 것이다.

학생들만큼 극적이진 않지만, 노동자들도 달라지고 있었다. 노사분규 일수는 줄었어도 노사분규 건수는 늘어 왔다. 2023년 노사분규 건수는 2022년의 두 배다. 전투성은 부족해도 투쟁 의지는 있는 상태다. 경제 위기 심화로 노동자 불만이 더 늘어날 듯하다. 철도 파업은 예년보다 참가율이 높았다.

생산관계에 매여 있는 노동자들은 청년이나 학생들보다 정치적으로 더디다. 그러나 전반적인 정치적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고, 퇴진 운동의 전진은 노동자들을 고무할 수 있다. 그리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가장 파괴력이 있다.


노동계급 저항이 전망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진정한 사회 변화를 위한 투쟁에서 한 다발의 개혁 입법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대중의 자주적 행동이다. 아래로부터의 자주적 행동과 그에 기초한 민주적 통제, 사회 운영이 사회주의의 정수다.

반면, 지금 퇴진 운동을 지배하는 전략은 그처럼 해방적이지 않다. 민중전선은 강경 우익 정권에 맞서 거리 투쟁을 병행할 수 있지만, 그 본질은 좌파가 혁명적 사회 변화 가능성을 억제하는 데 협조하는 대가로 정치 권력 진입을 얻어 내는 정치적 거래다.

민중전선 전략하에서 노동자 투쟁은 연합 대상인 자유주의 중도파나 지배계급을 놀라게 하지 않는 수준에서 억제·관리돼야 한다. 그래서 민중전선과 경쟁하는 혁명적 좌파의 전략은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투쟁을 통한 사회 변혁 전략이다.

물론 종파주의자들처럼 운동 지도부의 전략과 이데올로기만 보고 퇴진 운동을 떨떠름하게 봐선 안 된다.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노동계급 전체의 장기적 이익을 전제로 한 계급과의 공통점 대신 차별성을 자신의 표지로 내세우는 것을 종파주의라고 지적했다. 이는 대중 운동에게서 배우는 법을 모르고, 대중 운동을 자기가 선생으로 있는 학교로 여기는 태도다.

윤석열 퇴진 운동을 이재명 지지자들의 2중대 운동이라고 비난하던 정의당 청년 대표는 올해 총선에서 우파 이준석에게 갔다. 이처럼, 종파주의에 깔린 조급성은 금세 기회주의로 전환될 수 있다.

쿠데타 미수범 윤석열 퇴진은 노동계급에게 진보다. 너무나도 노골적인 친기업 정부가 아래로부터의 저항으로 몰락하는 것, 지배계급의 지배력 누수가 커지는 것은 노동계급 전체에 이롭다. 저항할 자신감을 주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탄핵/퇴진 운동의 승리를 진심으로 바라야 한다. 공통의 염원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지 하는 관점에서 주장해야 한다. 처음으로 정치의 세계에 발을 디뎌 생각이 뒤죽박죽인 사람들과 인내심을 갖고 대화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파업 호소를 자기 일터에서 투쟁 호소를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경제 파업도 돌파구가 될 수 있다.

12월 12일 윤석열 체포를 요구하는 민주노총 노동자들 ⓒ이미진

민주주의 투쟁과 노동자 투쟁이 연결돼야 한다

탄핵 요구를 즉각 퇴진 요구와 단순하게 대립시키면 안 된다. 즉각 직무정지 요구는 지금 이 순간 정당하다. 탄핵은 ‘즉각적인’ ‘정권 자체의 퇴진’은 아니다. 그러므로 탄핵이 돼도 투쟁이 즉각 퇴진을 걸고 더 나아가야 한다.

사실 초여름에도 윤석열 탄핵 국민동의청원이 140만 명을 넘는 등 분위기 고조가 있었다. 이때, 그 전까지는 몸을 사리던 삼성전자노조가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개혁주의 지도부들이 파업 연대 구축을 피하여 기회를 날린 결과, 삼성전자노조는 파업을 중단했고, 뉴라이트 등 극우 인사들이 다수 정권 안으로 발탁됐다.

바로 그 직후 “계엄 검토” 의혹이 터졌다.

10월 하순부터 최근까지 윤석열의 위기가 최대가 된 국면에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전자 노조 지도부의 미흡한 잠정 합의안은 부결됐다.

이 두 사례는 노동자들의 불만이 점차 투지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이자, 정치 상황과 정치투쟁이 경제투쟁에 영향을 미친 사례들이다.

정치투쟁과 경제투쟁의 연결은 의식적으로 추구돼야 한다. 노동자 투쟁을 보편화시켜 계급으로서 싸우는 정치투쟁은 노동자들의 정치적 시야를 넓히고 계급의식을 고양시킨다. 일터에서의 경제투쟁은 더 많은 노동자들이 자체 행동에 나서게 만들어, 투쟁 근육을 키우게 한다.

정치투쟁과 경제투쟁의 연결에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지금은 윤석열의 쿠데타 기도 때문에 민주주의의 문제가 제기됐다. 윤석열이 45년 만에 금기를 깼기 때문에 이제 계엄과 쿠데타는 한국 정치에서 비록 작은 가능성이지만 상존하는 변수가 됐다.

민주주의 문제가 민주대연합이나 민주당만의 의제라고 생각하거나, 윤석열 퇴진은 기정사실화됐으니 좌파는 윤석열 이후 대안을 위해 사회 개혁을 강조하자는 것은 틀렸다.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조차 그 알맹이는 노동계급의 조직과 운동이다. 윤석열 쿠데타 기도를 보통 사람들이 막아 낸 것처럼, 또 박근혜 퇴진 운동에 대한 계엄 기도가 대중 저항의 지속 때문에 포기된 것처럼 민주주의를 지키는 힘은 대중의, 특히 노동계급의 자체 행동에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사회 세력이 민주주의 투쟁을 이끌어야 하느냐인데, 노동계급은 민주주의 투쟁을 노동자 민주주의, 즉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으로 전환시킬 이해관계와 능력을 모두 갖춘 유일한 세력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거리 운동에 대거 참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하여 윤석열 퇴진 운동은 윤석열 개인만 자리에서 제거하려 할 게 아니라 윤석열 정권 전체를 정조준해 대담하게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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